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증시…올해 10대 그룹 상장사 시총 150조원 이상 증발

삼성전자·SK그룹도 시총 증발…현대중공업만 유일하게 증가
증시 약세장 짧아도 연말까지 이어질듯…"보수적 대응 필요"

[세계파이낸스=이정화 기자]  10월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월간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후 최대 낙폭을 보이면서 10대 그룹 상장사의 시가 총액이 올해에만 150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자산 상위 10대 그룹 계열 94개 상장사의 우선주 포함 시가총액은 지난 26일 기준 811조2860억원(이하 종가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 968조290억원보다 156조7430억원(16.2%) 감소한 수치다.

특히 삼성전자 시총은 367조870억원에서 293조6900억원으로 73조3970억원(20.0%) 줄었고 현대차그룹도 시총이 102조2400억원에서 76조2000억원으로 26조400억원(25.5%) 감소했다.

SK그룹도 시총이 10조2920억원(8.1%) 줄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시총이 16조3070억원에서 16조9700억원으로 6630억원(4.1%) 늘어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이같은 시총 증발은 연초 이후 각종 대외 악재로 조정을 받아온 국내 증시가 10월 들어 한층 더 가파르게 하락하면서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코스피는 2027.15로 마감해 10월 들어서만 315.92포인트(-13.48%) 급락했고 외국인 주식 매도 공세로 이달 들어서만 외국인들이 팔아치운 주식은 코스피 시장에서 3조790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7109억원 등 총 4조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증시가 급락하면서 주식에 투자한 개미투자자들은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증시가 어디까지 추락할 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의 손실을 키울 수 있는 '반대매매'도 늘어나고 있다.

반대매매란 투자자가 증권사의 돈을 빌려 매수한 주식(신용거래) 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거나 외상거래로 산 주식(미수거래)에 대해 결제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는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특히 개인투자자가 주가 상승을 기대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는 지난해 강세장을 거치면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크게 불어나면서 주식을 다 팔아도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깡통 계좌'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시가총액 증발이 미국 무역분쟁,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과 함께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 기업 펀더멘털 불신 등이 더해지면서 충격을 한층 키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과 함께 10월 증시 낙폭이 가장 큰 편인 대만도 수출 비중이 크고 미중 사이에서 부품 등 중간재를 공급하는 기업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미중 부역분쟁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조정 국면이 더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약세장은 짧아도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리서치센터장들은 격화하는 미중 무역분쟁 외에도 미국의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 재개, 미국 중간선거,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논의 등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이슈가 예고돼있어 코스피가 2000선 마저 뚫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보수적인 대응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 장세에서 저가 매수보다는 주가 반등 시 실적 안정성이 높은 기업이나 대외 변수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업종과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할 것을 추천했다.

jh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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