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생산적 금융' 위해 단기금융업 인가 서둘러야

증권사 자금력 강화될수록 모험자본 육성도 활성화돼


  
안재성 세계파이낸스 기자
                                                                     수출·소비·고용 부진에 성장률마저 둔화되는 등 한국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7%에 그쳐 전기(1%)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민간소비도 0.3%(전년동기 대비) 늘어나는 데 그쳐 2016년 4분기(0.3%) 이후 6분기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설비투자가 6.6%, 건설투자가 1.3%, 지식재산생산물 투자가 0.7%씩 각각 줄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경제 부문에서 성과가 없어 너무 초조하다”고 밝힐 만큼 경기 부진이 심각하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내세운 중요한 해결책은 혁신성장이다. 그리고 혁신성장을 금융 분야에서 지원하는 것이 ‘생산적 금융’이다.

혁신성장이란 결국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 등에 자금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골자다. 생산적 금융은 그 자금을 원활히 조달하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생산적 금융을 통해 자금이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생산적 금융에 진력하겠다는 금융당국이 정작 증권사의 단기금융업 인가에는 매우 인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말 이후로 금융당국이 발행어음 업무를 허용하는 기준선으로 정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달성한 증권사는 총 5곳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실제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얻은 곳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두 곳뿐이다.

그나마 KB증권은 그간 인가를 가로막는 걸림돌이었던 옛 현대증권 시절 대주주 신용공여로 인한 징계가 지난달말로 만료돼 연내 인가가 기대되고 있다. 반면 미래에셋대우증권과 삼성증권 최고경영자(CEO) 리스크 때문에 발목이 잡혀서 언제 인가가 나올지불투명한 상태다.

생산적 금융에서 증권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자금력은 은행이 압도적이고 실제로 중소기업들은 자금조달의 90% 이상을 은행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은 안정적인 경영을 최우선시하기에 투자보다는 대출에 주력한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은행의 기술금융 잔액 83조3070억원 중 기술기반 투자는 2.05%에 불과했다. 나머지 97.95%가 대출인 셈이다. 관계형금융 역시 대출 비중이 99%가 넘는다.

게다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가운데 담보대출 비중은 71.2%에 달했다. 부동산 등 담보가 없으며 은행 문턱을 넘기도 힘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 은행은 중소기업, 특히 실적이 없는 벤처기업이나 혁신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걸 꺼린다”며 “그보다는 주택담보대출,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는 리스크에 보다 관대한 증권사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증권사들이 중소기업을 더 열심히 지원하려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발행어음은 증권사들의 자금조달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시켜 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모험자본 육성을 위해 증권사의 자금조달능력을 확대해야 한다”며 “자금조달능력 증대에 발행어음만한 것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도 "초대형 IB의 발행어음 업무 영위는 혁신성장 차원에서 꼭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발행어음 판매 개시 이후 이틀 만에 목표치인 5000억원을 채웠다. 올해 3월말까지 누적 조달액이 2조2000억원을 넘겼다.

지난달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NH투자증권은 이달초부터 발행어음 사업에 뛰어들어 열흘 만에 약 700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목표액은 3개월간 1조원, 1년간 2조원이다.

여기에 국내 증권사 중 자기자본 규모 1위인 미래에셋대우증권과 3위인 삼성증권, 4위인 KB증권까지 발행어음 업무에 뛰어들면 더 많은 자금이 조달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생산적 금융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작금의 경제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 얼어붙은 투자와 소비심리를 빨리 해소하지 않으면 자칫 한국 경제는 장기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  생산적 금융을 외치면서 까다로운 인가 요건을 고집하는 것은 모순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혁신성장이 헛구호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단기금융업 인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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