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한국경제…전문가들 "무리한 정책은 이제 그만"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고용이 급감하고 성장이 현저히 둔화하는 등 경기하락 신호가 강해지고 있다. 이 와중에 증시폭락까지 겹쳐 한국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여기에 유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 대외요인이 가세한 가운데 국내 산업계 투자심리는 더 위축되고 있어 우리나라가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속수무책으로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경제 컨트롤타워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부상하고 있다.

◇수출 제외한 모든 지표 악화‥OECD도 경고

한국경제의 현황을 알려주는 거의 모든 지표가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고용지표의 경우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9월간 구직기간 6개월 이상인 장기실업자 수가 평균 15만2000명으로 지난 1999년 6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지표가 최악이라는 것이다.

다른 거시지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은 전분기보다 0.6%증가 2분기 연속 0%대에 머물렀고 전년 동기대비 성장률은 2.0%로 9년 만에 최저치다.

3분기 설비투자는 전분기보다 4.7% 줄어들며 2분기(-5.7%)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건설투자는 6.4% 감소해 1998년 2분기 이후 최근 20년여 사이에는 가장 많이 줄었다.

그나마 호조를 보이는 수출 동향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을 보면 지난달 수출물량지수는 153.96(2010년=100)으로 작년 9월보다 5.2%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은 늘었으나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민간소비도 호조로 볼 수 없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해 1분기 0.7%, 2분기 0.3%, 3분기 0.6%로 세 분기 연속 1%를 밑돌았다.

이에 따라 한은을 비롯한 국내 기관 및 연구소들이 올해 경제전망을 대폭 내려 잡고 있는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아예 한국의 경기선행지표를 더 낮게 잡는 등 경고수준의 전망을 내놓고 있다.

28일 OECD에 따르면 올해 8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는 전월보다 0.1포인트 내린 99.2를 기록, 17개월째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 9월부터 2001년 4월까지 20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인 이후 최장 기간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투자심리 위축된 산업계

설비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것은 산업계가 적극적인 투자활동에 나서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글로벌 무역전쟁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국제 유가 상승, 규제 개혁 지연 등 대형 변수가 나타나자 기업들이 몸을 잔뜩 옴츠린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완화될 것으로 보이던 북핵 리스크 문제도 계속 지연되면서 미래가 더 불확실해진 마당에 재계의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국내 591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4분기 시황과 매출 전망은 각각 92와 95로, 기준선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경기 전망은 어두은 상태다. 달리 말해 기업들이 바라보는 불확실성의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호황'이 예상보다 장기화한 데 힘입어 사상 최고 성적표를 써냈지만 4분기에 이어 내년에는 실적이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굴기를 앞세운 중국의 거센 도전과 함께 IT기업들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가 둔화할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함께 우리 경제를 버티고 있던 자동차산업은 끝없는 추락으로 현재 구조조정 과정에 있는 조선업의 초기 둔화와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산업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일궈내야 하지만 불확실성을 키우는 수많은 변수로 인해 4차산업에 대한 열기와 투자는 기대보다 미진한 편이다.

더욱이 기업의 발목을 잡는 여러 규제와 노사갈등은 다른 산업 강국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위급한 경제상황에 급부상하는 경제팀 책임론…해법은?

현정부가 들어선 후 최저임금 인상 등 주요정책을 둘러싼 내부 불협화음과 함께 예기치 않은 정책으로 인한 충격 등이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우리 경제가 상당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예컨대 최저임금 인상의 경우 중견기업 이상 일부 대기업의 직원들의 임금 인상에는 기여했겠지만 한계상황에 있는 수많은 영세기업과 중소상공업자들에게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숫자로만 본다면 영세기업과 중소상공업자들이 훨씬 많은 만큼 고용과 소비에 좋은 영향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정책은 어떤 영향을 주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인데 자본주의 시장경제하에서는 시장논리를 무시하면 반드시 그에 따른 반대급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는 경제팀이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현재 팀이 유지되건 앞으로 바뀌건 관계없이 가능하면 경제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무리한 정책을 추가로 더할 경우 우리 경제상황이 더 악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국민의 건전한 소비와 기업활동 그리고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받쳐주는 기능이 바로 자본주의 하에서 정부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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