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건강 경영'<5>끝] 직장인 70%, "회사가 내 건강 신경 안쓴다"

20세 이상 직장인 500명 대상 설문조사…기업 건강증진 프로그램에 불만족
전문가들 "직원 건강증진 비용은 투자, 문화 확산 위해 성공사례 발굴해야"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붐비는 지하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파이낸스=장영일·유은정·이정화 기자]  국내 기업들의 건강경영 현주소는 어떨까?

세계파이낸스는 건강경영 기획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설문조사기관 나우앤서베이에 의뢰해 20세 이상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국 기업들의 건강경영에 대한 설문조사(표본오차=신뢰수준 95%, ±4.38%)를 실시했다. 또 현재 여러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 5명을 만나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의 건강경영 실태와 관련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임직원의 건강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직장인들 상당수는 국내 기업들이 진행중인 건강증진 프로그램 등에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회사가 본인의 건강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질병에 걸렸거나 장해를 입었을때도 제대로 배려를 해주지 않는다며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건강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았고 프로그램도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 직원 건강은 개인 문제…국내 회사 대부분 건강경영에 소극적

'귀하의 회사는 직원들의 건강에 대해 얼마나 신경쓰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매우 그렇다 3.2% △그렇다 26% △그저 그렇다 43% △그렇지 않다 21.6% △매우 그렇지 않다 6.2%로 답했다. 즉 70% 이상이 평균 이하의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귀하의 회사는 직원들이 질병에 걸렸거나 장해를 입었을때 어떻게 배려해줍니까?'라는 질문에 치료비 전액을 부담해주고 휴가 등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응답이 5.4%에 불과했다. 치료비 절반 수준을 부담해주고 휴가 등을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응답도 11.6%에 그쳤다. 여전히 직원 건강에 대한 책임을 임직원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층 인터뷰에 응한  박진주(30·가명·은행원)씨는 "회사가 직원 건강에 대해 사전에 신경을 쓴다기보다는 일이 터지면 보상해주는 식"이라면서 "병이 생기면 지원은 해주지만 병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신경써주고 예방하는 차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회사가 직원의 건강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매우그렇다 21.4% △그렇다 51.6%로 응답자의 73% 이상이 동의했다.

김명주(32·가명·건설기계업)씨는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스트레스와 함께 누적된 신체적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부분도 있어 회사가 일정 부분 직원 건강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강 경영을 펼치는 기업들은 직원들의 건강이 매우 소중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직원이 건강하지 못하면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문에 응한 임직원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회사가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은 회사에 이익(생산성 향상 등)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매우그렇다 40% △그렇다 45.4% △그저 그렇다 10% △그렇지 않다 3.4% △매우 그렇지 않다 1.2%로 집계됐다.

이나영(31·가명·엔터테인먼트업)씨는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은 직원 복지와 관련이 되는데 이것은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 상승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직원들이 회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일을 대하는 자세도 바뀌면서 생산성이 향상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사가 직원 건강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이것으로 인사고과를 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회사가 개인 건강 상태를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매우 그렇다 6.2% △그렇다 26.8% △그저 그렇다 32.4% △그렇지 않다 23.4% △매우 그렇지 않다 11.2%로 답했다.

송지영(35·가명·의류업)씨는 "개인의 건강 상태는 사람마다 다르고 이를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다만 개인 건강 상태가 오랜 기간 안좋을 경우에는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회사가 진행하는 건강증진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응답자도 많았다. 응답자의 70% 이상은 프로그램 참여에 긍정적 의사를 보였다.

나진구(37·가명·의료업)씨는 "취지가 좋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참석을 할 생각"이라면서 "그러나 강제적인 동원이라든지, 개인 휴식시간을 뺏어서 하는 행사라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가 직원의 건강과 관련해 신경써줬으면 하는 항목으로는 △정밀한 건강검진 지원 29.6% △질병치료를 위한 유급휴가 19.4% △개인 체육 활동비 지원 12.6% △질병이나 장해시 재택근무 11.2% △사내 소모임 등 체육활동 지원 7% △스트레스 등 정신관련 상담 6.8% △개인별 식단관리 6.4% △개인별 흡연 및 음주관리 4% 등으로 집계됐다.

◇ 전문가들 "직원 건강관리 투자개념으로 접근해야"

전문가들은 기업이 직원의 건강 관리를 비용이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건강 경영은 기업의 복지 비용 차원을 넘어 직원들의 건강 성과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할 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대부분 기업이 경쟁력의 원천인 직원을 위해 일회성의 건강 검진이나 일부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직장인의 건강상태가 개선되면 건강 악화로 인한 직접 비용 외에도 결근율 감소 등 간접 비용을 줄여 생산성이 오르고 직원과 고객도 만족할 것"이라며 "직원의 건강 관리는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건강 경영 실효성을 높이려면 미국, 일본 등처럼 법적인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건강경영 우량법인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듯이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헬스 스코어 카드(Health Score Card)'를 개발했다. 이는 질병관리본부가 직장 내 심장질환, 뇌졸중, 암, 당뇨병 등 만성질환 유병률을 낮추고자 2008년부터 직장건강관리체계를 자가적으로 측정해 플랜을 세울 수 있는 정부 주도의 건강 경영 프로그램이다.

윤 교수는 "미국은 2008년, 일본은 2016년부터 정부와 기업이 작업장 건강지수를 활용해 기업의 건강 관리 체계를 평가해 취약점을 파악하며 전략적으로 건강 투자와 관련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건강 관련 평가지수 공개 의무화', '제품·서비스 평가 인증 마크 부착', '건강 기여 활동 관련 보조금 지원', '우수기업에 건강보험료 감면'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법제화를 통해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근로자·기업 간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건강 경영 정책을 펼치는 사회적 분위기를 우선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건강 경영이 우리나라에도 실현되려면 자발적으로 기업이 해당 정책을 펼치려는 분위기를 확산하는 움직임이 선행돼야 한다"며 "건강 경영 정책을 잘 펼치는 다양한 기업 사례를 발굴해서 어떻게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됐는지 분석해본다면 형식적으로 시늉만 내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관련 정책을 펼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교수는 "제도적인 면에서 정부가 기업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자발적으로 건강 경영 정책을 펼치는 기업을 선정해 보조금을 지원하면 기업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국민건강 증진 공공 캠페인」(한국인터넷신문협회-한국의학연구소 주최)에 선정된 기획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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