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어떻게] KB캐피탈의 무서운 질주

캡티브·중고차 시장 공략 주효… 2년만에 업계 순위 네 계단 뛰어올라
'KB차차차' 대성공…출시 1년여만에 매물 6만대·시장점유율 37% 달해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신화를 일궈낸 사람과 기업들을 보면 그 노하우와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최고라는 타이틀은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최고가 된 이들은 숱한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남들과 다른 '차별성'을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됐다. 세계파이낸스는 성공한 기업 또는 인물들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은 무엇인지, 그들만의 노하우와 비결은 무엇이었는지 [왜/어떻게] 시리즈를 통해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최근 캐피탈업계에서 KB캐피탈의 무서운 성장속도가 화두다. 본래 캐피탈업계는 부동의 1위인 현대캐피탈을 필두로 아주캐피탈이 오랫동안 2위를 유지하는 등 순위 변화가 별로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14년 KB캐피탈이 KB금융그룹에 편입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2014년 자산규모 기준 6위였던 KB캐피탈은 빠른 속도로 세력을 확장해 2016년에는 2위까지 올라섰다. 그 사이 수익성도 크게 확대됐다.

KB캐피탈의 급성장 요인으로는 적극적인 캡티브 시장 확보와 중고차시장 공략이 꼽힌다. 특히 온라인 중고차매매플랫폼 ‘KB차차차’를 활용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롯데캐피탈 제치고 2위 등극

KB캐피탈은 KB금융에 편입된 2014년만 해도 자산규모 기준 업계 6위, 당기순이익 326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KB캐피탈은 급속도로 성장해 캐피탈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2015년에는 업계 4위로 올라섰고 2016년에는 총자산 7조4528억원으로 전년(5조5877억원) 대비 33.4% 급증하며 롯데캐피탈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KB캐피탈은 3위사인 롯데캐피탈(7조1916억원)과의 차이는 점점 벌려가고 있다. 

이후에도 KB캐피탈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총자산 9조2349억원을 기록해 10조원에 근접했다.

수익성도 대폭 개선됐다. KB캐피탈의 당기순익은 2014년 326억원에서 2015년 631억원, 2016년 967억원으로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에는 당기순익 1204억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최초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불과 3년만에 당기순익이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익은 675억원으로 전년동기의 627억원보다 5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캐피탈사는 한 번에 대금을 결제하기 어려운 고가의 소비재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에게 대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일정기간 분할상환할 수 있도록 대출해 주는 할부금융회사다. 

특히 캐피탈사는 자동차할부금융에 주력하고 있다. 자동차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에 이르는 고가 상품으로 한 번에 현금을 내고 사기 어려워 캐파탈사의 주요 수익원으로 꼽힌다. 

여신금융협회 산하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캐피탈사의 총자산대비 자동차금융 자산비중은 50.5%로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은 이 비중이 90%를 넘어섰다.

박지우 KB캐피탈 사장. 사진=KB캐피탈
이 때문에 KB캐피탈은 2015년 박지우 사장 취임 이후 자동차 금융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KB캐피탈은 2015년 쌍용자동차와 손잡고 KB캐피탈 49%, 쌍용차 51%의 지분 출자르 통해 쌍용차 전담 할부금융사인 SY오토캐피탈을 설립했다. 올초에는 한국GM으로 할부금융 영역을 넓혔다. 지난 2월엔 2013년부터 전담하던 재규어랜드로버 할부금융 사업을 2021년까지 연장했다.

캐피탈 시장의 특징중 하나는 완성차업체와의 전속계약 여부가 영업이익으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이를 캡티브(Captive) 시장이라고 부른다. 

캡티브사는 완성차업체에서 영업 지원과 약정된 금리 마진을 보장받기 때문에 무이자나 저리 할부 상품 취급으로 시장 확대를 극대화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오랜 기간 부동의 1위를 지켜왔던 것도 현대·기아차란 탄탄한 캡티브 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KB캐피탈이 캡티브 시장 확대에 주력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주캐피탈이 준캡티브(Semi-Captive)사 지위를 잃은 것이 KB캐피탈엔 기회로 작용했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쌍용차, 한국GM시장은 KB캐피탈을 비롯해 아주캐피탈, JB우리캐피탈이 경쟁하는 준캡티브 시장이었다. 하지만 아주캐피탈이 2014~2016년 두 차례 매각 무산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져 자금 조달 위기를 겪으면서 두 시장을 모두 KB캐피탈에 내줬다.

지난해 재규어랜드로버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1만대를 넘어서고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27.5% 늘어난 8602대를 판매하는 등 재규어랜드로버의 인기몰이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쌍용차 가 상반기 내수시장에서 5만1505대를 판매하는 등 SY오토캐피탈 선전도 순익 증가에 한몫했다.

◇거래 투명성 높인 온라인 중고차매매플랫폼 'KB차차차' 순익 견인

KB캐피탈의 급성장 배경으로는 이런 캡티브 시장 확보와 함께 중고차시장 점유율 확대가 주 요인으로 꼽힌다.

KB캐피탈은 2016년 6월 'KB차차차'를 앞세워 중고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최근 중고차 시장 규모는 급격히 성장해 올해초 35조원을 넘어섰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연 평균 5.6%의 성장률을 기록해 같은 기간 신차시장 성장률인 3.3%를 압도했다. 이미 중고차 거래량은 신차의 두 배 수준이다.

중고차매매시장은 그간 '레몬마켓'으로 인식됐다. 레몬마켓이란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비대칭성으로 시큼하고 맛없는 레몬처럼 질 낮은 물건이 주로 유통되는 시장을 일컫는 말이다.

KB캐피탈은 거래 투명성을 높여 레몬마켓인 중고차시장을 달콤한 복숭아처럼 가격 대비 좋은 제품이 넘치는 '피치마켓'으로 바꾸기 위해 '헛걸음 보상제'를 도입해 허위 매물을 원천 차단했다. 헛걸음 보상제는 고객이 현장에서 확인한 매물이 홈페이지와 다를 경우 20만원을 보상으로 지급하고 인도받은 차량에 결함이 있을 경우 환불해준다. 또 소비자가 차량을 판매할 경우 KB차차차가 제시하는 가격을 보장해주고 회원 매매상사가 이중 하나라도 어기면 바로 플랫폼에서 퇴출한다.

이같은 헛걸음보상제에 힘입어 KB차차차는 출시 1년 반만에 매물 6만대를 돌파했다. 현재 1000여개의 중고차 매매상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고 지난 2월말 기준 누적방문자 수는 2600만명에 달한다. KB차차차의 매물 등록대수 기준 온라인 중고차매매 시장 점유율 역시 2016년 6월 13.5%에서 지난해 10월 37.1%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 6월에는 관심 있는 차량 정보를 등록하면 관련 상담 등을 제공하는 '구해줘 차차차'와 딜러들이 제시한 최고 견적 상위 업체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팔아줘 차차차' 등의 신규서비스를 도입한 'KB차차차 2.0'을 출시했다. 

KB캐피탈은 차량 관리와 관련한 서비스를 온라인 상품권 형태로 구매할 수 있는 '선물해줘 차차차' 서비스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이 서비스를 통해 세차·오일교환·썬팅·광택 등 차량관리 상품권을 시중 가격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고 구입한 상품권은 선물하기도 가능하다.

KB캐피탈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1만5000대 가량의 장기렌터카를 연말까지 2만대 수준으로 확대하고 KB차차차를 통해 자동차 관련 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KB캐피탈 관계자는 "'KB차차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금융을 보다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특히 중고차, 장기렌트 등 다양한 분야로 저변을 넓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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