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요?] 잡화전문점 '삐에로쑈핑', B급 정서 한국에서도 통할까

동대문 상권 겨냥 삐에로 쑈핑 2호점…심야 영업·외국인 고객 상품 강화
흡연용품·성인용품 이색상품 즐비…청소년 노출 '우려'·경쟁력도 '모호'

삐에로 쑈핑 두타몰점. 사진=이마트

하루에도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지고 갖가지 서비스가 등장합니다. 정부 정책도 연일 발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소비자와 국민들을 겨냥한 이들 제품과 서비스, 정책이 정말 유용하고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정확히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계파이낸스는 기존 사용후기식 제품 비교에서 벗어나 제3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해보는 새로운 형태의 리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의 [그래서요?] 시리즈를 통해 제품 ·서비스 ·정책의 실효성과 문제점 등을 심층 진단합니다.<편집자주>

[세계파이낸스=유은정 기자] "난 차라리 웃고있는 뻬에로가 좋아~ 삐에로 삐에로 삐에로~ 삐에로 쑈핑~ "

이마트가 야심차게 내놓은 만물상 잡화점 '삐에로 쑈핑' 2호점인 두타몰점을 방문해 10분 정도 머물러 있으니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졌습니다. 가수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를 개사한 삐에로 쑈핑의 CM송이 쉴 새 없이 나오자 다른 고객들도 쇼핑을 하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마트는 지난 6월 스타필드 코엑스몰 내에 B급 감성의 만물상 잡화점 삐에로 쑈핑 1호점을 오픈했습니다.

삐에로 쑈핑은 노래뿐만 아니라 중독성 강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FUN&CRAZY'를 콘셉트로 재밌는 상품과 미친 가격을 표방하는 만물상 개념의 디스카운트 스토어입니다.

기자는 지난 18일 오후 기존의 유통 매장과 얼마나 다른지, 그리고 CM송만큼 매장 자체도 차별화가 있는지 확인해 보고자 삐에로 쑈핑 두타몰점을 방문했습니다. 이마트는 지난 6일 동대문 두타에 2호점을 오픈하면서 삐에로 쑈핑 강북시대를 선언했습니다.

◇ '정돈보다 혼돈, 상품보다 스토리, 쇼핑보다 재미'라는데…뭐가 다를까

이마트는 경험을 중시하고 가성비를 추구하는 최근의 소비 트렌드를 접목시켜 기존 유통채널에선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쇼핑 공간을 고안해 삐에로 쑈핑을 개발했습니다. 삐에로 쑈핑은 '정돈보다 혼돈, 상품보다 스토리, 쇼핑보다 재미'라는 기존 유통업계의 상식을 뒤엎는 역발상의 관점에서 매장을 꾸몄습니다.

매장을 깔끔하게 구성하는 기존의 방식 대신 오히려 상품을 복잡하게 배치해 소비자가 매장 곳곳을 탐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필요한 상품을 편리하게 찾을 수 있도록 진열해 쇼핑 편의를 추구하는 대신 보물찾기하듯 매장 구석구석을 경험하며 쇼핑의 재미를 주기 위해서라는 게 이마트 측 설명입니다.

보통 대형마트가 1만㎡(3,000여평)에 5만~8만가지 상품을 판매하며 주동선 4m, 곤도라간 동선을 2.5m로 설정합니다. 반면 동대문 두타몰 지하 2층에 위치한 삐에로 쑈핑 2호점은 1408㎡(약 426평) 규모로 약 3만2000여개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상품이 아주 빽빽하게 진열돼 있습니다.

삐에로 쑈핑 두타몰점 앞에 배치된 지도.

삐에로 쑈핑 두타몰점 입구에는 '삐에로 쑈핑 보물지도'가 배치돼 있었습니다. 지도를 살펴 보니  일반 유통매장과 같이 의류, 키친, 침구, 음료&커피, 바디케어, 화장품 등의 평범한 매대도 보였고 성인용품, 담배용품 등 주로 음지에서 판매하던 상품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삐에로 쑈핑이 기존 유통매장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기존 매장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제품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삐에로 쑈핑 두타몰점에 진열된 이치란 라멘 묶음.

