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요?] 정유사 택배 픽업서비스 '홈픽' 출발은 좋은데…

SK에너지·GS칼텍스 서비스 오픈…시간·장소 구애 받지 않아
하루 평균 3000명 이용…고객 확보·지속적인 이윤창출 숙제

홈픽 서비스 차량. 사진=SK이노베이션

[세계파이낸스=주형연 기자] 하루에도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지고 갖가지 서비스가 등장합니다. 정부 정책도 연일 발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소비자와 국민들을 겨냥한 이들 제품과 서비스, 정책이 정말 유용하고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정확히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계파이낸스는 기존 사용후기식 제품 비교에서 벗어나 제3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해보는 새로운 형태의 리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의 [그래서요?] 시리즈를 통해 제품 ·서비스 ·정책의 실효성과 문제점 등을 심층 진단합니다.<편집자주>


요즘 기업들이 협업을 통한 새로운 사업 발굴에 한창입니다. 정유업계에도 협업 바람이 불며 대표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손을 맞잡았습니다. 두 정유사는 지난달 1일 '홈픽'이란 택배 픽업사업을 정식 오픈해 전국 주유소 450개소를 거점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중간 집화 업체인 물류 스타트업 '줌마'에 주유소의 유휴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줌마에서 부지 대여료를 내긴 하지만, 사회환원 차원에서 두 정유사가 거의 무료로 장소만 빌려주는 셈입니다.

두 정유사가 택배 사업을 운영한다고 했을 때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습니다. 택배사 종류도 많은데다 편의점 택배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아 굳이 주유소 택배를 이용할지 의문이 많았습니다.

공식 오픈 후 한 달가량 운영한 3일, 예상을 깨고 일 평균 3000명 고객이 이용하는 등 꽤 많은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택배사 관계자들도 은근히 긴장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래서 직접 홈픽 서비스를 이용해봤습니다.

◇ "물품 주문부터 픽업까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우선 홈픽은 카카오톡 앱을 열고 '홈픽'을 친구 추가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홈픽 대화창을 열면 배송 신청서에 이름과 휴대폰 번호, 픽업 주소지와 배송지를 적은 뒤 원하는 픽업 시간대를 지정할 수 있는 칸이 나옵니다. 물품명, 가격, 무게, 비밀번호 등 필수항목만 작성하면 되기에 신청에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택배가 접수되면 줌마의 피커(택배 집화기사)가 1시간 내로 와서 물품을 픽업해갑니다. 전 과정 통틀어 1시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접수를 하면 방문 피커의 이름과 연락처가 작성된 홈픽 알림톡이 떠서 접수한 내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피커가 수거해간 물품은 거점 주유소에 모아둔 뒤 CJ대한통운이 일괄적으로 수거해 배송합니다.

이 서비스는 홈픽 앱, 카카오톡, 네이버, 홈픽 홈페이지, SK텔레콤 NUGU, CJ대한통운 앱 등 6개의 채널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주문과 동시에 선 결제하는 시스템이라 현금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카드 결제도 가능합니다. 수수료는 부피와 상관없이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1건당 5500원(9월만 3990원)으로 고정돼 있습니다.

장소와 시간적 구애를 받지 않아서일까요, 홈픽은 추석 연휴 직전인 17~19일에 9월 전체 하루 평균 주문량 대비 17% 증가한 3500여건을 기록했습니다.

홈픽 어플 캡처


◇ 장소·시간 구애 받지 않는 큰 강점…수수료 금액은 상대적일 듯

홈픽을 이용해본 결과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택배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느껴졌습니다. 새벽부터 늦은 밤에도 이용이 가능했습니다. 평소 택배 집화기사와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던 반품도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편의점이나 우체국까지 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것도 메리트로 다가옵니다.

또 피커의 간단한 신상정보와 함께 현재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편리했습니다. 특히 여성이 혼자 거주하는 집에서 택배기사를 불렀을 때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부분도 호응을 얻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주유소에 택배들을 모아두기에 부피에 상관없이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1건당 5500원(현재 프로모션가 3990원)으로 수수료를 고정할 수 있는 것도 홈픽만의 강점입니다. 20kg 이내(통상 택배로 배송 가능한 무게)면 동일가격이기 때문에 무게로 가격 실랑이를 벌일 필요도 없고, 따로 무게를 잴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수수료는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느끼는 고객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5500원까지 무게가 나가지 않는 가벼운 택배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수수료에 불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작은 규모의 택배는 편의점에서 해결해도 될듯합니다. 9월 한 달 동안은 이벤트 가격으로 3990원에 이용됐지만 앞으로 5500원으로 적용됐을 때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 공헌 성격을 가진 이 사업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적당한 규모의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오직 5500원의 수수료로 매출을 통해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모두 해결하려면 보다 많은 고객을 확보해야 합니다. 두 정유사는 물류창고로 쓸 수 있는 장소만 제공하고 이후에 발생하는 이익은 '줌마'가 갖게 됩니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용과 공유 인프라는 확보할 수 있었지만, 고정 수익을 내려면 고객들이 꾸준히 이용해줘야 합니다.

현재까진 이용 고객 수가 많아 크게 우려될 사항은 아니지만 점차 주유소 수를 늘리면 관련 인건비도 증가할테니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각에선 과점 상태인 택배시장에 안착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한 달 운영 후…"나름 선방했다"

운영 초반 우려와 달리 홈픽 서비스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유소들도 유휴공간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에 나름 만족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전국에 있는 동사무소 개수보다 많은 주유소를 물류창고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인프라 구축에 상당히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줌마는 연말까지 택배 거점 주유소를 600개까지 늘려 고객 접근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김영민 스타트업 줌마 대표는 "홈픽의 가장 큰 장점은 고객과 가까운 곳에 택배기사가 상존하는 것"이라며 "최근 입소문을 통해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1년 차에는 연간 물동량 1200만개(600억원)를, 3년 차에는 6000만개(3300억원)를 달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김 대표는 홈픽 서비스가 향후 주유소 수익성에 3분의 1정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새로운 솔루션을 추가로 개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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