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글로벌 최저임금 실험장에 포함되나

출처=고용노동부
최저임금을 급속히 올리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는 수단이 될까. 아니면 고용상황을 악화시킬까.

지난 19일 청와대가 고용지표 악화에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인 것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지표상으로 미진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취업자가 작년 7월보다 5000명 느는 데 그쳤을 뿐 아니라 전반적인 고용상황이 올들어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인상은 실험적이라고 할 만큼 이른바 역대급이다. 2017년 시급 6470원에서 2018년 7530원, 내년에는 8350원이다. 2년만에 29%, 거의 30% 인상하는 셈이다.

각 개인의 소득을 올리면 유효수요가 늘어나 고용이 확대되고 성장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케인지언적 이론에 기반을 둔 정책이다. 그런데 결과물이 좋지 않다.

그래도 청와대는 장기적으로 볼 때 지금의 경제정책 기조가 일자리 창출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며 지켜봐달라고 한다.

문제가 된 것은 장하성 정책수석이 밝힌 바와 같이 임시직·일용직 근로자와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다.

우리나라 정책당국이 과연 그런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현재 경제가 가장 강한 나라 미국의 최저임금을 살펴보면 그와 관련한 정책적 문제와 그에 대한 분석이 자세히 나온다.

미국의 연방 최저임금은 시급 7.25달러이지만 최근 시애틀을 필두로 여러 도시가 내년부터 시급 15달러로 인상을 거의 확정해놓고 있다.

시급 15달러라면 1만6837원이다. 우리나라 내년도 최저 시급의 2배를 넘어선다.

이런 엄청난 실험이랄 수 있는 시급 15달러 플랜에 대해 미국 현지서 엄청난 비판이 쏟아진다. EPI라는 공공연구소에서는 시급 15달러로 인해 없어질 카페와 리조트, 레스토랑의 실명과 사진을 게재할 정도다. 자영업자들과 저임금 피고용인들 모두 아우성이다.

최근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학자 클리포드 티스는 이런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 "최저 임금이 균형 상태 이상으로 높게 움직이면 시장은 이를 극복 할 수 없다"면서 "이로 인해 가장 취약한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문제를 우리 당국이 몰랐을 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애초 최저임금 인상을 내놓으면서도 아무런 대비책이 없었던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의 시애틀 등 서부지역 도시들이 최저임금을 실시하는 것은 부분적이어서 실험에 그치더라도 국가적으로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전망이다. 주마다 달라서 연방 최저임금보다 낮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다 통용되는 것인 만큼 최저임금의 효과는 직접적이고도 전면적인 경제정책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 만큼 올해 말까지 지속하다가 만약 고용이 계속 악화하고 경제성장도 둔화한다면 매우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최저임금은 역사적으로도, 또 이데올로기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정책이어서 세계 각국이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을 한다.

이웃 대만의 경우도 최저임금을 7% 인상하면서 성장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무척 노력중이고 구제금융을 앞두고 있는 그리스는 최저임금 인하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디폴트 상태인 베네수엘라만 비정상적으로 최저임금을 60배 인상했다.

최저임금의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를 과연 연말까지 기다려봐야 할지 궁금해지는 상황이다.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