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계속되는 아파트 '부실시공' 논란, 해결방법 없나

이상현 세계파이낸스 기자


[세계파이낸스=이상현 기자] 지난해 B 건설사 아파트 하자문제가 불거진 이후 또다시 아파트 하자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7일 한 TV 프로그램에서는 경기도에 위치한 모 아파트의 부실시공 논란 건이 방영됐다. 입주예정자들 측은 아파트가 준공됐음에도 하자가 다수 발견돼 들어가 살 수 없다고 주장했고 반대로 건설사 측은 하자보수가 완전히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양측이 팽팽히 맞섰다.

아파트 하자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토교통부 산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통계를 보면 지난 2015년 4381건이 접수됐던 피해구제 건수는 지난 2016년 4042건, 지난해에 4227건으로 매년 4000여건이 넘게 발생하고 있다.

하자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수억원에 달할 정도로 비싼 아파트 값에 비해 기술적으로 완벽히 '하자없는 아파트'를 짓기 어렵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같은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높은데 여기에 주택은 한 가구가 사용하는 소비재 중에서 가장 비싼 재화이기 때문에 주택소비자는 공동주택의 하자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공동주택 관련 건축기술이나 자재 품질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공동주택의 하자를 완전하게 개선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부분 입주민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다수지만 반대로 건설사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09년 포항과 경주·대구에서는 아파트 하자 소송을 빌미로 거액의 금품을 받아 챙기는 악덕 브로커들이 기소된 사례가 있었다. 이들은 입주자들에게 일반적인 아파트 하자를 대상으로 하자보수 소송을 부추겨 사례금을 챙겼다. 또 건설사에게는 소송을 하지 않는 대가로 합의금을 받아냈다. 입주자-시공사 모두 예민한 부분을 노려 사기를 친 셈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아파트 하자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후분양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후분양제는 아파트가 어느정도 지어진 상태에서 분양을 받기 때문에 소비자가 상품을 확인하고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치권에서도 후분양제 의무화 주택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정부에서도 공공부문에 이은 민간부문까지의 단계적 후분양제 추진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장점으로는 △분양권 투기 및 불법전매 방지 등을 통한 시장 안정 △하자방지 및 주택품질 제고 △소비자의 실질적인 선택권 보장 등이 꼽힌다.

하지만 후분양제 역시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만약 후분양제가 도입될 경우 △공사비 조달과 관련한 비용 및 금융비용 증가로 분양가 상승 △중소 주택건설업체의 공사비 조달을 위한 금융비용 증가 △중소업체의 자금 조달난으로 주택공급 감소 초래 △중도금 일시 납부로 소비자 부담 증가 등의 부작용이 있다.

또 후분양제 도입을 위해서는 금융시스템 개편도 필수적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분양제나 후분양제 어느것도 일방적으로 우월한 분양방식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후분양제를 시행하고자 한다면 PF개발금융 다양화 등 금융시스템 마련을 통한 시장 충격 최소화방안 등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장 후분양제 도입이 어렵다면 국토부에서 하자관련 통계자료 확보 등 데이터 수집에 적극 나설 필요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국토부 산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는 하자심사와 분쟁조정업무만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재산권 침해나 건설사 이미지, 해당지역 집값 하락 우려 등으로 전수 통계자료는 미흡한 실정이다. 국토부에는 처리건수만 집계·보고되고 있다.

보수 신청건에 대한 처리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무리한 하자보수 요구에 대해서는 적절한 현장 실사와 중재를 통한 조정 등 관리감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건설업체 현장소장은 "작은 긁힘이나 오염 등 세세한 부분까지 하자로 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며 "그런 부분은 입주청소때 해결되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 소비자들이 정당하게 하자보수를 요구할 수 있는 정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는 "하자 유형 분석을 통해 하자율에 대한 분석 통계를 내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하자를 원천적으로 없애는 건 불가능하고 하자를 어떻게 줄이는 것이냐에 대한 방안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하자문제는 최근 소비자들의 권리신장과 맞물리면서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다. 올 초에는 B건설사가 몇 개의 사업장에서 부실 시공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벌점 30점과 영업정지 3개월이라는 행정처분을 받는 등 부실시공사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고 있다. 만약 같은 문제가 재발할 경우 더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4000여건이 넘는 하자분쟁 피해구제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고 지난해에는 그 직전해보다 오히려 접수 건수가 더 늘었다. 공동주택 하자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ish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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