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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파이낸스=장영일·주형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혔던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 사회 도처에 불공정한 고용세습이 만연해 있다.
현행 고용정책기본법과 직업안정법 등은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성별이나 연령, 신체조건 등과 함께 신분도 차별하면 안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경제계 뿐만 아니라 연예·체육에서까지 고용세습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2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단체협약에 '조합원 자녀 우선 채용'을 포함시킨 기업은 총 14곳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들은 '회사가 인력 수급계획에 의거 신규채용 시 정년 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직계자녀 1인에 한해 인사원칙에 따른 동일조건에서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거나 '정년 조합원의 요청이 있을 시에는 입사 결격 사유가 없는 한 그 직계 가족을 우선 채용한다'는 조항을 단체협약에 포함시켰다.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고용세습이 난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년간 경찰청이 적발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관련자가 1224명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공공기관 인사채용비리 단속 결과자료'를 보면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특별단속기간에 경찰은 93건의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적발해 184명을 검거하고 이 중 5명을 구속했다.
특히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3월1일자로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1285명 중 108명(8.4%)이 기존 직원의 친인척으로 밝혀지면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은행권에선 회장과 은행장 등이 채용 과정에서의 비리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으며 몇몇 은행장은 구속되거나 은행장 직위를 내려 놓아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악의 고용대란이 현재 진행형에 있다. 실업률은 외환 위기 시절 이후 가장 높아졌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3분기 청년(15∼29세) 실업률은 9.4%로 외환위기 시절인 1999년 10.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3분기 전체 실업률도 2.6%로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2001년 2.6%와 같다.
정부도 공공부문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범정부차원의 채용비리 근절추진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취약 공공부문의 취업부문 실태조사와 고발 신고 접수 및 수사의뢰, 관계 부처에 이행 점검 조치를 요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사기업의 채용에 대해선 여전히 노사의 합의에 따른 것이라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요구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이같은 고용 폐단을 법 개정을 통해 원칙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통해 "고용세습 단체협약을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 노동조합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자신들의 잇속만 차리고 호박씨를 까는 위선과 불의는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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