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구도심· 신도시 상가투자법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생계형 점포창업과 상가투자는 초기투자금액이 큰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현재 높은 실업률과 높아지는 상가공실률은 우리경제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잘 보여주고 있어 이러한 시기에 잘못된 투자를 할 경우 리스크가 크다. 만약 상가에 투자를 생각 중이라면 최근 시장상황을 직시하고 섣부른 투자에 나서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서울 구도심의 상가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상가 투자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골목상권의 발달로 소비층이 분산되는 동시에 경기는 침체돼 구도심의 높은 임대료를 임차인이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진 것이 공실률 증가의 주된 이유다. 이에 따라 상가 투자시장에서의 구도심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서울 구도심 상가의 공실률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국토교통부의 2018년 2분기 공실률 자료에 따르면 중대형 상가는 이태원 21.6%, 논현역 18.4%, 혜화동 14.2%, 동대문 13.9%, 테헤란로 11.9%, 압구정 10.7% 순으로 나타났다. 5년 전인 2013년 2분기와 비교하면 이태원은 3.3%에서 21.6%로 6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동대문은 7.1%에서 13.9%로 2배, 압구정은 3.9%에서 10.7%로 3배 가량 늘었다.

소규모 상가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홍대와 합정의 공실률은 17.2%, 공덕역 12.8%, 논현역 9.2%, 압구정역 6.9%, 서울역 5.8% 순으로 공실률을 보였다. 5년 전(2013년 2분기)과 비교하면 홍대·합정은 6.2%에서 17.2%로 공실률이 3배 가량 증가했고, 신촌은 0%에서 6.9%로 공실이 크게 늘었다.

투자금액이 큰 상가투자에서 최악의 상황은 공실이다. 공실 상태의 상가는 수익이 전무하고 오히려 지출만 발생하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또 서울에서도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구도심 유명상권의 공실이 늘었다는 것은 이들 지역의 상가 투자 수익률도 하락추세임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실제 명동이나 압구정, 혜화 등 구도심의 유명 상권들은 이미 확장이 충분히 이뤄졌고 현재는 상권 축소 현상이 진행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상권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구도심 유명 상권이 지닌 집객 파워다. 소비층이 골목상권 등으로 분산되며 구도심 상권의 축소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러 지역의 다양한 소비층을 끌어들이는 역할은 골목상권 대비 구도심 상권이 월등하다. 대중성이 높은 프랜차이즈 브랜드 대부분이 구도심 상권에 입점해 있다는 점도 폭넓은 고객층의 집객에 메리트로 작용된다.

단, 구도심 유명 상권은 이미 형성된 임대료 수준이 높기 때문에 투자금 부담도 높은 편이다. 상가 투자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투자처 물색을 더욱 꼼꼼히 해야 하는데,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좋은 상권’에 입지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상권의 축소 현상이 더딘 곳을 선택하는 것이다. 상권은 형성돼 자리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소멸되는 데에도 매우 긴 시간이 소요된다. 하루 아침에 상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구도심 상권에 위치한 상가의 투자가치가 사라졌다고 말 할 수도 없다.

다음 단계에서는 상권 내 ‘괜찮은 자리’에 입지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업종을 가리지 않는 입지가 가장 좋으며, 그게 안 된다면 어떤 업종이 들어와야 좋을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다음은 ‘가격’으로, 매매 가격이 주변 시세와 입지 대비 합리적인지 여부를 잘 따져야 한다. 좋은 상권에 입지가 괜찮더라도 터무니없는 가격이면 수익률에는 불리하게 작용된다.

이후에는 건물 관리상태, 연식 등 건물가치가 괜찮은지 살펴보자. 지금까지의 모든 요건들이 손색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 세입자(임차인)와 장기 임대계약이 맺어져 있고 운영 업종도 유망하다면 그 상가, 놓쳐서는 안 되는 상가다.

구도심 상권 중에서도 영등포, 청량리 등은 정비사업을 통해 새롭게 탈바꿈되고 있어 향후의 상권이 되살아날 가능성도 높아졌다. 현재는 다소 침체된 구도심 상권이라도 상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재건축·재개발·관광·문화복합사업 등이 활발히 진행중이라면 미래가치를 보고 상가 투자에 나설 만 하다.

