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갈등, '화웨이 사태'로 재점화되나?

中 "美 패권주의 드러내" 맹비난…양국간 긴장감 확대 우려
"보석 허가 여부 지켜봐야"…적당한 시점서 타협 가능성도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체포되면서 다소 완화되는 듯 했던 미중 관계가 다시 경색되고 있다.

자칫 미중 무역협상이 실패해 두 나라 간 무역갈등이 재점화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반면 “미국이 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일 뿐으로 양국이 적당한 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ZTE에 이어 화웨이도…미국, 본격 ‘기술 전쟁’ 돌입하나?

지난 1일 캐나다 정부는 미국의 부탁을 받아 멍 부회장을 대 이란 제재법 위반 혐의로 전격 체포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ZTE 조사 과정에서 화웨이 지주회사의 홍콩 자회사가 최소 2016년부터 이란과 거래한 혐의를 포착했다고 한다. 멍 부회장은 이란 제재를 피해 HSBC 은행을 통해 돈을 세탁한 뒤 이란과 교역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이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화웨이가 세계 1위의 통신장비업체이자 멍 부회장이 화웨이의 창업자인 런정페이 회장의 딸이란 점이다. 멍 부회장은 런 회장의 유력한 후계자로도 꼽히고 있다. 즉, 화웨이의 핵심인물인 셈이다.

ZTE에 이어 화웨이까지 미국의 법망에 걸리면서 미국이 ‘대중 기술(IT) 전쟁’을 본격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유력하다.

현재 화웨이는 통신장비 분야에서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 등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휴대폰 분야에서도 올해 상반기 애플을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2위(판매량 기준)를 기록했다.

특히 5G 이동통신 분야에서 선진국 기업들을 넘어 세계 시장을 장악할 만큼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이 크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에 기반한 미래 기술사회를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가 5G 이동통신이다.

따라서 미국 IT업계를 맹추격 중인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이미 여러 각도에서 화웨이를 견제해왔다.

지난 2012년부터 화웨이의 미국 내 통신망 장비 판매를 금지했다. 올해 8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정부기관의 화웨이 및 ZTE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미국은 동맹국에도 동참을 요구해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이 화웨이의 장비를 쓰지 않기로 했다. 일본 역시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할 방침이다.

에릭 화이트 하와이대 아시아연구소 교수는 “이번 체포는 단순히 이란 제재법 위반으로 인한 처벌이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견제”라며 “미국은 중국 IT기업들이 미국의 아성을 넘보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美中 무역협상 영향은?

미국의 조치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미국과 캐나다에 구금 이유를 분명히 밝히고 구금된 사람을 즉각 석방해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메이신위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소 연구원은 "멍완저우 체포는 미국의 패권주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라고 비판했다.

중국의 분노는 미중 무역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즈웨이 장 도이체방크 중국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화웨이 CFO의 체포는 미중 무역 전쟁을 '새로운 단계'로 격상시키는 명확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도이체방크는 화웨이 사태로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부과를 보류하기로 한 90일 동안 무역협상을 타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기존 40%에서 30%로 하향 조정했다.

린지 포드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국장은 "이 사건으로 중국의 '경고등'켜질 것"이라며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를 염려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멍 부회장 체포에 중국 정부가 항의하면서 양국 간 긴장감이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로 인해 시장은 미중 무역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미중 무역갈등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단 오는 7일 멍 부회장의 보석 허가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양국 정부가 오는 12일부터 시작하는 실무협상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언급한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기술 전쟁’이라기보다 미국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스팀슨 센터의 중국 전문가인 쑨윈은 멍 부회장 체포 시기가 미중 정상회담 날짜와 일치함을 거론하면서 “이는 분명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과학아카데미의 미중 관계 전문가인 류웨이동도 “이번 체포는 미국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일종의 협상 전략이라면 양측이 적당한 선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도 있다. 실제로 ‘화웨이 사태’에도 불구하고 7일 아시아 증권시장은 상승세였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34% 상승한 2075.76으로 장을 마감했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0.03% 오른 2605.89를,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0.82% 뛴 2만1678.68을 각각 기록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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