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WEF 거시 안정성 1위…좋아하기 어려운 이유는?

세계경제포럼(WEF)이 16일(현지시간)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거시경제 안정성과 정보통신기술(ICT)보급 등 2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자랑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고 경제가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인데 거시경제 안정성 1위로 나타난 것은 정말 의외다.

ICT에서라면 광케이블 인터넷이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 그리고 스마트폰 보유 등에서는 가히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점은 수긍할 만하다.

그런데 불안하기만 한 우리 거시경제의 안정성이 세계 1위로 평가됐다는 것은 무언가 이상해 보인다.

먼저 WEF의 자료를 보면 거시경제 안정성 1위를 차지한 국가들이 한국을 포함해 무려 31개국이나 된다. 페루나 말레이시아,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도 들어 있다. 산정 기준이 상당히 낮게 설정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WEF가 거시경제 안정성을 산정하는 기준은 인플레이션(inflation)과 부채역학(debt dynamics) 두 가지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인플레 항목을 보면 무려 75개 국가들이 1위를 차지했다. 물가상승률이 연 3.7%에 달하는 인도네시아도 1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역학 항목에서도 36개 국가들이 1위를 차지했다.

WEF은 거시분야 순위를 내기 위한 구체적인 수치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국가들이 1위에 오른 만큼 변별력에 큰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 9월 전년 동월대비 1.9%나 올랐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WEF는 1.5%로 봤다.

더욱이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95.2%로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이런데도 일본이나 싱가포르보다 안정적이라고 분류한 것은 의외로 보인다.

특히 거시경제 안정성을 가장 중요한 지표인 성장과 소득, 고용지표를 제외하고 인플레와 부채만으로 측정한 것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의 여파로 우리나라 수출도 타격을 입으면서 성장률도 급속히 낮아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먼 나라 이야기인 듯하다.

더욱이 고용이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상황은 과거 외환위기 이후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더하는 부분이다.

여기에다 국가신용등급이 계속 유지되는 부분도 감안했겠지만 북한 리스크 완화 요인이 컸던 부분은 빠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북한 리스크 완화 요인이 없었다면 등급이 강등될 가능성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WEF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민간회의 또는 단체인데 4차산업의 전도사역을 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WEF이 제시한 거시경제 안정성 세계 1위에 좋아하기만 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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