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금리정상화해야 부동산·증시 안정화된다

집값 고공비행 지속…금리 올려 수요 차단해야
점점 커지는 한미 간 금리역전폭, 자금 유출 유발

안재성 세계파이낸스 기자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고공비행과 증권시장 부진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시장의 안정화 의지를 드러냈지만 이후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는 등 오히려 역효과만 일으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을 기준지수(100)로 설정할 때 서울 아파트 가격지수는 ‘8.2 대책’ 발표 전인 지난해 7월 98.7에서 올해 7월 105.6으로 뛰었다.

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2 대책 발표 후 1년간 서울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는 6억7154만원에서 7억7678만원으로 1억524만원(15.7%) 올랐다.

이번달에도 서울 집값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지난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37% 상승(한국감정원 집계)해 30주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반면 증시는 지지부진하다. 연초 이후 2400~2500 사이를 오가던 코스피지수는 6월 중순부터 급락했다. 7월초에는 2300선까지 깨졌다. 이후 두 달 가까이 2200대에 갇혀서 좀처럼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하다가 최근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본격 상승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미중 무역전쟁, 진전이 보이지 않는 북미관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등 암초가 사방에 널려 있어 미래 전망도 어두운 상태다.

지나치게 뜨거운 부동산시장과 지나치게 냉각된 증시를 한꺼번에 잡는 묘수로는 금리인상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9개월째 1.5%로 동결 중이다. 그 사이 미국 연준은 금리를 세 차례 인상해 1.75~2%까지 올랐다.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된 것은 물론 그 폭이 최대 0.5%포인트까지 확대된 것이다.

이로 인한 폐해는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부동산시장에 붙은 불을 더 크게 키운 주 요인이 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장기 저금리 기조로 인해 주택가격 상승 등 금융안정 측면에서의 리스크가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부동산 활황세의 주 원인으로 오랫동안 지속된 저금리 기조를 꼽았다.

정부가 그간 투기과열지구 지정,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등 수요 억제책을 시행했으나 저금리 앞에서는 별무소용이었던 셈이다.

이미 부동산업계에서는 끝을 모른 채 고공비행하는 집값을 잡는 비책으로 금리정상화가 첫손에 거론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진심으로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키고자 한다면 금리를 올려 수요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금리는 증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일반적으로 저금리는 증시에 유리하게 인식되지만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될 정도의 저금리는 곤란하다. 해외자금 유출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올해 2월 코스피시장에서 1조5611억원어치나 순매도했다. 그 후에도 3월 7409억원, 4월 1조375억원 등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간 총 5조7378억원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7월 들어 3734억원 순매수로 돌아선 뒤 8월에도 22일까지 2860억원 순매수하긴 했지만 아직 그 전의 순매도액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의 매수세는 상반기의 과도한 매도세에 대한 기술적인 반등으로 여겨진다”며 “연준이 또 다시 금리를 인상하면 증시에서 해외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위험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한은의 금리정상화 시기는 자꾸만 뒤로 미뤄지고 있다. 당초 7~8월쯤에는 금리인상이 시행될 듯 했으나 요새는 11월까지 연기되는 분위기다. 금리인상 횟수 역시 연 1회에 그칠 것으로 보여 연 3~4회로 예상되는 연준과 격차가 크다.

물론 15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와 부진한 경기에 대한 정부의 우려는 일견 이해가 간다. 금리를 함부로 올렸다가 자칫 다수의 가계부채가 부실화돼 심각한 내수경기 침체 및 은행 등 금융사의 손실 증대를 부를 수 있다.

하지만 금리정상화를 미루면 미룰수록 부작용만 더 크게 쌓여갈 뿐이다. 점점 더 많이 풀린 유동성은 부동산에 불을 붙일 테고 한미 간 금리역전폭의 확대는 증시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격언이 존재한다. 금리정상화는 결국 언젠가 해야 할 일이고 그렇다면 서두르는 게 낫다. 연기할수록 한미 간 금리역전폭과 함께 가계부채 규모만 커질 뿐이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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