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은행-上] 사상 최대실적 속 '디지털·글로벌' 강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실적…10조 원 중반대 육박 예상
해외 네트워크 확장 가속…'은산분리 완화' 인터넷은행법 국회 통과

게티이미지뱅크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2018년 한 해는 은행권의 실적이 최정점을 찍은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은행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수익을 내며 여타 금융업권과는 달리 '나홀로'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시장이 포화에 다다르면서 은행들의 글로벌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비대면거래가 증가하는 가운데 디지털 변혁은 은행권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은산분리 완화를 두고 진통을 겪었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지난 9월 마침내 국회의 벽을 넘었다.

△3분기 누적 순익 12.4조=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내놓은 '국내은행의 2018년 3분기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은행권은 올 3분기 누적 12조 40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조 2000억 원 많은 수준이다.

분기별로 보면 올해 1분기 4조 4000억 원, 2분기 3조 9000억 원, 3분기 4조 1000억 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3분기 순익 규모는 역대 3분기 중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호실적은 이자이익은 늘고 대손비용은 줄어든 결과다. 올해 3분기까지 은행들이 거둔 이자이익은 10조 2000억 원에 이른다. 사상 최대다. 같은기간 비이자수익은 1조 6000억 원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렇다 보니 '이자놀이'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은행권에서 신규 부실이 줄고 조선업 업황 회복 등으로 대손충당금 환입이 이뤄진 결과, 대손비용은 7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000억 원 줄었다.

△해외에서 답 찾는다=올 한 해 은행들은 여느 때보다도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대출규제와 낮은 수익성 등을 감안하면 결국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주요 은행의 성적표를 보면 KEB하나은행은 3분기 누적 해외부문 순익이 2975억 원에 이른다. 국내은행 중 해외 순익이 가장 많다. 다만 중국 의존도가 47.7%에 이른다는 점이 다소 염려스러운 대목이다. 신한은행은 올 3분기 말 기준 국외점포의 손익비중이 12.8%에 이른다. 3분기까지 2448억 원의 순익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1년 해외 순익 2350억 원으로 3분기만에 뛰어넘었다. 우리은행은 동남아시장을 중심으로 영업력을 확대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글로벌부문이 취약한 KB국민은행도 해외 사업영역에서 순익 규모를 50%가량 늘렸다.

△디지털 경영, 핵심화두로=IT기술의 발달과 비대면채널 비중 확대와 맞물려 2018년은 '디지털'분야를 선두하기 위한 은행권의 경쟁이 치열한 한 해였다. 대형 기술기업과 플랫폼 기업은 물론 핀테크기업의 뱅킹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변화를 야기했다. 오픈 API를 통해 디지털 플랫폼기업과 일정부분 협력에 나선 점도 바뀐 트렌드다.

무엇보다도 은행들은 디지털 변혁을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 NH농협은행은 내년 상반기 경 옛 양재동 전산센터에 디지털R&D센터를 개소할 계획이다. 이 곳에선 농협은행의 디지털부서와 IT부서뿐만 아니라 핀테크업체들이 입주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상용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하나은행은 지난 10월 디지털전환 특임조직 '디지털 랩'을 신설했다. 앞서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IT전문계열사 하나금융티아이 산하에 'DT랩'을 하나금융융합기술원으로 확대개편했다. 디지털전환,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디지털 혁신 기술의 선행 연구를 통해 디지털 사업을 적시에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DT선포식'을 통해 디지털인재 육성, 'IT기술혁신센터' 신설, 핀테크 기업과의 협력강화 등의 전략에 힘을 싣기로 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 국회통과=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마침내 올해 9월 20일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물론 입법과정에서 논란도 적지 않았다.

특례법은 혁신 ICT 기업 등이 34% 지분을 보유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시행령에선 자산 10조 원이 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은산분리 완화 대상에서 제외해 대기업의 사금고화 우려를 막았다.

새 플레이어가 은행시장에 뛰어들면 기존 사업자들과의 경쟁 강화를 통해 금융서비스 혁신 효과가 나타날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최근 최종구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기준을 조속히 마련하고 내년 3월 중 예비인가 신청을 받아 5월 중 예비인가가 이뤄지도록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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