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발작'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금융시장 불안…대응은?

 

미국 주요 증시지표가 급락하고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한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과거 '긴축발작(taper tantrum)'을 알리는 신호탄일까. 아니면 다른 형태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일까.

어쨌든 변화는 이미 시작된 분위기이다. 국제통화기금도 11일 경고 수위의 조언을 내놓고 있어 정부와 당국이 적극적인 모니터링에 들어갈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

◇과거 긴축발작과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라는 원인은 같아

현재의 금융시장 상황은 지난 2013년과 유사하다. 당시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완화정책의 종결을 선언함에 따라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시장의 혼란은 신흥국으로 파급되면서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을 빚어내기도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3년 5월부터 8월까지 신흥국 환율절하율은 9.4%에 이르고 주가도 6.3%나 빠졌다.

올해 들어서도 긴축발작과 같은 금융불안 현상이 나타났다. 3월부터 5월까지 환율은 12.7%나 오르고 주가는 2.9% 빠졌다.

더욱이 미국에서 다시 시작된 금융시장 불안은 글로벌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불안이 모두 미국발 완화정책의 종결 움직임에서 비롯된 긴축발작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013년에는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완화정책의 종결을 선언했고 올해에는 파월 연준 의장이 완화정책의 정상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돈을 전반적으로 회수하는 가운데 돈줄을 줄이면 투자마인드는 안전자산으로 향하게 된다. 그런 만큼 신흥국과 증시로부터 자금의 썰물이 시작되면서 자본의 유출과 포트폴리오의 재편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무역전쟁과 차이나리스크까지 겹쳐 다른 양상…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금융불안은 긴축발작이라는 점에서는 2013년과 유사하지만 글로벌 무역전쟁과 차이나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측면이 있다.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따라서는 더 심각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예컨대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통한 변동성 증가라면 안전자산이랄 수 있는 미국 국채금리는 오히려 낮아져야 하는데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무역전쟁중인 중국이 대거 팔고 있다는 시장의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국채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성장률과 물가가 높아짐으로써 통화정책의 정상화가 본격화될 분위기 속에 큰 변수가 개입한 셈이다.

이렇게 되면 신흥국과 증시에서 빠져나온 대규모 자금은 미국 국채가 아닌 다른 안전자산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일단은 글로벌 은행의 예금구좌로 몰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나라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으로 우려된다.

한은은 최근 워크숍을 통해 "긴축발작에 따른 신흥국 위기는 대외지급능력에 따라 차별화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대외부채 상환능력도 우수하다"고 밝혔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과 유가상승 등 리스크 요인들이 중첩적으로 작용할 경우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상황과 유사해지고 있다.

라가르드 IMF총재도 "조율되지 않은 선진국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은 신흥국 시장의 자본유출과 불안정성을 더 확대할 수 있다"며 "일부 선진시장과 신흥국들은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불가피한 자본유출을 통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우리 정부와 당국 차원에서 긴급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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