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어떻게] 인스턴트 원두커피 개척 '카누' 8년째 1위

시장 1위 맥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커피시장 창출
철저한 시장 분석에 고급화 성공…올해도 전년比 22%↑

 

사진=동서식품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신화를 일궈낸 사람과 기업들을 보면 그 노하우와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최고라는 타이틀은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최고가 된 이들은 숱한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남들과 다른 '차별성'을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됐다. 세계파이낸스는 성공한 기업 또는 인물들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은 무엇인지, 그들만의 노하우와 비결은 무엇이었는지 [왜/어떻게] 시리즈를 통해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세계파이낸스=유은정 기자] 2011년 첫선을 보이며 국내 커피 시장에 '인스턴트 원두커피'라는 새로운 영역을 창출한 카누(KANU)는 출시 이후 시장점유율 80%를 기록하며 소비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업계 1위를 지켜올 수 있었던 카누의 비결은 무엇일까.

동서식품 측은 카누의 성공 배경에 대해 인스턴트 커피임에도 커피 전문점에서 파는 맛을 재현해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은 것으로 설명했다. 특히 매년 100건이 넘는 시장 조사를 통해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대응한 마케팅도 성공 비법으로 꼽았다.

동서식품이 카누의 지난 2년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카누의 판매량(11억5000만잔)이 전년 대비 19%(9억6400만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캡슐커피 등 경쟁↑…동서식품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 창출

2010년대 초반 국내 커피시장은 동서식품의 맥심이 80%가 넘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변화의 바람이 조금씩 불었다. 스타벅스 등 커피 전문점이 확대되면서 우리 일상 속에 들어왔다. 실제로 2006년 말 1500개였던 커피전문점 매장 수는 2010년 말 9400개로 급증했다.

캡슐 커피, 스타벅스 비아 등 프리미엄급 봉지 원두커피 등도 출시되면서 커피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여기에 2010년 12월 남양유업이 무지방 우유를 넣은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를 출시하면서 변화의 움직임에 동참했다.

업계 1위인 동서식품 역시 고급화된 소비자 입맛에 맞춰 새로운 상품 '카누'를 개발했고 새로운 커피 시장인 '인스턴트 원두커피' 카테고리를 새롭게 창출했다. 고급화되는 커피 소비자의 입맛에 대응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동서식품의 카누는 인스턴트 커피의 장점인 조리의 편리성과 합리적 가격, 그리고 원두커피의 장점인 신선한 맛과 향이 합쳐진 인스턴트 원두커피다. 카누의 뜻도 카페 또는 커피와 '새로움'이라는 의미의 'New'가 합쳐진 브랜드명으로 새로운 카페, 새로운 커피를 의미한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당시 커피믹스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커피전문점의 이용빈도가 증가하면서 새로운 시장은 개척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며 "카누에 들어가는 원두는 커피 전문점에서 쓰이는 원두와 품질에 차이가 없고 언제 어디서나 따뜻한 물에 타기만 하면 고급 원두커피의 맛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 인스턴트지만 맛은 커피전문점…콜롬비아·과테말라 등 고품질 원두

동서식품은 카누를 커피전문점에서 먹는 커피 맛과 가깝게 만드는 데 주력했다.

실제로 카누는 커피전문점에서 원두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인 에스프레소 추출 방법으로 뽑은 커피를 그대로 냉동 건조한 커피 파우더에 미세하게 분쇄한 볶은 커피를 코팅한 제품이다. 물에 타기만 하면 바로 커피 전문점의 커피를 쉽게 마실 수 있다. 낮은 온도와 압력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LTMS 추출법과 원두를 짧은 시간 안에 낮은 온도로 추출하는 APEX공법이 적용됐다.

카누는 콜롬비아,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등 고품질의 원두를 다양한 방식으로 로스팅하고 블렌딩해 제품별로 다양한 풍미와 향을 느낄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카누 다크로스트는 100% 콜롬비아 원두만을 사용해 깊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다크로스팅으로 볶아 진한 초콜릿 맛과 스모키향을 즐길 수 있다. 카누 마일드 로스트는 아라비카 원두 중 프리미엄 급인 마일드 원두 중 콜롬비아,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원두를 블렌딩해 중남미 마일드 원두 특유의 풍부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미디엄 로스팅으로 산뜻한 과일 향과 달콤한 와인 향미를 입안 가득 즐길 수 있다.

