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D-4] 2000선대로 추락한 코스피…금리인상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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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  오는 30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를수록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도가 올라가 증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각에서는 금리인상은 증시에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코스피가 2000선을 하회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금리인상은 이미 시장에 반영돼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함께 존재한다.

◇우울한 코스피…내년도 반등 힘들어

최근 코스피가 2000대에 머무른 채 좀처럼 반등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약 5년간 2000선 안팎을 오가며 지루한 흐름을 보였던 ‘박스피(박스권+코스피)’의 오명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더 큰 문제는 내년에도 별로 나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적 정체와 비우호적인 대외 여건이 겹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으리란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는 증권사들의 내년 코스피 예상 밴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KB증권(1900~2370), 삼성증권(1950~2360), 신한금융투자(1850~2350), 메리츠종금증권(1900~2400) 등 대부분의 증권사들 예상치 상단이 2300~2400 사이에 형성되고 있다.

코스피 3000을 바라보던 지난해말과 비교해보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특히 하단은 1800~2000 사이라 2000선을 하회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내년 코스피 상장사의 당기순이익이 올해 대비 4.4% 줄어든 138조원에 머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실적 역성장은 2012년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문다솔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내년 코스피 상장사들의 순익은 1% 감소할 것"이라며 "상저하고 패턴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된 사유는 국내 기업 실적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반도체 실적 둔화와 불안정한 대외 여건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상장사 전체 순이익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업종 이익의 내년 감소가 예상된다"며 "각종 불확실성으로 5년 만에 순익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미중 무역전쟁 격화,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 여건도 비우호적이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가 서서히 나빠지고 있다"며 "경기선행지수와 경제성장률 등 측면에서도 대체로 고점을 형성하는 등 각종 지표가 경기 둔화 신호를 보내고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되면 달러화 강세 흐름도 계속될 것"이라며 "이는 신흥국 시장에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한은 금통위 주목하는 시장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모든 게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인상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코스피 2000선 하회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 위축이 진행되면서 마이너스의 국내총생산(GDP) 갭을 축소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금리가 오르면 경기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가 둔화될수록 기업의 실적은 떨어지며 자연히 증시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반면 한은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김선주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에 기준금리 1회 인상 정도는 충분히 반영돼 있다"며 "시장이 추가 금리 인상이 없다는 것을 낙관적으로 받아들이면 약세 요인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고점은 10월 금통위 전에 이미 지나 금리 인상 여부와 관계없이 시장금리는 하락할 것"이라며 오히려 금리가 내려가 증시가 활성화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특히 부진한 경기 때문에 한은이 내년에는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는 점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할 것으로 여겨진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2019년 경제금융시장 전망'을 통해 "한은은 이달 금리인상을 단행한 후 상당 기간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 11월에 기준금리를 올린 뒤 내년에는 동결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민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금리인상은 경기회복을 상징하는 게 아니라 가계부채 부담에 따른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며 “경기 부진이 쉽사리 나아지지 않을 것이므로 내년에는 금리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선 부국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는 지난해 2분기 이후 내리막길이어서 잠재성장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물가 상승률도 높지 않은데 연준의 금리인상 흐름을 그대로 따라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은 한은이 가계부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올릴 뿐 연준과는 다른 자세란 점을 이미 인식하고 있다”며 “따라서 금리인상이 증시를 움직일 ‘엑스 팩터’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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