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요?]새벽배송,타임 푸어족에게 정말 도움 될까?

주52시간 도입으로 확대 예상…퇴근 후 장보는 부담 줄어
무료배송 요건 일반배송보다 높아…"해당 품목 늘려야"

 

사진=현대백화점

[세계파이낸스=유은정 기자] 하루에도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지고 갖가지 서비스가 등장합니다. 정부 정책도 연일 발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소비자와 국민들을 겨냥한 이들 제품과 서비스, 정책이 정말 유용하고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정확히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계파이낸스는 기존 사용 후기식 제품 비교에서 벗어나 제3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해보는 새로운 형태의 리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의 [그래서요?] 시리즈를 통해 제품·서비스·정책의 실효성과 문제점 등을 심층 진단합니다. <편집자주>


1인·맞벌이 가구 증가와 모바일 쇼핑 트렌드 확대로 유통업계가 새벽배송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집에서 식사를 즐기려는 수요가 늘면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은 2015년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성장했습니다. 2015년부터 마켓컬리, 배민찬 등 스타트업 기업들이 식자재, 가정간편식, 신선식품을 대상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올해 들어 편의점과 기업형 슈퍼마켓, 대형마트, 오픈마켓, 백화점 등 여러 유통업체들이 뛰어들면서 새벽배송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GS리테일은 온라인 쇼핑몰 GS프레시를 통해 지난해부터 서울 전 지역에서 새벽배송을 시행하고 있으며, 롯데쇼핑의 롯데슈퍼도 지난 2월부터 서울 강남구·용산구·송파구·노원구 등에서 새벽 배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지난 5월부터 이마트몰에서 새벽 배송 서비스인 '쓱배송 굿모닝'을 시작했고, 현대백화점은 7월부터 백화점 업계 최초로 온라인몰 e슈퍼마켓에서 새벽 배송을 도입했습니다.

지난 25일 새벽 배송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현대백화점 온라인몰 e슈퍼마켓에서 신선식품을 직접 주문해 새벽 배송으로 받기로 했습니다. 올해 새롭게 새벽 배송을 시작한 유통업체 가운데 거주지인 경기도 수원으로 새벽 배송을 시행 중인 곳은 현대백화점, 쿠팡 등이었습니다.

무료배송 조건 업체마다 달라…공휴일 등 배송 안 되는 날도 있어

현대백화점의 식품 전문 온라인몰 e슈퍼마켓 메인 화면.


지난 25일 성탄절날 오후 2시쯤 모바일로 현대백화점의 식품 전문 온라인몰인 e슈퍼마켓에 접속했습니다.

메인 화면에 '12월 한 달간 1만원 이상 구매 시 새벽 배송 무료'라는 광고가 떴습니다. 금액대별로 사은 행사를 진행한다는 내용도 적혀 있습니다.

현대백화점 새벽 배송은 원래 5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 배송입니다. 올 한해 유통업체 간 새벽 배송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체별로 이벤트 등을 통해 무료 배송 조건을 낮춘 곳도 있었습니다. 배송료를 지불할 의사가 있었지만 1만원 이상 주문 시 무료라는 사실에 부담 없이 주문할 수 있었습니다.

이마트와 마켓컬리는 4만원 이상, 롯데프레시는 2만5000원 이상, GS프레시는 3만원 이상 주문 시 무료로 새벽 배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쿠팡은 19800원 구매하면 무료 배송이지만 월 2900원 지불하는 로켓와우 멤버십에 가입하면 배송비가 면제됩니다. 지금은 로켓와우 멤버십 무료 이벤트를 진행 중이어서 90일간 무료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모든 상품을 새벽 배송으로 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새벽 배송'을 선택한 뒤 검색하면 신선식품, 가정 간편식, 생필품 등 카테고리별로 가능한 상품들이 뜹니다. 

현대백화점 e슈퍼마켓에서 고른 식재료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닭볶음탕을 만들기 위해 닭고기, 당근, 깻잎을 장바구니에 담으니 1만3400원으로 1만원이 넘어 무료 배송이 가능했습니다. 

장바구니에 담은 뒤 '주문/결제' 화면으로 이동하면 희망 배송 시간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당일 오후 4시까지 결제를 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하는 새벽 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대백화점의 새벽 배송은 일요일, 공휴일, 백화점 휴무일의 경우 배송이 어렵습니다. 성탄절 다음 날 26일 새벽 배송을 받고 싶지만 공휴일에 해당돼 어쩔 수 없이 27일 새벽 배송을 선택했습니다.