카누 다크로스트 스위트 아메리카노와 카누 마일드로스트 스위트 아메리카노는 커피전문점 아메리카노에 시럽을 넣어 마시는 소비자를 위해 준비한 제품으로 브라운 자일로스 슈거를 사용했다. 브라운 자일로스 슈거 안의 자일로스 성분은 코코넛 열매에서 추출한 천연성분으로 몸 속에서 설탕 분해 효소의 활성을 억제해 체내로 설탕이 흡수되는 것을 줄여주는 건강을 고려한 설탕이다.

동서식품이 2011년 카누를 출시한 지 보름 만에 주요 할인점 누적 판매량 150만개를 돌파했다. 이후 다음 해인 2012년 한 해에만 2억잔을 판매했으며 이후 지금까지 국내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의 선도자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카누를 통해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이 생겨난 이후 롯데칠성과 남양유업이 각각 '칸타타 스틱'과 '루카'를 내놓았지만 이미 카누의 입맛에 익숙해진 소비자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매년 100건 넘는 소비자 조사…제품 다양화로 소비자 취향 사로잡아

사진=동서식품

동서식품은 카누가 10년 가까이 업계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정확하게 진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동서식품은 매년 100건 이상의 시장 조사와 분석을 진행한다.

이에 따라 카누는 △카누 라떼 △카누 더블샷 라떼 △카누미니 등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입맛에 맞춘 다양한 맛과 형태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카누 라떼는 커피전문점에서 아메리카노 다음으로 판매율이 높은 제품군이 라떼인 점을 고려해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나 부드러운 맛의 라떼를 즐길 수 있도록 출시된 제품이다. 보다 진한 라떼를 선호하는 소비자를 위한 카누 더블샷 라떼와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카누 아이스 라떼 등 총 3종의 구성으로 출시돼 소비자들이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카누 미니는 한국인의 음용 습관을 고려해 코리안 사이즈라 일컬어지는 120ml 컵 기준에 적합한 용량으로 구성된 제품으로 카누 미니 다크로스트 아메리카노, 카누 미니 마일드로스트 아메리카노, 카누 미니 디카페인 등 3종으로 구성됐다.

카페인에 민감한 소비자부터 임신 등으로 잠시 카페인을 멀리해야 하는 소비자들까지 모두가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제품으로 카누 디카페인이 있다. 카누 디카페인은 카페인 제거 공정을 거친 원두를 사용해 카페인 함량을 낮췄다. 카페인 함량은 낮아졌어도 기존의 카누와 마찬가지로 진한 향의 에스프레소 맛을 발현하는 커피 파우더에 미분쇄 원두가 코팅돼 깊고 은은한 커피의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와 압력으로 추출하므로 같은 양이라도 일반 인스턴트 커피보다 많은 원두를 사용하는 LTMS(Low Temperature Multi Stage) 추출법이 적용돼 원두 고유의 풍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디카페인 커피는 과거에는 주로 임신한 여성들이 마시는 일반 커피의 대체재라는 인식이었으나 이제는 일반 소비자들로 확장되고 있다"며 "디카페인 커피믹스 판매량이 50%가량 늘면서 시장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도 디카페인 커피에 대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 계절에 어울리는 '시즌 한정판 제품'…원두커피도 가성비 시대 
사진=동서식품

동서식품은 소비자들이 다양한 맛과 향의 카누를 즐길 수 있도록 기존 카누와 다른 원두를 베이스로 한 시즌별 카누 제품을 출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카누 한정판 제품은 꽃향기와 과일 향이 매력적인 에티오피아산 원두만을 라이트 로스팅해 만든 '카누 스프링 블렌드 아메리카노', 무더운 여름철 더위를 씻어낼 수 있도록 청량한 맛을 강조한 '카누 아이스 블렌드', 에티오피아·케냐·과테말라 3종의 원두를 블렌딩해 향긋한 꽃, 과일 향기를 머금은 풍성한 맛이 특징인 '카누 크리스마스 블렌드' 등으로 출시돼 소비자들이 각 계절의 특성을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백정헌 동서식품 마케팅 매니저는 "카누는 많은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간편하게 고품질의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동서식품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스턴트 원두커피"라며 "앞으로도 카누는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가장 맛있는 커피를 제공할 수 있도록 꾸준한 맛 개발과 연구에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서식품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 여파 등에 따라 외식업계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커피 전문점의 커피 대신 가성비 높은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카누 판매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카누 판매량은 전년 대비 22% 이상 증가한 14억1000만잔을 기록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했다.

김민수 동서식품 R&G 사업부 PM은 "불경기로 생활 물가가 계속 오르는 가운데 합리적인 가격에 양질의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동서식품은 소비자들이 맛있는 원두커피를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도록 좋은 품질의 원두를 지속적으로 개발, 공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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