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30억으로…" 예보, 은닉재산 신고포상금 증액 '답보' 왜?

은닉재산 신고건수 감소 속 예보, 포상금 증액 추진
"파산재단 배당 줄어선 안 돼"…법원은 부정적 입장

예금보험공사 서울 다동 본사 전경. 사진=오현승 기자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예금보험공사가 은닉재산 신고포상금 지급한도를 현행 20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같은 계획에 좀처럼 탄력이 붙지 않고 있다.

신고포상금을 높여 은닉재산 회수에 힘을 싣겠다는 예보의 구상과는 달리 법원에선 신고포상금 지급액이 늘면 파산배당금이 줄어다는 점을 들어 곤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보·국회 "신고포상금 높여 은닉재산 신고 활성화"

예보는 일반 국민이 금융부실관련자의 은닉재산 정보를 쉽게 신고하도록 유도하고자 지난 2002년 5월 은닉재산신고센터를 설치했다. 이후 예보는 설치 당시 5억 원이던 신고포상금 최고한도를 2013년 10억 원, 2015년 20억 원으로 높였다.

신고포상금 증액은 주변인 신고를 유도해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특히 부실관련자의 은닉 방법이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부고발이 없으면 재산 회수가 쉽지 않다는 게 예보의 입장이다. 가뜩이나 최근 들어선 은닉재산 신고건수가 월평균 2~3건 수준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국회에서도 은닉재산 신고포상금을 높이자는 의견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예보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예보는 지난 2002년 은닉재산 신고센터를 둔 후 올해 8월까지 약 601억 원의 은닉재산(83건)을 회수했다. 주로 채권, 부동산, 주식 및 예금의 형태인데, 이 과정에서 지급된 신고포상금은 37억 원이다. 전체 회수액의 6.1%가량이 신고포상금으로 나간 셈이다. 정무위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은닉재산 신고를 활성화하려면 신고포상금 한도를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유사한 사례는 다른 기관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한 예로 국세청은 지난해 말 국세기본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탈세제보포상금 한도액을 종전 30억 원에서 40억 원으로 올리고 지급률도 종전 최고 15%에서 20%으로 상향했다.

◇法 "신고포상금 늘면 파산재단 배당 줄어"

신고포상금을 높이는 작업은 예보와 전국 40여 곳의 파산재단 및 각 파산재단 관할 법원 간 논의가 필수다. 기본적으로 금융사 부실관련자의 은닉재산을 회수하는 건 파산재단의 재산을 찾는 개념이라서 파산재단을 통해 신고포상금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파산재단을 관할하는 각 법원의 승인과 동의가 뒷받침돼야 하는 구조라는 얘기다.

예보 재산조사부 관계자는 "신고포상금 액수를 현행 20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올리는 내용에 대해 법원 파산부와의 논의가 상당 부분 진척된 상황"이라며 "전국 파산재단 차원에서도 지방 법원의 파산부와 관련 내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국 법원 파산부 중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서울회생법원(옛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의 말은 다르다. 서울회생법원은 예보와 신고포상금 증액을 둔 논의를 현재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한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신고포상금 증액과 관련한 논의는) 올해 5월이 마지막"이라면서 "당시에 파산재단에서 지급하는 신고포상금을 증액하는 건 곤란하다고 (예보 측에)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즉 법원은 신고포상금 지급액이 커질수록 파산재단의 배당금이 줄어드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파산재단이 아닌) 예보 자체 예산으로 신고포상금을 지급하게 된다면, 그 건 법원이 관여할 바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정부와 예보로서는 신고포상금을 높여 은닉재산 회수를 극대화하는 데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법원 입장에서는 채권회수후 배당해야 할 돈의 일부가 신고포상금으로 지급되는 구조가 부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신고포상금 규모가 최고 30억 원이라면 이는 개별 파산재단으로서는 상당히 큰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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