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생보사와 ‘법적다툼’ 시사…압박 위해 현장검사 병행할까?

내달부터 즉시연금 분쟁 신속 처리 시스템 개시
윤석헌, “생보사 종합검사 검토”…‘보복 프레임’은 부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금감원)
금융감독원이 즉시연금 과소지급 논란과 관련해 생명보험사들과 본격적인 법적다툼을 시사했다.

우선 분쟁을 신속 처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소비자 권익에 직결되는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방침이다. 생보사들이 금감원의 분쟁조정을 거부하면 그 다음 차례는 소송이 된다.

동시에 종합검사도 실시해 전방위 압박을 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와 관련, “자칫 ‘보복검사 프레임’에 걸릴 수 있어 금감원도 망설일 것”이라는 의견도 함께 존재한다.

19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달 1일부터 즉시연금 추가지급 분쟁조정을 신속하게 신청받아 처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소비자가 금감원 홈페이지에서 이름, 생년월일, 상품명 정도만 입력하면 간편하게 분쟁조정이 신청되는 시스템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대한 신청이 많이 들어오도록 하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분쟁조정이 접수되는 대로 해당 생보사에 미지급 즉시연금을 전액 지급하라는 조정을 내릴 예정이다. 물론 생보사들은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생보업계 1위사이자 미지급 즉시연금 규모도 가장 많은 삼성생명은 앞서 지난달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미지급금을 일괄지급하라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을 거부했다. 대신 최저보증이율(2.5%) 예시 금액과 실제 받은 연금액의 차액만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 규모는 370억원으로 금감원 요구액(4300억원)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이어 2위사인 한화생명도 지난 9일 금감원의 요구를 거절했다. 한화생명의 미지급 즉시연금 규모는 약 850억원으로 추산된다. 생보업계 전체적으로는 약 8000억원에 달하므로 두 회사만으로 과반이 넘는 셈이다.

따라서 다른 생보사들도 조정 거부에 동참할 확률이 높으며 그 경우 다음 단계는 소송이다. 해당 생보사는 삼성생명처럼 소비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내거나 아니면 피소당하는 걸 각오해야 한다. 금감원은 개별 소비자들의 소송도 지원할 방침인 거으로 알려졌다.

특히 즉시연금 가입자 수가 약 16만명에 달해 수많은 소송을 일일이 처리하는 것은 생보사 측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일일이 소송으로 가는 것은 행정 낭비가 많다"며 일괄구제가 생보사 측에도 불리하지 않음을 암시한 바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수만명의 가입자들과 소송전을 벌이는 것은 생보사 측으로서는 꽤 부담스럽다”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것 외에 소송전으로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금감원이 즉시연금 일괄지급을 거절한 생보사에 종합검사를 실시해 전방위 압박을 가할 거란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윤 원장은 “소비자보호가 최우선”이라며 ‘보복성 검사’라는 욕을 먹더라도 종합검사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보험사들이 보험료에서 사업비, 만기보험금 재원 등을 공제한다는 사실을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 자체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역시 ‘보복성 검사’라는 프레임은 금감원으로서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윤 원장이 이야기는 소송과 검사는 별개라는 뜻이었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올해 하반기 중 실시될 전망인 생보사 종합검사에서 이미 금감원 분쟁조정위의 조정을 거부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제외될 거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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