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빼앗기식 카풀서비스와 택시기사의 죽음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장영일 기자]  카카오톡으로 수천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카카오의 플랫폼 사업의 성공이 당연한 듯 보였으나 시작 전부터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규제와 법망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지속하면서 콜택시, 대리운전, 쇼핑, 배달업 등 수많은 중소, 영세사업자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마침내 지난 10일 택시 운전기사 최모씨가 카카오의 카풀(차량공유) 서비스에 반대하며 국회 앞에서 분신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카카오가 올해 2월 카풀 사업을 공식화한지 10개월 만이다. 이 기간 카카오와 카풀업계, 택시업계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렸고 정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정부는 '출퇴근 2회로 제한' 등 중재안을 내놨지만 카풀업계와 택시업계는 시간과 횟수를 놓고 단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는 사이 카카오가 17일 서비스를 공식화하면서 택시업계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시민들은 카풀로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시간대에 저렴하게 자가용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택시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풀이 활성화될 경우 손님 한명이 아쉬운 택시업계 입장에서는 타격이 막대하다. 

한쪽이 이득을 보게 되면 다른 한쪽이 반드시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기존 시장의 규모 즉, 파이를 키우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한정된 수익을 나눠가지겠다는 카카오의 행보는 시장 질서를 무너트리는 신종 자본 횡포와 다름 없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집단이 더 많은 파이를 가져갈수록 양극화는 심해지고 시장의 몸집이 작아진다.

무엇보다 택시업계에 대해 어떠한 투자와 지원도 없이 자본력과 플랫폼 아이디어만으로 노동을 소유하겠다는 것은 카카오가 당초 내새운 혁신과 거리가 멀다.

카카오와 카풀업계는 택시와의 공존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례로 카카오는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는 택시기사들에게 수수료를 절감해주거나 카풀 등에서 얻은 이익을 택시업계에 투자하는 등 윈윈(win-win)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택시업계와 카풀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출퇴근 한정', '하루 2회 운행 제한'에 대해서도 명확한 구분이 필요해 보인다. 출퇴근 시간이라는 것이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 단정지을 수 없기 때문에 몇시부터 몇시까지 등의 시간 제한이 필요하다.

정부와 국회는 심야시간 택시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 파악을 통해 법인의 과도한 사납금, 택시기사들의 처우 문제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택시업계도 카풀 서비스 시행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일부 합리적인 안을 수용해 시민들의 편의를 제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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