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공방 2라운드…검찰 수사·행정소송 어떻게?

검찰, 삼성바이오 등 압수수색…고의 분식회계 혐의 주목
행정소송 제기한 삼성바이오…집행정지신청 결과는?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공방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삼성바이오가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 제기와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한 이후  검찰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 수사와 행정소송 모두 ‘고의적인 분식회계냐, 아니냐’는 같은 이슈를 다루기에 서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본안소송에 앞서 심의되는 집행정지신청이 받아들여질지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검찰, 동시다발적 압수수색…본격 수사 착수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지난 13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의 회계 부서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회계 관련 장부 등을 확보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 4곳을 비롯해 분식회계 의혹의 핵심에 있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분식회계의 배경으로 의심받는 삼성물산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의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수사가 본격 시작됐다는 신호탄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 신속히 압수수색을 시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된 이슈는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 2015년 회계처리가 고의적인 분식회계에 해당되느냐 여부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회계처리를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결론지었다.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취득원가로 인식하면 재무제표상 자본잠식이 될 것을 우려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배력 변경 등 비정상적인 대안을 모색한 것”이라며 “이는 회계처리 기준을 자의적으로 적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국회의원이 공개한 삼성물산 내부문건이 증선위의 결론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공개된 문건에는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콜옵션 행사를 연기함에 따라 1조8000억원을 부채로 반영해야 하는데 이 경우 자본잠식이 예상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된 회계”라고 반박한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회계처리의 본질을 봐야 한다”며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회계처리 변경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바이오젠은 올해 콜옵션을 행사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나아가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과거에는 2015년 회계처리가 정당하다고 승인했다가 올해 갑자기 말을 바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손을 들어주는 의견이 다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를 미리 공시하지 않은 걸 문제삼은 건 근거가 충분하다”며 “그러나 2015년에 뒤늦게라도 이를 반영한 걸 분식회계라는 주장은 다소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의 결론대로라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를 계속 숨겼다면 분식회계가 아니었다는 것”이라며 “이해하기 힘든 처사”라고 말했다.

증선위 결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삼성물산 내부 문건이 검찰 수사에서는 중요 팩터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내부 문건은 말 그대로 보고 문서에 불과해 법적으로는 분식회계의 고의를 입증할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되기 힘들다”며 “검찰 측에서도 정황증거 정도로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여론이 워낙 사납다는 점은 검찰 수사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 집행정지신청에 쏠리는 눈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 의결이 틀렸다”며 행정소송 제기와 함께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과징금 80억원, 최고경영자(CEO) 해임권고 등의 제재를 가했는데 이의 집행을 중지해달라는 신청이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행정법원 제3부에 배당됐으며 오는 19일 집행정지신청에 대해 첫 심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집행정지신청은 본안 판결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 전에 당사자의 권익을 잠정적으로 보호해주는 제도다.

집행정지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것 △긴급한 필요성이 있을 것 △본안 판결에서 신청인이 승소할 가능성이 있을 것 등의 요건이 구비돼야 한다.

대법원은 ‘사회관념상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는 손해’를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로 정의내리고 있다. 즉, 증선위의 제재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과도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되느냐가 법원 결정을 좌우할 전망이다.

행정소송은 대개 2~3년 가량 걸리기에 그 첫발이라 할 수 있는 집행정지신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집행정지신청이 기각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급락해 주주들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법원이 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이느냐는 검찰 수사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법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집행정지신청을 기각하더라도 김 사장이 해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는 삼성물산(43.44%)이고 2대주주는 삼성전자(31.49%)다. 이들을 합친 지분만 약 75%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 자체적으로 김 사장의 해임을 결정하지 않는 이상 해임 안건이 주주총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행정소송은 검찰 수사와 똑같이 고의적인 분식회계 여부를 다룬다. 따라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가 분식인지, 사실을 있는 그대로 공시했는지와 분식회계라면 고의성이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다만 삼성물산의 내부 문건은 고의성을 입증하는 직접적인 증거로 삼기는 부족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견해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내부 문건은 보고 문서일 뿐, 처분 문건이 아니기에 직접 증거라기보다는 정황증거로 참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행정소송은 시일이 오래 걸리기에 그 사이 진행되는 검찰 수사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여겨진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검찰이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결론내리고 기소하면 행정소송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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