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한은…경착륙 유도하나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통화당국이 30일 기준금리를 인상, 경제 거품 빼기에 나섬으로써 경착륙이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수년간 경제가 비교적 호조일 때는 인하하거나 동결, 가속페달을 밟다가 경제 성장 둔화가 시작되는 분기점에 브레이크를 잡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고통도 서민과 소상공인과 같은 취약계층에 집중될 공산이 커 현 정부의 기류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특히 한미금리 차이와 금융안정상 문제가 심각하지도 않다고 판단하는 만큼 인상조치의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 논란 속에 금리 인상…잘못된 시점과 스탠스는 책임 없을까

어느 나라 중앙은행도 경기가 둔화하는 시점에서 기준금리를 높이지 않는다. 더욱이 고용상황이 좋지 않다면 오히려 부양책을 고려해야 한다.

한은이 판단한 실물경기는 장밋빛이다. 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수출도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면서 대체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규모가 소폭 늘어나는 등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앞으로 국내경제의 성장흐름은 지난 10월 전망경로와 대체로 부합해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또 투자가 둔화되겠으나 소비는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수출도 세계경제의 호조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서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성장률이 3.0%에서 2.7%로 둔화하고 있는데 이같은 장밋빛 전망이 가능할까.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마이너스로 급전직하하는 가운데 소비만 간신히 예년과 비슷해질 정도인데 왜 좋다고만 할까.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동행지수는 7개월째, 선행지수도 5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각종 조사에서 소비심리는 바닥을 기고 있고 실업률은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한참 높은 편이다.

내년에는 2.3%까지 경제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무디스의 전망도 있고 현재 22.7%에 이르는 수출증가율은  3%대에 머물 것이라는 국내 연구소의 예상도 나온다.

단순히 수치로 봐도 그렇고 전망의 불확실성이 경제 전반을 덮치고 있는 국면이다.

그런데도 한은이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면 일단은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밝다고 봐야 한다.

이주열 총재는 이와 관련, 금리를 올리면 성장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이번 인상은 우리 경제가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일 것이라고 봤다. 특히 경기 둔화에 대해서는 아직도 판단할 수 없다면서 수출증가세가 지속되고 정부 부양책이 효과를 낼 것으로 보여 현 수준의 성장률을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 경제가 여러 요인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통화당국의 잘못된 판단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잘 나갈 때도 완화정책을 쓰던 통화당국이 굳이 성장이 둔화하는 것으로 보이는 순간에 금리 인상을 왜 단행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성장과 취약계층에 부담 줘도 금리를 인상해야 했나…금융불균형과 한미금리 차가 배경?

통화당국은 기준금리 인상이 경제에 충분히 부담을 준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더욱이 금리 부담은 취약계층과 취약부문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잘 알 고 있다.

그래서 이 총재도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포함된 서비스업 구조조정이 심화될 것이라는데 대해 동의했다.

이렇게 성장에 부담을 주고 구조조정이라는 난제를 촉발하는데도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금융불균형 해소라는 측면에 무게가 실린다.

이 총재는 "금융 불균형에 대한 중요 지표에 대해 가계부채의 누증상황이 가장 눈여겨보는 지표가 된다"면서 "어떤 특정 시장, 특정 부문, 예를 들면 부동산시장이든가 그런 쪽으로의 자금쏠림 여부는 없을 것인지, 그 다음에 투자자들의 위험선호 정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하는 것을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자본유출도 이번 기준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 총재는 대외건전성, 특히 경상수지의 큰 폭 흑자라든가 재정의 건전성 등을 감안해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입이 상당히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되고 그에 따라서 일부 취약국의 금융불안과 투자자들의 위험 기피 성향이 확대되는 등의 상황에서 자금유출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시스템에 부하가 가더라도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어려움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건전성을 기하기 위한 당국의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장 어려워지고 있을 때 더 큰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는 정책으로 전반적인 거시흐름에 부담을 줄지 주목된다.

지난 2008년 이후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국내기업들은 성장세 속에서도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자동화로 인력을 줄여왔다. 그로 인해 실업률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다.

이제 다시 거품빼기와 구조조정을 이야기한다면 과연 옳은 방향설정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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