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려움에 맞서는 방법, "공간을 나누고 쪼개라"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강화된 부동산 규제로 투자 여건이 점차 열악해지고 있다. 보유 자금이 많은 투자자들은 세금에 그리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지만, 노후를 생각해야 하는 생계형 투자자들은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

최근 경영여건이 어려워진 것은 창업시장도 마찬가지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와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사람들의 소비는 크게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도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며, 견디다 못한 자영업자들의 폐업률도 치솟고 있다.

부동산과 창업시장은 어려운 사업여건을 타파하기 위해 공간 쪼개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한정된 공간을 나누어 활용도를 높이면서 지출을 줄이고 수익성을 증대시키려는 노력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최근 한 집에 2세대 이상이 거주할 수 있도록 구성한 ‘세대구분형 설계’가 주목을 받고 있다. 대부분 2개소 이상의 현관, 주방, 욕실 등을 갖추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생활공간을 분리할 수 있도록 내벽 설계가 적용된다.

세대구분형 설계를 통해 집주인은 본인 소유의 집에 거주하면서 일부 공간에는 임차인을 유치하고 이로 인해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 투자금에 대한 부담이 비교적 낮고 관리가 용이하다는 점 등이 은퇴 이후의 베이비부머 세대로부터 관심을 모아 왔다.

특히 요즘 들어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기존 중·대형 집을 세대구분형으로 리모델링하는 경우가 비교적 늘고 있다는 것이다. 자녀 출가 등으로 집의 남는 공간을 그대로 두지 않고 설계 변경을 통해 임대수익을 거두는 추세다. 투자 가성비가 높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점 등이 인기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세대구분형 설계는 말 그대로 세대가 구분되는 형태로 거주할 수 있는 설계를 말할 뿐, 실제 세대가 분리되지는 않는다. 즉, 1주택으로 남기 때문에 임대인은 다주택자로 분류되지 않아 세금 부담 등에서 자유롭다. 물론 구분한 세대만 매매할 수도 없다. 세입자는 구분 세대에 거주 시 전입신고를 할 수 있고 독립된 등본 발급도 가능하다.

다만 기존주택 중에서는 현재 아파트 등 공동주택만 세대구분형 리모델링이 가능하고 리모델링하기까지의 과정도 까다롭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임대사업 방법은 아니다.

또 세대구분형으로 리모델링하려면 주민 동의와 지자체 허가 등 여러 관문을 거쳐야 하는데 가장 기본적으로는 국토교통부의 세대구분형 공동주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아파트(공동주택) 전체 가구 수의 10분의 1, 동별로는 3분의 1 이내에서 세대구분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구축했다. 기준에 충족되더라도 해당 동 주민 3분의 2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관할구청 주택과(혹은 시청)에서 허가 절차를 밟아야 세대구분형으로 리모델링이 가능하다.

세대구분형 공사 후에도 주차공간 부족이나 전기요금 분쟁 등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구분 세대에 대해 주차장 수선충당금을 납부하거나 차량 미소유세대로부터 주차공간을 빌리고 전기계량기를 분리 사용하게 하는 방법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세대구분형 리모델링은 구분세대 공간에 거주하는 임차인, 주변 이웃과의 분쟁 소지가 있는 만큼 원만히 임대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구분 세대 임대계약 시에는 계약서에 관리비, 수도요금, 도시가스요금 등의 납부 기준을 협의해 명시하고 거주 후에는 프라이버시 침해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가 필요하다. 

간단하진 않지만 은퇴 이후 큰 소득이 없는 1주택자라면 실거주와 임대소득 확보가 동시에 가능한 세대구분형 리모델링을 추진해볼 만 하다. 1~2인 가구가 늘고 있는 만큼 공동주택 내 세대구분형 세대는 높은 주거편의성을 바탕으로 임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불경기에 공간을 쪼개는 것은 창업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매출 상승을 위한 점포 혁신 방법으로 '한 지붕 두 가게' 전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 지붕 두 가게를 풀어 말하면 한 점포에 두 가게가 동시에 운영되는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를 말한다. 기존 세입자가 새로운 세입자를 점포 내로 들이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숍인숍을 처음 들어봤다면 다소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주변을 찾아보면 의외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숍인숍은 대형 쇼핑공간 내 외식업체들이다. 민자역사 내 임대계약을 통해 들어서 있는 대형마트나 아울렛, 백화점, 쇼핑몰을 보면 지하 1층을 중심으로 음식점, 커피전문점, 디저트가게 등 외식업체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쇼핑하는 고객들의 배고픔과 목마름을 충족시켜주는 외식업체들 대부분이 숍인숍 형태로 입점돼 있으며 우리가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숍인숍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미용실 내 네일아트숍’처럼 비슷한 업종끼리 한 점포 내 운영되는 경우도 많다. 미용실을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여성이면서 뷰티에도 관심이 많은 고객들이다. 네일아트숍의 타깃 고객층도 뷰티에 관심 많은 여성 위주의 고객들로 미용실과 고객층이 거의 동일하다.

최근에는 취업사진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사진관 내 메이크업·헤어숍을 같이 운영하는 경우도 많은 데 이러한 경우도 숍인숍이라고 볼 수 있다. 사진관 내에서 메이크업과 헤어, 의상 대여, 사진촬영까지 패키지로 이용할 수 있어 번거롭지 않고 가성비도 높아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숍인숍 형태는 서비스 상품은 다르지만 고객층이 비슷한 업종 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숍인숍으로 입점 시 권리금이 지출되지 않고 사용 공간에 대한 임대료만 지급하면 되기에 점포 확보와 유지비용 부담이 낮은 것도 장점이다. 불경기가 지속될수록 앞으로의 창업시장에서 점점 비중이 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단점은 역시나 공간의 한계다. 한정된 공간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매출의 한계가 발생할 수 있고, 업종 선택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점포 출입구나 고객 동선 상 편리한 곳에 점포를 배치해야 소비자들이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숍인숍으로 운영 시 주의할 점도 있다. 대부분 건물주가 아닌 점포의 기존 세입자와 점포의 일부를 임대하는 전대차 계약을 맺기 때문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지 못한다는 것. 이 경우 건물주로부터 일부 매장 임대에 동의한다는 동의서를 받아두는 것이 좋으나, 이마저도 문제 발생 시 법적 효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점포 운영의 주도권이 기존 세입자에게 있으므로 기존 세업자의 사정이나 폐업 등에 의해 운영 유지가 불안하다는 점도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부동산에서의 세대구분형 설계나 창업시장의 숍인숍 영업은 둘 다 열악해진 투자, 경영여건에 맞춰 진화, 변화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장점이 많은 공간 활용법이지만 단점도 분명 존재하는 만큼 실행 전 장단점에 대한 숙지는 필수다. 무엇보다 원래는 하나의 공간이었던 곳을 나누어 사용하는 만큼 임대인과 임차인, 세입자 간 서로를 향한 배려가 있어야 오래 유지될 수 있고 장기간 수익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하자.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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