[현장메모]말로만 투자 촉진…한발도 나가지 못한 규제 완화

각종 규제완화 법안, 국회서 잠자는 중
투자 활성화 이끌려면 규제 혁파해야

안재성 세계파이낸스 기자.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신년회를 열고 “경제발전도, 일자리도 결국은 기업의 투자에서 나온다”며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고작 9만7000명에 머물면서 지난 2009년 이후 9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말로만 투자 촉진을 외치면서 실제로 기업이 간절히 원하는 규제 완화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특히 규제완화 관련 법안들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지난해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등이 발의됐다.

재초환법 개정안은 재건축부담금 면제조항을 신설이 골자다. 도정법 개정안은 재건축 연한을 법에 명시하는 내용이다. 둘 모두 재건축 조합과 건설사의 부담을 줄여 재건축을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이유로 여당 반대에 밀리는 바람에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의료 쪽에서는 첨단재생의료법, 의료기기법, 체외진단기기법 등이 화두다. 첨단재생의료법과 의료기기법은 재생의료 연구자 임상 활성화 및 바이오의약품 신속 허가가 핵심이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맞춤형 심사, 우선 심사, 조건부 허가 등이 가능토록 하자는 것이다.

오승준 서울대 의대 교수는 “환자에게 좋은 의료기기를 써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차원에서 찬성한다”고 밝혔다.

체외진단사업은 해외 수출 비중이 큰 수출 주도형 성장 산업이다. 적절한 지원을 받을 경우 신산업 성장, 일자리 창출, 기타 제약 및 바이오산업 등으로의 긍정적인 파급 효과 등이 기대된다.

이제훈 가톨릭의대 교수는 “환자 개인의 맞춤형 유전 검사, 검사 결과를 치료에 동시 이용하는 동반진단검사 등 기술 선도를 이끌어야만 국내 체외진단의료기기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법안 모두 이견이 심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꼽히는 'LPG 차 규제완화' 법안도 1월 임시국회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이밖에도 7년째 국회 계류 중인 서비스발전법 등 여러 규제완화 법안들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또 아직 관련법안이 발의되지는 않았지만 매우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분야 중 하나가 상속세다.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30억원을 초과하는 상속재산에 대해 50%의 상속세율이 적용되며 특히 대주주가 주식을 상속할 경우 여기에 15% 할증까지 붙는다. 기업 경영권을 물려받으려면 무려 65%의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여러 선진국들이 상속세율을 낮게 유지하거나 아예 면제해주는 풍토에 비해 굉장히 높은 세율이다.

더 문제시되는 점은 기업 경영자가 자신이 일군 기업을 2세에게 물려주기 힘들게 해 기업의 영속성을 해친다는 점이다. 

김준일 락앤락 회장은 “경영권을 2세에게 상속할 엄두도 못 내겠다”면서 중국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하는 등 여러 경영자가 기업의 상속을 포기했다. 세계 손톱깎이 1위 쓰리세븐, 국내 1위 종자기업 농우바이오, 국내 1위인 콘돔 제조사 유니더스 등이사모펀드 등에게 넘어갔다.

이는 백년대계 기업을 불가능하게 해 국내 경제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 물론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존재하지만 조건이 너무 엄격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현실에서는 적용하기 힘든, 사실상 쓸모없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우선 허용, 사후 규제’를 골자로 한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현재 포지티브 중심의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금은 규제나 제도의 플랫폼을 바꿔 시장에서 자발적 성장이 나오게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도 "좋은 제도와 법들이 규제에 막혀있다"며 "기업이 춤출 수 있는 한해가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기업의 최대 목표는 이윤 창출이다. 투자도 결국 더 많은 이익을 노리고 하는 행위다.

그러나 규제는 기업의 활동을 옥죄이게 할 뿐 아니라 투자의욕 마저 꺾는다.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규제완화를 더이상 늦춰서는 안된다.  일자리 문제의 해법은 쓸데없는 규제혁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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