일단 쇼핑을 위해 1년에도 여러 차례 일본을 떠나는 20~30대 층을 겨냥한 제품들이 매장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라면 프렌차이즈인 이치란 라멘을 묶음 판매하기도 하고 일본 여행의 필수 아이템으로 꼽히는 퍼펙트휩 폼클렌징 등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었습니다. '일본을 갈 필요 없잖아'라고 쓰여진 팻말처럼 현지에서 살 수 있던 기념품, 생필품들을 매장 이곳저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매장을 방문한 A씨는 "평소 일본 문화 영향을 많이 받아 1년에 5번 정도 방문해 싹쓸이 쇼핑을 하고 온다"며 "그러나 이제 발품 팔 필요없이 서울에서도 일본 아이템들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삐에로 쑈핑 두타몰점에서 판매하는 피규어 제품들.

삐에로 쑈핑에서는 기존 대형 유통업체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성인용품, 코스프레용 가발과 복장은 물론 파이프 담배, 흡연 액세서리 등 다양한 흡연용품까지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코스프레 코너에 가보니 주로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던 동물 코스프레 옷뿐만 아니라 남녀 성인을 위한 코스프레 옷도 있었습니다. 
삐에로 쑈핑 두타몰점에 있는 롤링타바코.

흡연용품 코너에서도 비흡연자인 기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할 정도로 처음 본 상품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연초를 직접 말아서 피는 롤링타바코뿐 아니라 흔히 보기 어려운 시가나 파이프 담배도 여러 종류가 진열돼 있었습니다.

'요지경 만물상'이란 콘셉트와 어울리는 만화책과 캐릭터 상품, 피규어, 액체괴물, 마스크 등도 기존 유통업체에서 취급하지 않는 제품들이라서 강한 인상을 줬습니다.

또한 기존에 팔지 않은 상품을 중심으로 매장에 입고하다 보니 중소 협력사 상품들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삐에로 쑈핑 측은 쇼핑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매장 콘셉트와 한정된 매장에 4만 여개의 다양한 상품을 진열하는 압축진열 방식을 채택한데다 대형마트와의 상품 중복을 피하다 보니 중소 협력사 상품들을 대거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삐에로 쑈핑에서 캔디를 구매하려는 B씨는 "쇼핑하다가 캔디를 발견했는데, 처음 본 제품이지만 재미도 있고 맛도 궁금해서 구매하려고 한다"며 "다른 가게에서 볼 수 있는 상품도 있지만 중소기업 제품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외국인 고객 위한 매대·상품 갖춰…중국어 전기밥솥 판매 직원도 배치

삐에로 쑈핑 2호점이 입점한 동대문 두타몰의 상권은 삐에로 쑈핑의 주 타깃인 20~30대 고객이 많이 방문하는 곳입니다. 또 두타몰은 중국, 대만, 일본, 동남아 등 여러 국가의 외국인 고객이 많이 방문합니다.

때문에 삐에로 쑈핑 두타몰점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 곳곳에 비치돼 있습니다. 
삐에로 쑈핑 두타몰점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코너. 한방 샴푸, 생리대 등이 진열돼 있다.

삐에로 쑈핑 두타몰점은 입구 바로 앞에 외국인 고객 대상 한국 기념품 매대 2동, 일본 인기상품 매대 2동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인기 먹거리, 아이돌 굿즈, K뷰티 상품들을 한 곳에 모아놨습니다.

또한 전용 매대 이 외에도 중국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한국의 고급 분유, 죽염, 한방 샴푸, 생리대 등의 한국 H&B 상품들과 인기 가공식품, 카카오·라인 캐릭터 상품, 전통 수저 등 상품 군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중국인 C씨는 "아직 중국에는 이런 매장이 없는데 신기한 경험을 한 듯하다"며 "다음에 동대문에 오면 삐에로 쑈핑을 다시 들를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삐에로 쑈핑 두타몰점에서는 중국어 전용 전기 밥솥도 판매한다.

중국어 전용 전기 밥솥 등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자가 방문한 낮 시간대에는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이 전기 밥솥을 설명할 수 있도록 매대 옆에서 서있었습니다. 

두타몰점이 1호점인 코엑스점과 다른 점은 영업시간입니다. 24시간 잠들지 않는 동대문의 지역적 특성을 살려 심야 영업을 합니다.  기존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했던 코엑스점과는 달리 삐에로 쑈핑 두타몰점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새벽 5시까지 운영합니다. 일요일에는 자정 12시에 마감합니다.

새벽에도 유동 인구가 많은 동대문의 지역적 특성을 살려 잠재 고객을 유치하고 자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입니다. 

