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심위로 넘어간 삼성바이오…상장 유지· 폐지, 재심사?

"상장폐지 대상 아니다" 우세 속 비난 여론 무시할 수 없어
기심위, 신속한 결정 못하고 '개선기간 부여'로 시간 끌 수도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 여부를 가르는 결정권을 기업심사위원회가 쥐게 되면서 기심위의가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상장폐지 대상은 아니다”는 의견이 주류이지만 여론의 향배를 마냥 무시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심위가 개선 기간을 부여해 1~2년 가량 시간을 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우조선도 상폐되진 않아”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0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폐지 여부를 기심위 심의 대상으로 넘겼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2015년 회계처리를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이 돼 한국거래소 심사를 거쳐 기심위 심의로 넘어간 것이다.

기심위는 20영업일 이내에 심의를 거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일정대로라면 이번달 내로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일단 상장폐지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의 연구원은 “다른 케이스들과 비교해 볼 때 상장폐지에 이를 사안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그는 “상장폐지로 갈 경우 국내 제약 및 바이오주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게다가 외국인투자자들에게 규제 리스크로 다가와 해외자금 유출의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실질심사 제도를 도입한 이래 심사 대상이었던 상장사 15곳이 모두 상장이 유지됐다"며 상장폐지로 갈 확률은 거의 없음을 내비쳤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분식회계는 상장폐지나 관리 종목 지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사상 최대 규모인 5조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대우조선해양도 상장폐지되진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우리 회사는 지속적으로 매출이 성장하고 있으며 1조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한 우량기업"이라고 상장폐지될 이유가 없음을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될 시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게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말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 소액주주만 8만175명에 달한다.

◇따가운 여론에 골치 아픈 기심위, 시간 끌기로 나올까?

문제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여론이 워낙 사납다는 점이다. 참여연대 등 진보진영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연계돼 있으며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삼성물산 내부 문건을 공개하면서 더 힘을 받고 있다.

이미 진보 진영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와 더불어 삼성물산 감리를 요구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증선위 결론은 박 의원이 내부 문건을 공개하면서 여론이 불길처럼 일어난 것과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기심위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사실 한국거래소가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심위로 사안을 넘긴 것에도 ‘뜨거운 감자’를 피하려는 의향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기심위는 현재 어느 쪽을 선택해도 뜨거운 논란에 휩싸일 수 밖에 없는, 진퇴양난의 상태다.

때문에 기심위가 섣불리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기보다 시간 끌기 쪽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심위는 ‘상장 유지’와 ‘상장폐지’ 외에도 ‘개선 기간 부여 후 재심사’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개선 기간은 최대 1년까지이며 재심사한 후에도 또 다시 개선 기간을 부여할 수 있다. 즉, 최대 2년까지 시간을 벌 수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행정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심위가 결론을 미룰 수 있다”고 예측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27일 서울행정법원에 증선위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기심위로서는 행정소송 결과를 지켜본 뒤 이에 맞춰 결론을 내리면 한결 부담이 덜할 수밖에 없다. 행정소송은 통상 2~3년 정도 걸린다.

다만 개선 기간 동안에는 주식 매매거래가 계속 정지된다는 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주들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seilen78@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