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지고 갖가지 서비스가 등장합니다. 정부 정책도 연일 발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소비자와 국민들을 겨냥한 이들 제품과 서비스, 정책이 정말 유용하고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정확히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계파이낸스는 기존 사용후기식 제품 비교에서 벗어나 제3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해보는 새로운 형태의 리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의 [그래서요?] 시리즈를 통해 제품·서비스·정책의 실효성과 문제점 등을 심층 진단합니다. <편집자주>
[세계파이낸스=이정화 기자] 인공지능(AI)의 시대를 맞아 전화상담원을 대체할만한 똑똑한 챗봇(chatter robot)을 야심차게 내놓은 곳이 있습니다. 개인비서로까지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힌 롯데카드의 '로카'입니다.
챗봇은 채팅(chatting)과 로봇(robot)을 결합한 단어로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고객의 질문에 자동 응답하는 서비스입니다.
롯데카드는 '로카'가 기존 챗봇에서 한층 진화해 실제 대고객 업무처리가 가능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기본적인 상담과 정보전달을 넘어 고객들이 전화상담원을 통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이용내역조회, 즉시결제, 개인정보변경, 분실신고·재발급, 카드 및 금융서비스 신청 등 주요 카드업무까지도 로카와의 대화만으로 가능하다는 겁니다.
롯데카드는 이런 로카의 능력이 카드사 최초라고 강조합니다. 카드사가 내놓은 챗봇중 가장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야깁니다.
실제로 로카가 얼마나 똑똑한지 살펴봤습니다.
◇'선택형 대화'로 불필요한 대화 방지…채팅창 안에서 카드발급 '뚝딱’
현재 챗봇은 카드사를 비롯한 전 금융권의 화두입니다. 금융권은 전화상담원을 통해 들어오는 상담 내용이 대부분 단순 조회업무인데다 대부분 이용 서비스가 비슷한 것에 주목했습니다. 롯데카드 역시 수십만건의 고객 상담 정보와 결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와 유사한 결과를 얻었고 이를 로카에 반영했다고 밝혔습니다.
챗봇서비스를 통한 업무 효율화도 빠질 수 없는 이슈입니다. 상담원과 달리 챗봇은 365일 24시간 고객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엔 적은 비용으로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비금융권의 챗봇 관련 개발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최근 카카오도 강북삼성병원과 함께 건강검진센터의 기본 정보와 예약·결제 등의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챗봇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롯데카드는 이런 '자동화'와 함께 '개인화'의 일환으로 로카를 개인 비서 수준으로 향상시킬 계획입니다. 행사 및 일정 확인 등의 스케줄 관리, 정보제공, 메모관리 등 카드 업무 외에도 고객 생활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기능을 지속적으로 추가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로카를 이용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카카오톡에 접속해 '롯데카드'를 검색한 후 메시지창에 '로카'를 치면 로카가 나타나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 지 묻습니다.
'카드 추천해줘'라고 채팅창에 입력하니 로카 전용창이 열립니다. 롯데카드의 모바일 신용카드 플랫폼인 '롯데카드 라이브(LIFE)'앱에서도 로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앱 실행 후 메뉴 열림 버튼을 누르면 좌측 상단에 '챗봇상담' 코너에서 로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로카는 △인기카드 보기 △내게 맞는 카드 찾기 메뉴를 보여줍니다. '인기카드 보기'를 누르니 L.pay롯데카드, LIKIT FUN 카드, I'm YOLO 카드 등을 카드 플레이트 이미지와 함께 간략한 혜택 소개가 나옵니다.
'내게 맞는 카드 찾기'에선 쇼핑이나 주유, 통신, 여행, 생활비 등 결제가 많은 업종별로 다양한 카드를 추천해줍니다. 예를 들어 '쇼핑'을 선택하면 '백화점을 주로 이용하세요?', '마트, 슈퍼, 할인점, 편의점을 주로 이용하세요?' 라는 질문이 차례로 뜹니다. 이른바 '선택형 대화' 방식입니다.
