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고용 독려· 디지털화 가속도' 직장 떠나는 은행원들

농협銀 600여명 명퇴 예정…4대은행 감원 폭 관심
비대면업무 증가세…4년 새 임직원 10% 짐 싸

게티이미지뱅크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연말을 맞아 은행권에 매서운 감원 칼바람이 예상된다. 은행권은 올 3분기 누적 12조 4000억 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렸지만 인력 감축흐름은 거스를 수 없어 보인다. 금융당국이 희망퇴직을 실시해서라도 청년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데다 금융권 내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며 대면 업무의 비중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이 지난달 하순부터 장기 근속자와 내년 임금피크제 적용자를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610명이 명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농협은행은 명예퇴직을 통해 534명의 임직원을 줄였다. 이 은행은 관계자는 "이번 주 중 명퇴 심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결격자 등을 제외하면 신청자들의 대부분이 은행을 떠나게 된다.

KB국민은행은 희망퇴직 실시 여부를 두고 노사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6년 대규모 희망퇴직을 신청받아 2995명을 내보냈고 올해 1월에도 400여 명을 감원했다. 이 은행은 통상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말에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다만 현재 임단협 최종 교섭이 결렬된 상태라 희망퇴직 접수 여부  및 시기를 최종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신한은행에선 내년 초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의 희망퇴직이 예상된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희망퇴직으로 700명을 감원했다. 이달 차기 노조위원장 선거가 마무리된 후 희망퇴직 접수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최종 확정된 바는 없다.

KEB하나은행은 올해 8월 근속기간 만 15년 이상 임직원 274명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을 실시했다. 관리자급 직원 27명, 책임자급 181명, 행원급 66명이 각각 퇴사했다. 우리은행은 앞서 지난해 7월 희망퇴직 통해 1011명을 줄였다. 

정부는 청년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희망퇴직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퇴직금을 많이 줘서 희망퇴직을 받으면 10명 퇴직 때 7명 젊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다"며 "은행에 대해서 눈치 안 줄테니 희망퇴직을 접수하고 퇴직금을 올려주는 걸 적극 권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눈치 보며 지내는 것보다 퇴직금 받아 새로운 사업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낫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이를 두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형태의 처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5대 은행의 올 하반기 신규 채용규모는 2100여 명 안팎이다. 
도표=오현승 기자

은행업무가 갈수록 디지털화하면서 대면 거래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도 인력 감원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점포수는 지난 2015년 3760곳에서 이듬해 3693곳, 지난해 말엔 3575곳까지 감소했다. 해매다 약 5% 씩 영업점이 줄고 있다. 반면 모바일뱅킹 이용자수는 매년 급증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말 현재 일평균 모바일뱅킹 이용액은 5조 3946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0.0%나 늘었다.

인건비를 줄여 실적을 개선하려는 경영진의 판단도 인력 감원의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주요 시중은행의 일반관리비 대비 장·단기급여, 퇴직급여, 복리후생비 등 인건비 관련 비용 비중은 국민(66.4%), 신한(65.0%), KEB하나(61.8%) 등으로 60% 초중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은 실적 개선으로 다소 여유가 있는 편인데, 이 같은 시기에 희망퇴직 등의 방법을 통해 중장기적 인건비 부담을 줄여나갈 유인이 높다"이라고 말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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