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청구재산을 활용한 금융의 포용성 확대

최건호 서민금융진흥원 부원장·경제학 박사
낮은 신용도와 담보력의 부족으로 인해 은행과 같은 제도권 금융의 대출에서 배제된 서민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되면 정부는 이들을 국가 재정으로 감당해야 한다. 이들을 사회복지의 영역에서 감당하게 되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상환능력이 있는 서민은 정책서민금융을 통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는 서민금융 강화를 통한 금융접근성 제고 등 포용적 금융을 정책방향으로 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금융의 포용성이란 '여성과 빈곤층 등 사회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 확보를 위하여 예금, 대출 등 금융서비스와 금융교육 등 비금융서비스를 책임감 있고 지속가능하게 제공하는 상태'를 뜻한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서민·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 확대를 위해 정책서민금융을 제공하는 공공기관이다. 진흥원은 미소금융과 햇살론, 바꿔드림론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종합상담, 컨설팅, 금융교육 및 취업지원 등 비금융서비스도 병행하여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은행이 정의한 바와 같이 금융의 포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서민금융 시장은 초과수요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자금의 공급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용자의 고위험 특성으로 인해 정책서민금융상품의 재원은 이미 한계에 달하고 있어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8년 은행, 저축은행 및 보험사는 서민금융진흥원과 휴면예금 출연협약을 체결하고 휴면예금 및 휴면보험금을 진흥원에 출연했다. 진흥원은 그 출연금을 재원으로 해 서민·취약계층 대출인 미소금융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2014년 대법원 판결로 인해 휴면예금이 발생하지 않아 휴면예금을 기반으로 한 정책서민금융 재원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2016년 여신거래기본약관을 개정하였으나 휴면예금 출연시점이 10년으로 연장돼 휴면예금 출연은 2027년 이후에나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족한 서민금융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장기 미청구 재산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미국은 주법인 미청구재산법에 따라 주정부가 미청구 재산을 이관받아 사회복지 서비스에 사용한다. 대상도 예금과 보험금뿐만 아니라 주식·채권·배당금·저작권료·양도성예금증서·미지급임금·유산·대여금고 등으로 다양하다. 영국이나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은 장기 미청구 재산을 주정부나 공적기관에서 관리하면서 원권리자를 보호하고 공익적인 활동에 활용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은행, 보험, 증권, 저축은행, 상호금융의 3년 이상 장기미청구 금융재산은 10조5000억원에 달한다. 카드사는 연간 1300억원에 달하는 소멸포인트 중 일부만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에 기부하여 사회공헌 사업을 하고 있다. 금융권 외에도 통신사, 항공사 및 KTX 등 다양한 산업에서 발생하는 미사용 마일리지나 포인트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책서민금융이 서민에 대한 금융·비금융 서비스 공급을 통한 금융 포용성 확대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토록 하기 위해 장기 미청구 재산을 서민금융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법률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jh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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