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기 하강 사이클 구간…수익률보다 안정성에 중점 둬야

김연준 KEB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장
11월도 중순에 들어서면서 모두를 긴장하게 하는 ‘수능 시즌’이 됐다. 다행히 예년 같은 수능 한파는 없다지만 뿌옇게 덮은 미세먼지와 함께 낮아지는 수은주가 올 겨울은 또 얼마나 추울지 우울한 마음이 든다.

이 우울함은 요즘 우리 경제에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듯하다. 특히 주식시장이 겨울 날씨처럼 차갑게 얼어붙어 있다.

시장의 경기변동과 이를 반영하는 주식시장도 계절처럼 사이클이 있다. 현재의 시장도 무더웠던 날들이 지나가고 갑자기 체감온도가 뚝 떨어진 시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10년 주기설’을 언급하며 ‘IMF 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많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시장이 급락하기 전에 빠져 나오려던 투자가들 중의 대다수는 “또 당했다”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런 상황은 직접투자가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나 언론의 말을 듣고 유망하다는 펀드나 높은 수익을 제시하며 일정 부분 안정성을 추구하는 구조화 상품에 투자했던 간접투자가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런 사이클을 알고 있으며 때로는 전문가를 넘어서는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고점 인근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큰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일까?

체계적으로 분석해 보지는 않았지만 주변의 사례들을 보면 몇 가지 특징적인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첫째, 사이클의 방향을 잘못 예측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전문가조차도 고점을 맞추기는 쉽지는 않다. 언론이나 전문가들도 주가지수 2600선을 찍었던 때나 그 이후 조정을 받고 2500선을 회복했을 때에도 “올해까지는 괜찮다”라는 말을 많이 했었다.

일반인들도 “그래도 올해 상반기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위험을 알고는 있지만 좀 더 파티를 즐기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둘째, 사이클의 깊이를 생각 못하는 상황이다.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잘 빠져 나왔다가 어느 정도 하락했을 때를 투자기회로 판단하고 재투자했다가 추가 하락이 나타났을 때 혹은 수익을 본 상황에서 추가 투자를 했다가 반락했을 때 큰 손실을 입는 케이스가 다수다. 

시장이 상승할 때와 하락할 때의 대응이 다른데 너무 상승하는 상황에만 익숙해 있다가 잘못된 투자를 하게 된 것이다.

셋째, 다른 사이클로 투자를 변경했지만 큰 틀에서 사이클의 변동을 비켜가지 못하는 경우다.

작은 파도를 피하려다 큰 파도에 휩쓸리는 것처럼 한 때 국내 증시를 빠져 나와 중국이나 베트남 등으로 투자한 자금이나 미국의 상승은 더 지속하리라는 믿음으로 옮겨간 자금들도 지금은 손실의 구간에서 헤매고 있다.

물론 조만간 현 상황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반등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상황이 그리 편하게 보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금리를 올리고 있는 미국이야 아직도 고용이나 성장률이 좋게 나타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는 성장률 전망치가 자꾸 내려가는 상황이다. 이래서는 큰 폭의 반등이 어렵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우선 현금 보유부터 늘려야 한다.

지금보다 훨씬 낙폭이 커져 진정한 투자의 기회가 왔을 때 손실자산만 보유하고 있다면 투자하기 쉽지 않다. 그럴 때를 위해서라도 일부분은 손실을 감수하고 현금 비중을 확보해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손실을 피한 투자자라면 이런 상황이 상대적으로 투자기회가 많아 보일 수 있다. ‘기술적 반등’이라는 말도 있듯이 ‘작은 사이클’도 언제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큰 욕심은 버리는 것이 좋다. 목표 수익률을 낮추고 달성 시에는 바로 빠져 나오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지금은 위험을 무릅쓰기보다 안정성에 중점을 둬야할 때다.

투자자산으로는 달러화를 추천하고 싶다. 만약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는 더욱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달러는 이자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금리인상으로 원화예금보다 금리가 높아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기에 나쁘지 않아 보인다.

달러화는 1만달러까지만 살 수 있지 않냐고 반문하시는 분도 많은데 보유목적의 달러라면 한도가 정해져 있지 않다.

최근 달러화를 활용한 ELS나 DLS상품 또는 해외채권 등 다양한 상품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좀 더 높은 수익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이런 투자상품이 적당할 수 있다. 환차익은 비과세 매력도 있다.

원화 강세가 나타나면 환율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추세가 멈추기 전까지는 크게 고민할 사항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김연준 KEB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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