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융정책을 통한 자영업 지원 방안

최건호 서민금융진흥원 부원장·경제학 박사

경제심리지표는 개별 경제주체들의 경기에 대한 판단과 전망이 거시경제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을 기반으로 한다. 주로 경제주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경기동향과 전망을 파악하며 국내에서는 한국은행이 소비자동향지수를 집계하고 있다. 

소비자동향지수는 0~200 사이의 값을 가지며 100 미만인 경우 현재(또는 미래)의 상황에 대해 부정적으로 응답한 소비자가 긍정적으로 응답한 소비자에 비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8일 발표된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지수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봉급생활자에 비해 현재와 미래의 생활형편을 더욱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와 비교하여 6개월 후의 전망을 평가하는 '생활형편전망 소비자동향지수'에서 자영업자 지수는 92로 봉급생활자에 비하여 7 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6개월 전과 현재의 경기를 평가하는 현재생활형편 '소비자동향지수' 역시 자영업자가 82, 봉급생활자가 93으로 자영업자가 봉급생활자에 비해 더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소비자동향조사가 소비지출규모와 같은 양적지표를 보완하는 질적지표로서 경기현황에 대한 판단과 예측에 대한 적합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도 경기에 따라 수입이 변동적인 자영업자의 생활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임대료 상승에 대한 부담도 자영업자의 생활형편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자영업자의 부채 역시 자영업자의 생활형편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은행에서 집계하는 예금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올해 7월말 304.6조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했다. 자영업자가 기업대출로 분류되는 개인사업자 대출 뿐 아니라 가계대출도 이용하였을 경우까지 포함하면 자영업자의 부채규모는 더욱 커진다.

지난해 발표된 가계부채 종합대책 자료를 보면 자영업자대출 차주 160.2만명 중 가계대출 동시보유 차주는 129.0만명으로 전체 차주의 81%를 차지하고 있다. 대출금액 기준으로는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 동시 보유 차주의 대출금은 440조원, 개인사업자대출만 보유한 차주의 대출금은 81조원 수준이었다.

이에 정부는 자영업자의 자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8월 22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온라인 판매업자와 개인택시사업자의 카드수수료 인하 △근로장려금의 소득 및 재산기준 완화 △일자리 안정자금 및 사회보험료 지원 강화 등의 대책이 포함됐다.

만약 자금 수요가 있는 영세 자영업자라면 상기 지원 대책에서 발표된 정책 외에도 미소금융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또 창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운영자금이 필요한 사람 중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인 자 또는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인 사람은 미소금융 창업자금·운영자금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상인회가 구성돼 있는 전통시장의 영세상인인 경우라면 전통시장 대출도 가능하다.

서민금융시장은 초과수요 상태인 대표적 시장으로 자영업 대출잔액이 300조원을 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도 영세자영업자의 자금수요는 여전히 초과상태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앞으로도 소득이 창출되는 시점까지 기다릴 여력이 없는 서민·취약계층을 위해 이들의 수요에 맞는 다양한 정책서민금융상품을 개발·공급해 서민금융의 빈틈을 더욱 촘촘히 메울 방침이다.

<최건호 서민금융진흥원 부원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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