유진철 삐에로 쑈핑 담당 BM은 "두타몰은 연간 840만명의 외국인이 방문하는 한류문화·쇼핑의 중심지로 국내 고객뿐 아니라 외국인 고객 유치 또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성인숍, 일일이 신분증 검사 어려워…중장년층에겐 다소 무리
삐에로 쑈핑 두타몰점에서 판매하는 1900원짜리 방석.  매장 곳곳에 재고상품이나 부도상품,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삐에로 쑈핑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의 가격 수준은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저렴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일단 재고상품이나 부도상품, 유통기한 임박 상품의 경우 스팟(SPOT) 형식으로 매입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두타몰점의 경우 오픈을 기념해 국산 가을 니트를 5000원 균일가에 판매하고 사용에는 불편이 없지만 B급 품질인 방석은 1900원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곳곳에 초콜릿, 초코바 등 과자의 경우도 낱개로 100원~1000원에 팔면서 고객의 시선을 붙잡았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온라인에서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제품도 보였습니다. 실제로 기자가 전날 온라인에서 쿠폰 등을 이용해 7만원 후반대에 구매한 일렉트릭맨 에어프라이기는 삐에로 쑈핑에서 8만9800원 정가에 판매했습니다.

삐에로 쑈핑 역시 스스로를 "저가숍도 아니고, 팬시숍도 아닌 요지경 만물상"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마트는 유통채널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시대에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재미와 즐거움이라고 판단했고, 그렇게 탄생한 게 삐에로 쑈핑이란 설명입니다.

이마트 관계자는 "손가락 하나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온라인 시대에 오히려 불편하지만 그래서 재미있는, 기꺼이 내 시간을 소비하고 싶은 매장을 만드는 것이 삐에로 쑈핑의 목표"라고 강조했습니다. 
삐에로 쑈핑 두타몰점의 성인샵. 미성년자를 제외한 성인들은 버튼을 누르고 입장하면 된다.

1시간 넘게 삐에로 쑈핑을 둘러본 결과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발견됐습니다.

삐에로 쑈핑에는 '쉬쉬'하며 판매했던 성인용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매장 내 별도의 입구를 둔 성인용품 매장은 앞에 '미성년자는 안돼~'라고 표시돼 있고 버튼을 눌러야 입장할 수 있습니다. 매장 내에도 '신분증 검사 매장'임을 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사복을 입은 청소년이 입장을 한다고 하더라도 소수의 직원들이 매장을 지키기 때문에 바쁜 시간 대에는 신분증을 일일이 검사하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장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CM송은 중독성이 강했지만 자꾸 되풀이되다 보니 그만큼 지겹게 느끼는 사람도 많아 보였습니다. 매장에서 지나가는 여러 고객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노래는 이거밖에 안나오나?"라고 푸념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삐에로 쑈핑의 두타몰점 천장에 설치된 포스터.

또한 상품·매대 구성이 젊은 층에게 맞춰지다보니 중장년층에게는 정신없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어었습니다.

두타몰 다른 매장에서 근무하하는 50대 D씨는 "일을 하다가 쉬는 시간에 살 게 있어서 들렀는데 필요한 걸 찾기가 너무 어렵다"며 "어린 사람들에게는 재미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복잡하고 정신 없어서 다시 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급하게 물건을 사려고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도 삐에로 쑈핑은 적합해보이지 않습니다. 매장에서 실제로 한 외국인이 "Where is the water(물 어딨나요?)"라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여러 번 물어본 뒤에 물을 찾는 모습도 목격됐습니다. 목이 말라서 가게에 들어왔지만 매장 구조가 복잡하고 상품도 많아 길을 헤맬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한국말이 안통하는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원하는 제품을 찾기 더 어려워보였습니다.

하지만 삐에로 쑈핑 측은 이러한 '정신없음'이 의도된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잘 정돈된 매장에서 직원들에게 상품을 추천받기보다 복잡하게 매장을 구성해 직접 보물찾기 하듯 상품을 찾아보고 놀듯이 자유분방하게 만지고 써볼 수 있는 '언택트(Untact, 비접촉)' 쇼핑 전략이라고 설명합니다. 때문에 재미를 추구하는 10~20대에게 더 적합한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진철 BM은 "삐에로 쑈핑이 벤치마킹한 일본의 돈키호테의 경우 작년 기준 약 370여개 매장에 연간 8조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이마트는 올해 총 3개의 삐에로 쑈핑을 선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향 후 삐에로 쑈핑이 이마트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매장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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