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벽두를 덮치는 관세폭탄…한국 수출, 위기 맞을까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신년 벽두부터 수출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로 수출 6000억달러를 달성, 잠시 축포를 쏘아 올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수출 상황을 알고 보면 속내는 갑갑할 수밖에 없다.

12월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1.2% 줄었다. 작년 한해를 놓고 보면 5.5%라는 높은 성장세를 보였으니 꽤 괜찮은 편이다. 그럼에도 우려는 점점 커진다.

최근 주요 외신이나 해외매체를 통해 다뤄진 우리나라 수출 관련 기사를 보더라도 6000억달러 최초 달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12월 우리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내용이 대서특필되고 있다.

그것은 전 세계무역을 강타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이 드디어 본격화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걱정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인해 중국의 수출이 타격을 입으면서 관련 익스포저가 높은 한국과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등이 모두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에 이른다.

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이들 국가의 4분기 또는 12월 수출 및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가운데 대중국 수출 중 반도체항목이 8.3%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싱가포르 경제성장률도 미중 무역분쟁의 직격탄을 맞았다. 애널리스트들이 예측한 3.5%에 훨씬 못 미치는 1.6%에 머물렀다.

지난해 12월이나 하반기 우울한 실적은 예고편일 뿐 올해 수출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이다.

미국이 2000억달러에 해당되는 중국산 수입제품에 대해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리는 시점은 원래 올해 1일부터였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과 협상을 추진하면서 이 발효시점을 잠시 유예했다. 만약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3월2일부터 본격 발효할 계획이다.

그런 만큼 3월부터는 무역분쟁에 따른 쓰나미급 파장이 몰아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런 급박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올해 수출이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부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이 올해 발효되기 이전에 선주문한 물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 수입업자들이 올해 주문해야 할 물량까지 지난해에 미리 확보함으로써 관세부담을 피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우리나라가 지난해 달성한 수출 6000억달러 실적을 과연 올해에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국면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반도체 수출 부진마저 겹친다면 수출주도형 경제인 우리나라가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등으로 한국호가 잠시 흔들렸다면 이제는 곧 닥쳐올 초대형 파도를 극복해야 할 시점이 되고 있다.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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