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無' 기업은행, 자회사 설립 통해 연내 매듭

연내 자회사 출범…"편입 동의한 인력부터 우선 채용"
경비직군 등 '자회사 강행' 반대…"협의기구 대표성도 의문"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용역근로자 등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 위한 기업은행의 움직임이 자회사 설립 방식으로 최종 마무리될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7월 이사회에서 자회사 설립안을 의결한 후 최근 자회사 설립을 위한 협약식을 진행했다. 늦어도 연내 자회사를 설립하고 해당 자회사는 편입에 동의한 인력을 우선적으로 고용해 출범한다. 다만 경비 등 일부 직군에서는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방식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파견·용역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한 건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9월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파견·용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듬달 김도진 기업은행장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파견·용역직 고용은 협의 기구를 만들어 논의 중"이라면서 "별도로 자회사를 세워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같은 해 7월 20일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 계획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후 이뤄졌다.

가이드라인은 파견·용역직에 대해 '노·사 및 전문가 협의'를 통해 정규직 전환 대상, 방식 및 시기 등 결정, 전문가로 구성된 지원단의 컨설팅·조정 등을 거치라고 요구한다. 자회사 방식을 채택한 경우 용역 형태의 운영을 지양하고 전문서비스 제공 조직으로 실질적 기능을 하도록 조직 구성 및 운영방식을 강구하라고 권고한다.

기업은행은 올해 6월 26일 용역 근로자를 정규직화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임상현 전무 직속으로 꾸려진 TF는 △인력자회사 설립 △인허가 취득 △자회사 운영방안 마련 등을 준비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업은행은 지난 7월 26일 개최한 이사회에선 인력자회사 신설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김도진 행장, 임상현 전무를 비롯해 이용근, 김정훈, 이승재 사외이사 모두 이 안건에 동의했다.

자회사 통한 정규직 전환은 효율성 때문이라는 게 기업은행의 설명이다. 올해 6월 말 현재 기업은행의 직원수는 1만 2860명(기간제 228명 포함 시)인데, 2000여 명을 직접 고용하기엔 생산성 및 관리 측면에서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예산 및 정원 등의 여러 통제를 받는 금융공공기관의 특성을 감안할 때 고용안정 측면에서 인력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은 다소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기업은행 관계자는 "최근 자회사 설립을 통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는 내용의 협약식을 진행했다"며 "약 2000여 명 규모의 전환 대상자가 모두 동의하지 않더라도 법인을 설립하고 금융위원회에 승인을 신청하는 데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인력의 동의를 받은 후 자회사를 설립하는 건 시간적 제약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부 반발도 나온다. 현재 정규직 전환 대상은 미화·사무보조·조리·운전·시설관리·경비 등 6개 직군의 약 2000여 명이다. 대표적으로 600여 명이 넘는 지점 경비인력들과 시설관리 인력은 자회사 설립 방식의 정규직화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은행 정규직 전환 대상자 가운데 일부는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 방식에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업은행 을지로 본점 앞 플래카드. 사진=오현승 기자

공공연대노조 서울경기지부 배재환 기업은행지회장은 "기업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정규직 전환 방식은 은행의 지시에 따라 자회사가 업무를 수행하고 문제 발생 시 자회사가 책임을 지는 구조"라면서 "이는 '자회사 방식을 채택한 경우 용역 형태의 운영 지양하라'는 정부 가이드라인과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 지회장은 "정규직 전환 논의를 위해 꾸려진 협의기구 역시 공정한 방식으로 대표자가 선발되지 않았다"며 "약 800여 명 규모의 미화직군 노동자 대표에 용역회사 관리소장이 선정된 게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기업은행은 연내 자회사 설립에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위 승인을 거쳐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의사를 밝힌 인력을 대상으로 한 인력자회사가 세워진다. 임상현 기업은행 전무는 "여전히 일부 (자회사로) 안 들어오신 분들도 있지만, (자회사 편입에 동의한 인력만이라도) 선별적으로 연내 자회사를 출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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