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보호 미흡·금감원 금융사 간섭' 정무위 국감 쟁점

보험사 해석따라 보험금 지급률 달라…보험료율 산정구조도 바뀌어야
퇴직앞둔 임직원 '경력세탁'지적…"민간은행 경영 개입 안 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가 12일 진행한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선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금감원의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감원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과 금융회사에 대한 간섭이 지나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달 미국 재무부가 국내 주요 은행에 대북제재를 유지해달라는 컨퍼런스 콜(전화회의)를 연 데 대해선 금감원의 문제의식이 부족하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무자본 M&A·난해한 보험약관…' 금감원, 소비자보호 인식 부족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무자본 M&A 제도의 문제점을 따져물었다. 이 의원은 "무자본 M&A가 허위사실 유포 및 시세조종 등 불공정행위로 이어질 가능성 높다"며 "특히 코스닥의 개인 투자자비중은 90% 수준에 달하는 상황에서 무자본 M&A를 계속 허용하는 게 바람직하냐"고 금감원장에게 질의했다. 이에 윤석헌 금감원장은 "규제할 필요있다고 보고 있다. 공시를 보다 강화하고 불공정거래 적발 시 엄중조치 등의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의원이 무자본M&A를 감시하기 위한 민관통합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하자, 윤 원장은 "(금감원) 스스로 결정하기는 어려운 일이라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등과 협의해 효과적인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지상욱 의원은 보험사 약관의 모호성을 문제삼으며 회사별로 지급률이 천차만별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2009년 실손의료보험 상품 표준화가 실시돼 보험료의 보장범위가 평준화됐음에도 보험사의 해석에 따라 보험금 지급률이 다르게 나는 건 문제라는 게 지 의원의 설명이다. 지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보험사별 실손보험금 지급률 현황을 보면 보험금 지급률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해상(80.6%), 가장 낮은 곳은 메리츠화재(58.0%)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불편을 해소할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실손보험 청구에 대해 전산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보험사 약관의 모호함과 난해함을 지적했다. 한 예로 '만기환급금을 고려하여'라는 약관상의 문구에 대해 보험사는 '운용비용을 차감하여'로 해석해 보험사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식이다.

제 의원은 보험사의 보험료율 산정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즉시연금 등의 사태를 보면 보험사는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민원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소송을 걸기 위해 쓴 돈은 500억 원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윤 원장은 "보험사의 내부통제제도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형별로 세부적으로 내용을 공시해서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 역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도덕성 지적…"금융사 과도한 개입도 문제"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금감원 조직의 도덕성 문제를 집중추궁했다. 김 의원은 "금감원은 '경제검찰' 역할을 하는데 (전임 금감원장들은) 각각 채용비리의혹과 도덕성 흠결로 낙마했고 지난해엔 감사원 검사결과 임직원 주식 매매위법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세청 자료 활용을 통한 금감원 전체 임직원 대상으로 비상장주식 취득 자료를 조사한 결과, 내규를 위반해 취득한 사람도 32명이나 추가로 파악됐다"며 "하지만 이들에 대해 일벌백계하지 않고 모두 경징계만 내렸다"고 꼬집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같은 당 김종석 의원은 금감원이 퇴직을 앞둔 임직원들의 '경력세탁'을 통해 취업제한을 회피하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고위 공무원이 퇴직 후 민간기업에 취업하려면 퇴직 전 5년 간 담당한 업무와 연관성이 없어야 한다.

김 의원은 "기획조정국, 총무국, 금융교육국 등의 부서에 배치된 후 경력관리를 받은 정황이 보이는 직원은 65명으로 이 가운데 50명은 은행, 보험, 신용카드사에 취업했다"며 "경험과 전문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참 직원들이 오히려 퇴직 전 현업에서 배제되는 건 부적절한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민병진 금감원 부원장보는 "금융기관과의 유착을 막기 위해 2-3년 마다 순환인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특히 부서장은 1-2년 주기로 교체한다"며 "다만 적재적소에 인사를 배치하려다 보면 예외적으로 특정인이 업무지원부서에 장기간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이 과도하게 민간은행의 경영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은행법과 금융위설치법 등에 적시된 금감원 업무범위를 보면 금감원이 은행 경영에 간섭할 권한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대표적 사례로는 금감원의 은행 채용비리 조사, 은행권 채용모범규준 마련, 은행지점 폐쇄절차 모범 규준 등을 꼽았다.

◇미국의 韓은행 대북제재 점검…"사태 중요성 인식해야"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20~21일 산업·기업·KB국민·신한·NH농협은행 등 국내은행 7곳과 전화회의(컨퍼런스콜)를 개최해 대북제재 준수를 요청한 사실을 놓고 금감원장이 현안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당시 미 재무부에선 테러·금융정보 담당 관계자가, 국내 은행은 준법감시 담당 부행장급 인사가 전화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미 정부에서 테러 및 대북제재부서에서 컨퍼런스콜을 요청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면서 윤 원장에게 금융당국 수장으로서의 대비책을 물었다. 윤 원장이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공동으로 유엔안보리 결의이행 및 미국의 제재를 잘 이행하라고 은행들에 지난 10일 당부했다"고 답변하자, 성 의원은 "요청배경과 향후 파급효과 등을 분석해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동 의원 역시 "미 재무부와의 컨퍼런스콜이 대북제재 위반때문인건지 경고성인지 아직 밝혀진 게 없고, 이 행위 자체가 금융당국도 아닌 일반 은행 대상으로 이뤄졌기에 심각한 문제"라면서 "금감원장이 사태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사안에 대해 "이러한 내용은 경제장관회의 수준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금감원장에게 답변을 요구하는 건 무리라는 견해를 밝혔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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