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음서제 <하> ] "노동시장 혼란 일으킨 정부도 책임"

"공정 채용 위해 노사가 단체 협약 손질 필요"
사실상 처벌은 어렵다는 의견, 제재 강화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정된 좋은 일자리를 자손까지 대물림시키는 현대판 음서제인 고용세습이 사라지기는 커녕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악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가뜩이나 취업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고용세습 악폐는 청년들에게  또 한번의 좌절을 안기고 있다. 일부 기업의 단체협약에 조합원 자녀나 장기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지만 정부는 노사 문제라며 수수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파이낸스는 뿌리 깊은 고용세습의 원인과 현황을 들여다보고 해결 방안 등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세계파이낸스=장영일·주형연 기자] 전문가들은 이번 '현대판 음서제' 논란과 관련,  정부의 정확한 감사와 책임 인정, 불공정 채용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실질적인 제재 등을 촉구했다.

먼저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불공정 채용행위에 대해 원칙적으로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최근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 원인은 정부가 제공했다고 본다"며 "공공기업도 기업인데 노동 부문은 탄력적인 것과 비탄력적인 것이 섞여 있음에도 불구 대규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노동시장에 혼란을 가져온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지금이라도 잘못된 부분에 대해 철회하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블라인드 채용 역시 기업들의 채용 과정 음지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노사가 상호 협의를 통해 공정한 채용문화를 조성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창출팀장은 "앞서 고용노동부에서 이러한 관행에 대해 기업들에 시정하라고 권고 했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은 곳들이 많다"며 "노조측은 상징적으로 놔둔거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없애는게 맞다"고 설명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단체협약은 노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현대사회의 요구에 맞게 현실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직원 유고시 직원 가족들의 생계를 기업이 책임지는 도의적 역할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다른 방법을 조언했다.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는 "오랜 기간 근무했거나 근무중 사고를 당한 직원의 가족이 입사를 원할 경우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관점에서 가산점을 준다던지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규 채용인원이 원칙적이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선정되는 방향으로 노사가 타협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고용세습과 같은 행위에 대해선 처벌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 교수는 "먼저 정확한 감사가 우선이 돼야겠지만 굳이 범법행위라고 하기에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논란이 된 직원들은 비정규직에서 절차대로 정규직이 된 것 뿐인데, 결국 이것은 경영자들이 책임을 져야 되는 것이지만 어떤 기준을 가지고 처벌을 할지도 모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친인척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하기는 어렵고, 정책 감사를 통해서 공공기업의 방만경영 등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것 같다"며 "상황은 요란스럽지만 법적으로나 기소 대상은 거의 없을 것 같고, 감사를 통해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정치적 책임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고용세습 병폐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제재 조치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 팀장은 "고용노동부의 권고를 어겨도 벌금을 500만원만 내면 되는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라면서 "외부에서도 감사를 했음에도 고쳐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선 공공기관의 경우 감사를 통해서 사업비를 줄이던가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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