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중 '수출 경쟁' 심화에 대비해야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중국의 가격 및 비가격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 전쟁으로 위안화 가치는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원화는 지정학적 리스크 축소 등으로 하락폭이 크지 않다.

따라서 원·위안 환율이 하락하면서 중국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 또 중국의 산업 및 기술 경쟁력이 향상되면서 한국과의 기술 격차가 축소되는 등 한국과의 산업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중국의 기술 격차(120개 국가전략 기술)는 2014년 1.4년에서 2016년 1.0년으로 줄어들었다.

한국과 중국의 수출 구조 변화를 가공단계별, 기술수준별, 수출 경합도 및 품목별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 한·중 모두 최종재는 축소되고 중간재가 늘어나면서 가공단계별로 수출 비중의 변화는 있으나 여전히 한국은 중간재, 중국은 최종재 비중이 가장 높은 수출 구조를 유지했다. 한국은 부품·부분품을 중심으로 중간재 수출 비중이 2000년 59.8%에서 2016년 64.0%로 증가한 반면, 최종재 수출 비중은 동기간 39.8%에서 35.4%로 축소됐다.

중국도 최종재 수출 비중은 2000년 61.0%에서 2016년 56.5%로 축소됐지만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부품·부분품을 중심으로 중간재 수출 비중은 같은 기간 35.1%에서 42.6%로 확대됐다.

둘째, 한국의 고위기술 제조업 수출 비중은 2000년대 초반에 비해 하락한 반면 중국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한국의 고위기술 제조업 수출 비중은 2000년 35.8%에서 2011년 26.5%까지 축소됐으나 2016년 30.4%로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중국은 통신기기와 반도체 및 트랜지스터 중심으로 고위기술 제조업 비중이 2000년 22.4%에서 2016년 32.6%로 증가했다.

셋째, 한·중의 대(對) 세계 수출 경합도 지수(ESI)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한·중간의 수출 경쟁 구도가 심화됐다. 전체 품목뿐만 아니라 주력 8대 품목의 한중 수출 경합도 지수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품목 대상 한·중 수출 경합도 지수(對 세계 시장 대상)는 2000년 0.331에서 2016년 0.390로 상승하면서 200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8대 주력 품목의 수출 경합도 지수도 2011년 이후 상승 추세를 보이면서 2016년 0.470로 집계됐다.

넷째, 품목별로 보면 8대 주력 품목 중 기계, 조선을 제외한 6개 품목의 한·중 수출 경합도 지수가 2000년 초반에 비해 상승했다. 석유화학, 철강제품, 정밀기기, 자동차의 한·중 수출 경합도 지수는 해당 품목의 주력 수출 상품 구성이 비슷해지면서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철강, IT의 한·중 수출 경합도 지수는 2010년 전후로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 몇 년간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2000년에 비해선 높은 수준이다. 철강 부문에서 한·중 모두 주력 상품은 평판압연제품인데, 최근 중국이 이 상품의 수출 비중이 떨어지면 경합도 지수는 하락한다.

또 IT에서 한국의 무선통신용 장비 상품 수출 비중이 하락한 반면 중국은 크게 늘어나면서 한·중간 수출 경합도 지수가 최근 하락했다. 기계, 조선의 한·중 수출 경합도 지수는 2000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이는 한·중 모두 해당 품목의 주력 수출상품구조가 변화됐기 때문이다. 기계 부문에선 한국의 주력 수출 제품이었던 PC 부품 비중이 줄어들면서 상위 수출 품목이 비중이 고르게 분포됐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PC 부품이 주력 수출 상품이었지만 최근 수출 비중이 축소되고 자동데이터 처리 기계가 주력 수출 상품으로 변경되면서 한·중의 수출 경합도 지수는 떨어졌다. 조선부문에서도 한국의 주력 상품이 화물선 및 화객선에서 탱커로 전환되는 반면 중국은 여전히 화물선 및 화객선이 주력 상품으로 유지되면서 탱커 수출 비중이 축소됐다.

최근 중국의 가격 및 비가격 수출경쟁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간의 수출 경합이 심화되고 있어 국내 수출 산업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해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대비책으론 첫째, 중장기적으로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 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수출 시장 및 수출 품목 측면에서 수출 구조를 개선해 수출의 부가가치를 강화하고 일부 시장 및 품목의 부진이 경제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으로 확대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셋째, 미·중 무역전쟁, 글로벌 경기 부진 가능성, 신흥국 위기 가능성 등 수출시장의 하방리스크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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