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르 무너지는 바이오주…예견된 결과?

신라젠·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삼성바이오 큰폭 하락
실적 대비 주가 고평가…피로감 누적으로 반등 쉽지 않을 듯

자료 = 한국거래소
올들어 바이오주의 주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 2분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장기 부진이 지속되는 데다 최근 한 달여 사이는 하락폭이 더 커져 시가총액 수십조가 증발했다.

회계 감리 문제, 가짜 백신 사태 등 다양한 이유가 거론되지만 애초에 바이오주의 주가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적에 비해 주가가 너무 높다보니 거품 붕괴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바이오주가 반등할 요소를 찾기 쉽지 않자 증권시장 전문가들은 신중한 투자를 조언하고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바이오주들의 주가는 모두 지난달 중순 대비 크게 떨어졌다.

대표적인 바이오주로 꼽히는 셀트리온은 지난달 15일 29만8500원에서 이날 27만1500원으로 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9.2%, 삼성바이오로직스는 8.6%씩 빠졌다.

신라젠은 특히 내림폭이 컸다. 8만1400원에서 5만2200원으로 35.9%나 급락했다.

주요 제약 및 바이오 종목 77개로 구성된 KRX헬스케어지수도 하락세가 가파르다. 지난달 15일만 해도 4200 부근이었던 KRX헬스케어지수는 6주 연속 하락세를 그리며 지난 27일 3672.04로 내려갔다. 지난 25일에는 연중 최저치인 3600.39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지수가 주간 기준으로 6주 연속 떨어진 것은 지난 2016년 9∼11월 이후 약 2년만이다.

이에 따라 시총도 크게 줄었다. 지난달 15일 158조6000억원이었던 KRX헬스케어지수 시총은 6주만인 지난 27일 137조4000억원으로 21조2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2분기초부터 부진한 흐름이 그치지 않는다는 게 바이오업계의 고민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3월초에는 37만원을 넘나들던 주가가 4월 중순부터는 30만원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월 중순까지 50만원 이상이었으나 4월말부터 고꾸라졌다. 그 뒤 좀처럼 하락 흐름을 뒤집지 못해 지금은 40만원대 회복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바이오주 장기 부진의 주된 원인으로는 회계 감리 문제와 가짜 백신 사태 등이 꼽힌다.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에서 분식회계 혐의가 발견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권선물위원회까지 올라갔지만 결국 ‘반쪽짜리 결론’으로 끝났다. 여전히 금감원의 재감리가 남아 있어 불확실성이 큰 상태다.

또 금융당국이 제약 및 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연구개발비의 회계처리 적정성에 대해 연초부터 테마 감리를 벌이는 점 역시 바이오업계에는 부담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약 개발 등 개발비에서 연구 단계와 개발 단계의 구분이 명확치 않아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과도하게 자산으로 인식하는 관행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부분은 회계처리 오류 가능성이 커져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간 '무형자산'으로 처리되던 연구개발비가 '비용'으로 처리될 경우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할 수 있어 바이오업계의 고민이 큰 상태다. 또 중국에서 터진 ‘가짜 백신 사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여러 불확실성으로 누적된 피로감이 최근 제약 및 바이오주의 급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애초에 바이오주의 주가가 너무 높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예를 들면 올해 상반기 1조91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KB금융지주의 시총(7월 31일 기준)은 22조4108억원이다. 반면 시총 34조450억원인 셀트리온의 상반기 당기순익은 2000억원이 채 안된다.

주가가 꽤 떨어진 상태임에도 이처럼 바이오주의 시총은 타 업종에 비해 실적 대비 무척 큰 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주는 별세계라고 봐도 될 정도로 실제로 뽑아내는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익 등에 비해 주가가 유난히 고점에서 형성돼 왔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주의 주가가 처음부터 워낙 급등하다보니 더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돼 주가가 더 뛰는 경향을 나타냈다”며 “그야말로 기대감이 기대감을 부른 케이스”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바이오주의 주가가 실적에 비해 여전히 높아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보니 하반기 들어 반등할 여지도 별로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 연구원은 "하루이틀 내에 바이오주의 분위기가 반전되거나 추세 반전에 성공할 것 같지 않다"며 “거시경제 환경 등을 고려할 때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바이오업종 투자 비중을 줄이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도 “바이오주에 대해 경계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추세 전환을 확인한 후 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영업점 직원들에게 8월 주식시장 전망을 설문조사한 결과 상승기대 업종으로 제약 및 바이오를 뽑은 응답이 9%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제약 및 바이오를 상승기대 업종으로 뽑는 응답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건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은 바이오주의 일시 부진이라기보다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시점이라고 봐야할 듯 하다”며 “다만 어디가 바닥일지 판단하기는 몹시 힘들다”고 전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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