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난작렬에도 꿋꿋한 美연준…우리에게 없는 그것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백악관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회 신임 의장을 임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출처=백악관
"미쳐가고 있다(go loco). 실망했다. 까분다. 웃긴다(ridiculous). 너무 약삭빠르다(too cut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금융시장 패닉 직후부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원색적으로 퍼부은 비난 리스트이다.

이처럼 강도 높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에도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2일 금융권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경제 성장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인플레 가능성까지 고개를 들면서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페드 와처(Fed Watcher)들은 전망하고 있다.

경제성장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일으킨 경기부양책이 가세하면서 과열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2분기 4.2%에 달하고 물가상승률도 코어인플레이션 기준으로 2%대 중반에 이를 전망이다. 물가지수에 상승에는 주거비용 증가가 큰 몫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페드 와처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성장률과 물가상승률보다는 임금 상승 여부이다.

연준이 최근 수개월간 임금 상승이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지난 8월 잭슨홀 콘퍼런스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은 "고용의 양(실업률 하락)은 충분이 충족된 만큼 고용의 질(임금 상승) 부분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을 정도다.

임금인상으로 인해 성장과 물가를 포함한 향후 경기 상승 여부를 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의 이런 스탠스를 감안하면 고용의 질은 매우 중요한 판단기준이지만 최근 이 조건도 충분히 충족되어 가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 6개월 사이에 시간당 평균 임금이 연평균으로 환산할 때 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에는 초대형 IT기업인 아마존이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하는 조치를 취했다.

페드 와처들은 이처럼 임금이 오르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인플레와 금융불안정상황을 사전에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상황이다. 성장률 전망은 연초 3.0에서 뒷걸음쳐 2.8-2.9%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미 간에 성장률은 역전됐다.

소비와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내수는 가라앉고 있고 고용불안은 심화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최근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를 통해 아예 경기 '회복세'라는 표현을 빼버릴 정도이다.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고용이슈는 매우 중요하다. 취업을 늘리고 실업률을 낮추는 것이 경기를 살리는 가장 중요한 정책방향이지만 9개월 연속 실업자 수 1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고용의 양적인 차원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황에서는 고용을 어떻게든 늘려야 하고 그 후에야 고용의 질적인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은 미국의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그래서 잘 나가는 미국경제에는 있고 우리경제에는 없는 것이 완전고용이랄 수 있다.

여기에다 우리 정부가 최저임금을 대폭 올린 조치는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이 같은 정책 우선순위와 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못한 조치로 보이기 때문이다.

임금이 인상될 때 한계기업이나 중소상공인들이 경우 고용 자체를 줄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의 연준이 고용부분에 대해 양과 질을 분리해서 매우 민감하게 접근하면서 정책을 펴나가는 것도 이런 면을 고민하기 때문이다.

이미 경기하강이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 우리 경제에서는 성장동력 확보와 함께 고용 확대를 통한 내수기반 확충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오는 18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국내 경기와 고용, 그리고 향후 금융안정 모두를 감안하려면 상당한 고민이 따를 전망이다.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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