다만 상권과 입지, 가격, 건물가치, 업종에 대한 판단은 다양한 상권을 발품팔고 현장 감각을 익혀야만 정확한 판별이 가능하다. 상가 투자 이전 많은 매물을 접해보는 과정이 선행되어져야 좋은 투자처를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

신도시에 위치한 상가는 상가 투자 시 가장 깐깐하게 굴어야 되는 투자처로 꼽힌다.

경기불황과 소비침체 등이 겹치며 점포의 폐업률이 늘어가는 요즘, 신도시 상가의 공실 몸살도 가중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신도시는 계획된 목표에 따라 의도적으로 개발된 새로운 도시다. 수용인구와 인구밀도는 물론 주거와 상업용지가 철저히 계획된 비율에 따라 조성된다. 이에 따라 신도시 내에는 상업시설이 무분별하게 들어설 수 없지만 배후수요는 고정돼 있어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서 본다면 사실상 가장 안전한 상가 투자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신도시 상가 투자 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바로 모든 신도시가 겪게 되는 신도시의 성장주기다. 신도시는 단계별로 개발이 진행되고 아파트와 상업시설도 순차적으로 공급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게 된다. 신도시는 아파트 입주 후 적어도 1년 이상, 3년은 넘어서야 안정화 단계에 이르고 상권도 비슷하게 활성화 흐름을 타게 된다.

최근 공실 몸살을 겪고 있는 위례와 동탄2, 다산신도시, 세종시 등 신도시 상가 투자 실패 사례는 이러한 신도시의 성장주기를 고려하지 않고 묻지마 투자를 실행했기 때문이다. 신도시 상권은 구도심에 위치한 상가보다도 활성화 속도가 더딘 편이다. 때문에 신도시 상가는 상권 형성기간을 보수적으로 길게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입지와 업종 선점에 있어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나 신도시 초기 형성 단계에서 공급되는 상가라면 자금 활용 계획에 있어서도 무리한 대출은 지양하고 가급적 자기 자본(현금) 비율을 높이는 것이 좋다. 배후수요 부족으로 인한 상가의 공실 위험성도 높기 때문에 지출을 대비해야 하며 신도시 형성 초기를 버틸 수 있는 여유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도시 형성 초기 투자의 장점은 구도심 대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초기 선점이 가능한 만큼 상권 안정화 단계에서는 수익률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금 동원력이 높다면 신도시 초기 형성단계의 상가 투자가 더욱 유리 하지만 상권의 정체와 고분양가는 경계해야 한다.

신도시 개발 마무리 단계의 상가는 상권의 활성화가 이뤄져 공실 위험은 낮아진다. 선임대 계약이 맺어진 상가도 많고 그만큼 분양가에 프리미엄이 녹아들어가 가격도 높게 형성되는 편이다. 안정적인 수익확보가 가능하지만 신도시 초기 상가 대비 투자 수익률의 극대화는 어려울 수 있다.

신도시를 선정할 때에는 전체 신도시 면적에서 상업용지 비율이 5% 이하인 곳을 택해야 한다. 상업용지 비율이 낮을수록 희소성이 높아 수익률 면에서 유리하다. 또 신도시 내에서도 역세권 상가가 좋은데 역세권에서 멀어지면 임차인이 운영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입주가구가 소비층으로 버티게 되는 단지 내 상가의 경우 단지 규모가 최소 800세대 이상, 최대한 1000세대 이상일 경우 투자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또한 단독 상가이면서 외부와 맞닿은 1층 상가가 공실 위험성이 낮아 수익률 확보에 유리하며 전용면적 59~84㎡ 위주로 구성된 중소형 아파트가 단지 내 소비심리가 높은 편으로 상가 또한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신도시 상가는 초기 위험부담을 감수하면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속담처럼 마지막에는 미소 지을 확률이 높은 투자처다. 신도시 입주가 마무리되고 상권이 활성화 단계에 이르면 지가 상승 등이 상가에 반영돼 훗날 매도 시시세차익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신도시 상가는 대부분 장기적으로 상가 보유를 유지했을 때 비로소 수익이 극대화될 수 있는 상품이다. 입지를 판단할 수 있는 안목과 높은 현금 동원력이 준비된 인내심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에 나설 것을 추천하고 싶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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