선택형 대화란 고객의 질문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역으로 어떤 질문이 맞는지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질문 리스트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선택형 대화 방식은 고객 의도를 더욱 빨리 파악할 수 있고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며 "모든 질문 내용을 직접 타이핑할 필요 없이 클릭 한 번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어 고객 입장에서 효율적이고 시간도 단축된다"는 것이 롯데카드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실제로도 선택형 대화는 로카와의 의사소통을 방해할 수 있는 불필요한 채팅 입력 등을 할 필요가 없어 서비스 이용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주요업종 할인 외에도 △대중교통 할인 △통신비 할인 △점심식사 할인 △해외이용 할인 △다른 혜택 선택 등 추가로 할인 혜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개인의 소비성향에 맞는 최적의 카드를 추천해주기 위한 질문입니다.
'마트, 슈퍼, 할인점, 편의점'을 주로 이용한다고 선택하고 추가 할인 혜택으로 대중교통 할인을 선택하니 로카가 '올마이쇼핑 카드(교통)'과 '캐시백 플러스 카드(백화점+마트)' 카드를 추천해줬습니다. 저는 '올마이쇼핑 카드(교통)'을 선택했습니다. 신청버튼을 누르면 해외브랜드, 발급유형, 등급 등을 선택하는 화면으로 이어집니다.
로카가 묻는 대로 이름, 주민등록번호, 휴대폰 본인인증 등을 거쳐 카드발급 확인 전화를 받으면 카드 발급이 완료됩니다. 로카와의 채팅창에서 벗어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로카와의 대화만으로 카드를 발급받았습니다.
롯데카드는 기존 챗봇의 경우 챗봇을 통해 카드 정보를 안내받을 수는 있었지만 카드 발급을 위해서는 본인이 직접 홈페이지에 접속해 별도로 발급 신청을 해야하지만 로카는 채팅창 안에서 한 번에 발급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만큼 고객지향적이라는 겁니다.
로카는 카드발급뿐만 아니라 이용내역 조회나 개인정보변경, 분실신고 및 재발급, 즉시결제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카드대금결제도 결제를 원하는 금액만큼 입력하면 로카가 대금결제를 도와줍니다.
◇'자연어' 이해도 상승 및 고객 확대가 숙제
다만 로카 역시 다른 챗봇 서비스가 가진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대화가 엇나가는 것을 막는 선택형 대화는 로카의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리스트에 제공되지 않는 대화는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즉 컴퓨터가 사람의 언어를 인식하는 기술이 사람과 대화하는 수준에 못 미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달 결제내역 알려줘" 대신 "이번달 얼마 내야 돼?"라고 물었을 경우 로카가 후자의 '자연어'를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학습데이터가 쌓이게 되면 머신러닝을 통해 응답률과 정확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로카는 스스로 학습이 가능한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상담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계속 진화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고객들의 상담내용이 오랜 기간 더 많이 축적될수록 로카의 능력도 함께 진화하는 셈입니다.
로카의 또 다른 숙제는 이용고객 확대입니다. 롯데카드에 따르면 현재는 모바일과 채팅에 익숙한 20·30대들이 로카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모바일에 익숙한 20·30세대들은 카드앱을 통해 관련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챗봇 서비스 이용에 대한 유인이 낮을 수 있습니다. 결국 전화상담원을 가장 많이 찾는 50대 이상 고객들을 챗봇으로 유인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습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챗봇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올 경우 다양한 연령대로 챗봇 이용률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객 편의성에 더해 챗봇 자체에 대한 흥미를 끌어낼 수 있는 요인도 고민해봐야 할 거 같습니다.
롯데카드는 로카 능력 향상을 위해 내부 평가와 함께 고객 패널을 통한 의견 수렴 과정도 거치고 있습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 더 필요한 서비스는 무엇인지 듣고 반영하는 등 사용자 경험을 통한 개선을 준비 중"이라며 "문자 기반에 머물지 않고 AI스피커 및 전화와 같은 음성 기반의 채널에도 서비스를 확대해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jhle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