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위기에 다시 고개드는 '은행 합병설'

 

[세계파이낸스=이정화 기자] 최근 카드업계 업황이 악화되면서 삼성카드, 롯데카드 등의 매각설과 함께 일부 은행계 카드사의 은행 합병설이 돌고 있다. 하나카드, 우리카드 등이 KEB하나은행이나 우리은행으로 인수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된 원인으로는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가 꼽힌다. 최근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가맹점 수수료와 최고금리가 인하되면서 카드사들의 주요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와 이자수익에 큰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QR코드 기반의 결제플랫폼 등장으로 결제시장 점유율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몇몇 은행계 카드사들이 계열 은행에 인수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카드업계는 현재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 우대 수수료율 확대 적용, 수수료율 0%대 제로페이의 등장 등 여러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과거 옛 LG카드가 신한은행으로 인수되던 시절과는 다르다”며 “그 때는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였으므로 위기만 넘기면 재생 가능하다는 희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옛 LG카드는 신한카드로 개명한 뒤 한 때 연 1조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그룹의 ’효자 계열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신한카드의 수익성이 전성기의 절반 이하로 급감하는 등 카드업계 전체적으로 구조적인 위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주된 원인이 정부나 지방자치체의 정책에 의한 것이다보니 나아질 가망성이 별로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특히 NH농협카드가 최근 NH농협은행으로부터 분사하지 않기로 공식 선언하면서 이같은 예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은행과 합병될 경우 카드사는 우선 인건비 등 운영 전반에 드는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카드사의 은행 합병 형태로는 별도 사업부가 만들어지거나 은행의 한 부서로 흡수되는 방안이 거론된다. 두 가지 모두 어느 정도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계 카드사가 은행으로 합병되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인건비 부담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규모가 큰 은행 조직 안으로 인력 재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은행계 카드사의 은행 합병이 반드시 감원을 일으키는 요인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합병을 하거나 별도 부서로 재배치가 되더라고 인건비 부담에 도움이 된다. 또 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조달금리도 낮출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에 흡수되면 카드사의 신용이 상승하기에 자연히 조달금리도 내려간다”고 말했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카드사들은 규모를 키우고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기업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지 의심스러운 상태"라면서 "매각설과 합병설이 나오는 것도 결국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은행계 카드사 중 규모면에서 하위권에 속하는 하나카드와 우리카드가 합병대상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해당 카드사 관계자들은 은행 합병설을 부인하고 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그런 내용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도 "합병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jh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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