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영업사원들, "우리 일은 공식 근로도 아냐" 한숨

증권사 주 52시간 근로 정착 노력…탄력근무제·PC오프제 등 도입
영업사원 외근은 공식 집계서 제외…“주말·휴일에도 불려다니는데”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을 앞두고 증권사 영업사원들의 불만이 높다.

증권사들은 주 52시간 근로제를 지키기 위해 탄력근무제, PC오프제 등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 직원의 태반을 차지하는 영업사원들의 외근, 특히 고객 응대 시간은 공식 근로 집계에서 사실상 제외돼 있다. 때문에 영업사원들은 답답한 마음에 한숨만 내쉴 뿐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 등 일부 증권사는 주 52시간 근로제에 발맞춰 오는 9월부터 공모주 등 청약 환불금 지급 시간을 오전 7시에서 8시 반으로 늦추기로 했다.

그밖에 여러 증권사들이 주 52시간 근로제 조기 도입을 위해 노력 중이다.

KB증권은 시차근무제와 탄력근무제를 도입했다. IBK투자증권도 유연근무제와 PC오프제를 시행 중이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직무별로 유연근무제를, 한국투자증권은 PC오프제를 도입했다. 대형 증권사 외에 일부 증권 유관기관들도 PC오프제, 탄력근무제 등으로 주 52시간 근로를 최대한 지키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외근을 근무시간에 포함할지, 포함한다면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지 여부는 아직 불명확하다. 특히 외근 비중이 높은 증권사 영업사원의 외근은 공식 근로 집계에서 사실상 제외된 상태다.

증권사 영업사원 A씨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고객과 통화한다”며 “VVIP 고객의 경우 직접 부르는 경우가 잦은데 고객을 놓치기 싫으면 즉시 찾아가서 주가 변동, 펀드 수익률 등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때때로 주말이나 휴일에 방문을 원하는 고객도 있다”며 “그런 요구에도 빠짐없이 응한다. 지방 출장도 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영업사원 B씨는 “상품 설명, 현재 경제상황 및 가입 상품의 수익률 현황 설명 등 영업과 직결된 부분 외에도 생일, 명절 등 이벤트 챙기기, 잡다한 업무 대신 처리 등 VVIP 고객에게는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업무의 부담이 상당하다”며 “하지만 영업사원들은 내 평균잔액이 얼마인가, 즉 VVIP 고객을 얼마나 가지고 있냐에 따라 인센티브 액수가 크게 출렁이기에 노력하지 않을 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업사원 C씨는 “어차피 영업사원은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가 연봉의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추가근무수당은 바라지도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다만 우리의 이런 노력을 회사에서 공식 근로로 인정해주지도 않는다는 것, 게다가 그 이유가 주 52시간 근로제를 겉으로 지키는 척하기 위함인 것은 무척 서운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영업사원의 외근에서 실제로 고객을 만났는지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고객 응대 시간을 전부 근로 시간으로 인정해주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외근의 경우 본사 직원들도 어느 선까지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줘야 할지 기준을 세우기 힘들어 여전히 내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증권사 특성상 영업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특히 전체 임직원 중 영업사원이 태반을 차지하고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금융사가 제재 238건 중 증권사가 125건(52.5%)으로 과반수 이상이었다. 제재 금액도 증권사가 209억94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증권사는 일반 고객 대상 금융상품 영업이 활발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제재를 많이 받은 듯하다”며 "증권사 영업사원들의 고객 응대 시간을 모두 근로 시간에서 제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적절한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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