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운명의 한달'…상폐 가능성 점검

거래소 심사 상폐 사례 없어…"분식회계로 상폐 가능성 낮아"
삼성그룹으로 파장 확대…여론 악화 시 상폐 가능성 배제못해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고의적인 분식회계 결론을 받으면서 한국거래소 상장폐지 실질심사의 대상이 됐다.

실제로 상장폐지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그러나 분식회계 결론 직후 삼성물산 감리 주장이 나오는 등 파장이 삼성그룹 지배구조로 번지면서 자칫 여론이 악화돼 심의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거래소 심사는 약 1개월 동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도 상폐되진 않아”

지난 14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선위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는 고의적인 분식회계”라고 밝혔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규모를 약 4조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어 분식회계와 관련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해임을 권고하고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했으며 검찰에도 고발 조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은 다음날인 15일부터 거래 정지됐으며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실질심사 절차에 돌입했다.

우선 한국거래소가 분식회계 결론 이후 15영업일 이내에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기업심사위의 심의 대상으로 올려지면 해당 결정일로부터 20영업일 이내에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실제 심사 기간은 약 1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상장폐지실실심사의 기간은 20~40일 정도”라면서 “대개 한 달 정도면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일단 시장에서는 상장폐지까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며 “상장폐지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의 연구원은 “다른 케이스들과 비교해 볼 때 거래정지는 될 수 있어도 상장폐지까지 갈 사안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그는 “상장폐지로 갈 경우 국내 제약 및 바이오주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게다가 외국인투자자들에게 규제 리스크로 다가와 해외자금 유출의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실질심사 제도를 도입한 이래 심사 대상이었던 상장사 15곳이 모두 상장이 유지됐다"며 상장폐지로 갈 확률은 거의 없음을 내밀었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분식회계는 상장폐지나 관리 종목 지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사상 최대 규모인 5조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대우조선해양도 상장폐지되진 않았다.

◇“여론 추이 주목해야”

반면 상장폐지 여부는 쉽게 단언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도 있다.  여론 악화가 실질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는 곧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나아가 삼성그룹 지배구조로도 연결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가 분식이라면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조90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흑자회사가 아니라 자본잠식 상태인 기업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의 적정성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다음해 합병한 두 회사의 주식교환비율은 제일모직 1, 삼성물산 0.35였다. 제일모직 주식 한 주당 삼성물산 주식 3주로 교환됐다는 얘기다.

제일모직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된 주된 원인은 당시 제일모직이 최대주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높은 기업가치였다. 2015년에 대형 흑자를 내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는 약 8조원으로 평가받았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가 급락한다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주식교환비율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6.5%)로 떠올랐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과 함께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회사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밑작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내부 문건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비롯해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직결된다”며 “증선위는 곧바로 금융감독원의 삼성물산 감리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처음 제기한 참여연대측은  “의혹을 투명하게 해소하기 위해 삼성물산에 대한 조속한 감리 착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 부위원장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재무제표가 수정되면 연결로 지배하는 모회사인 삼성물산 재무제표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삼성물산 감리 필요성 여부는 따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고의적인 분식회계 결론 역시 박 의원이 내부 문건을 공개하면서 여론이 불길처럼 일어난 것과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차후 상장폐지실질심사의 진행에서도 여론의 추이를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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