유통사 새벽 배송이 택배사와 협력해서 하는 만큼 업체에 따라 공휴일이나 주말에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어 주문하기 전 주의가 필요합니다.    

현대백화점 e슈퍼마켓에서 고른 식재료를 받기 위한 희망 배송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오후 4시까지 결제를 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배송받는 새벽 배송을 받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의 새벽 배송은 일요일, 공휴일, 백화점 휴무일의 경우 서비스 받기 어렵다.


오전 7시 배송 희망시간 정시 도착…신선식품은 아이스팩 담아 포장

현대백화점 새벽 배송을 알리는 문자메시지.  


이튿날 27일 오전 7시, 문자 한 통이 왔습니다. '빠르고! 신선한 배송! 당일 새벽 배송! 주문하신 식단이 고객님 집 앞에 도착하였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였습니다.

출근하기 전 바로 문 앞에 놓인 택배를 집 안으로 들여 상자를 뜯어봤습니다. 

현대백화점 새벽 배송으로 받은 택배 박스. 일반 온라인쇼핑 택배와 달라보이지 않는다.


사실 포장은 다른 온라인쇼핑몰에서 보낸 택배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새벽에 배송이 오고 제품이 신선식품이라는 사실을 빼면 사실 일반 온라인 배송과 같습니다.


현대백화점 새벽 배송으로 받은 닭고기. 아이스팩과 냉동식품용 포장지에 싸여 있다.
주문한 제품 중 신선도가 중요한 닭고기는 아이스팩 2개와 함께 냉동식품용 포장지에 포장돼 배송됐습니다. 아이스팩 덕분인지 닭고기 상태는 육안으로 봤을 때 신선해 보였고 유통기한도 31일까지 넉넉했습니다.

함께 주문한 당근과 깻잎 묶음은 비닐봉지에 담겨 배송됐습니다. 당근과 깻잎의 경우 비닐 겉면에 각각 3290원, 3000원 가격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결제한 가격은 2800원, 1500원으로 더 저렴했습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새벽 배송 상품은 현대백화점 목동점 식품관에서 판매하는 프리미엄 신선·가공 식품을 배달해준다"며 "다만 e수퍼마켓은 24시간 주문할 수 있어 오프라인 매장 가격과 약간 다르게 가격이 운영되며, e수퍼마켓 상품 가격은 매일 오전 10시에서 10시30분 사이에 새롭게 변경된다"고 설명했다.

주문한 물건 외에 라면 5개도 함께 들어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12월 한 달간 새벽 배송 구매 고객 중 1만원 이상 구매하면 라면이 증정품으로 제공되고 있었습니다. 

장 보는 부담 줄일 수 있어…신선식품 포장 쓰레기 더 나와
현대백화점 새벽 배송으로 받은 닭고기, 깻잎, 당근 등 식재료들. 사은품으로 라면이 들어 있었다.

새벽 배송을 경험해 보니 시간이 부족한 타임 푸어족에게 장 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새벽에 받을 수 있다 보니 원하는 시간에 배송받은 식재료로 집에서 요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육아휴직 중인 직장인 A씨는 "자녀가 어려서 장을 보러 가기 어려운 상황이 많기 때문에 새벽 배송을 이용하곤 하는데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며 "주문했을 때마다 모두 7시 전에 도착해 만족도 높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직장인 B씨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직장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퇴근 후 장 보는 데 부담이 컸다"며 "새벽 배송을 이용하면 신선한 요리 재료를 아침에 편리하게 받을 수 있어 주기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새벽 배송 역시 다른 온라인쇼핑 배송과 마찬가지로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는 것을 단점으로 꼽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특히 신선식품은 신선한 상태로 배송돼야 하기 때문에 일반 택배보다 쓰레기가 더 나옵니다.

소비자 C씨는 "신선 식품을 빠르게 배송해야 하기 때문에 분리수거 박스가 다른 택배보다 많이 나오는 게 단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반 온라인쇼핑 주문 때보다 무료 배송 요건이 까다롭고 비교적 최근 새벽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업체의 경우 새벽 배송 가능 품목이 적다는 것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혔습니다.  

소비자 D씨는 "새벽 배송으로 받고 싶던 품목이 아직 대상이 아니라서 결국 따로 장을 봐야 했다"며 "신선식품도 더 다양하게 새벽 배송이 가능하면 이용에 더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D씨는 "무료 배송을 받으려면 일반 온라인쇼핑보다 더 많이 사야 하지만 편리하기 때문에 계속 이용하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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