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KT 화재, '재난지역 선포' 주장이 나오는 이유

KT 서울 아현지사 화재 감식 현장.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장영일 기자] 지난 24일 오전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로 서울의 5분의 1이 사실상 고립됐다. 통신·금융 장애로 치안, 의료 등 국민의 안전까지 마비되는 사실상 통제 불능 사태에 빠졌다.

아직도 상당수 시민들은 평소 인식하지 못했던 통신 두절이 가져오는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다.

상당 부분 복구는 됐지만 보상과 복구 비용에 대한 문제가 커지고 있다. KT가 이번 사태의 원흉으로 지목되면서 모든 책임을 떠앉는 모습이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지역이 광범위한데다 법률상 보상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다수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입은 피해와 KT가 그것을 이미 인지했어야 한다는 점을 동시에 증명해야 하는데, 이어질 법정 다툼에서 피해자들의 승산이 낮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부에선 피해지역을 재난지역으로까지 선포해 피해자들을 구제해주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특별 재난 지역이 선포 되기 위해서는 △대형 자연재난으로 국고지원대상 피해기준금액의 2.5배를 초과하는 피해가 발생한 재난 △사회재난 중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능력이나 재정능력으로는 수습이 곤란하여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재난 △그 밖에 재난발생으로 인한 생활기반 상실 등 극심한 피해의 효과적인 수습 및 복구를 위하여 국가적 차원의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재난에 해당돼야 한다.

비록 이번 사태가 위 사항에 해당되는지는 좀더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광범위한 지역이 통신 두절에 따른 위험에 노출됐다는 점에서 국가적인 대응이 필요한 중대사였다는 점에는 틀림 없다.

아울러 이같은 재난의 책임을 한 기업에게만 전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KT에게만 모든 복구, 보상비용을 다그칠 경우 기업은 통신요금 상승이라던지 서비스 품질 저하 등이 불가피해 결국 국민들이 고통을 분담하게 하는 결과를 낳게 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 주도하에 화재에 대한 통신망 관리기준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다른 통신사들도 이번 화재를 교훈 삼아 시설 점검 강화 및 재발 방지 프로그램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화재가 난 아현 지사는 등급 산정 당시엔 규모가 작았지만 점차 지점 통폐합을 거치면서 비대해졌음에도 여전히 중요도상 가장 낮은 D등급에 머물렀다.

A~C등급은 매년 정부가 안전점검을 하고 통신관로도 이중으로 구축해 한쪽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회선으로 돌려 통신장애를 막게돼 있다. 그러나 D등급은 KT가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통신관로도 이중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 문제는 D등급에서 난 사고가 국가재난에 준하는 위기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만일 위해 세력이 이런 국가기간시설에 테러를 자행했을 경우 그 피해와 파장은 가히 상상하기 힘들다. 국가기간 시설에 관리에 한치의 오차가 없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망을 이원화 하는 등 근본대책을 마련해 이같은 상황이 두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통신사 역시 긴밀히 협조해 상호간 백업을 위한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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