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흥국 위기설에 대비하자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1.50%∼1.75%에서 1.75%∼2.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미국의 정책 금리는 2008년 이후 10년 만에 2%대를 기록했고 미국·한국의 금리 격차가 0.5%포인트로 2007년 8월 이후 가장 크게 나타났다.

더욱이 6월 FOMC에서 2018년 미국 경제 성장률을 지난 3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 상향한 2.8%로 조정하는 등 물가와 실업률도 기존 전망치보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책 금리도 상향 조정되면서 올해 금리 인상 횟수도 4회로 전망하고 있다.

또 향후 미국 경기 후퇴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들도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당분간 경기 확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금리 인상 가속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신흥국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신흥국의 리스크를 나타내는 경제 지표들이 일제히 상승하는 등 신흥국의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 5월 아르헨티나가 큰 폭의 금리 인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을 방어하지 못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경상수지와 재정적자가 누적되고 인플레이션이 부각되는 등 비슷한 경제 문제를 가진 국가들로 우려가 확산되면서 터키, 브라질의 통화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됐다.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등장하면서 러시아 루블화 하락, 최근에는 이탈리아·그리스 등에 대한 우려로 연결되고 있다.

실제로 신흥국 22개국을 대상으로 CDS 프리미엄, 환율 변동성, IMF의 위기 판단 지표, 외환 보유고 등을 기준으로 신흥국 위기 가능성을 평가했다. 평가 결과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남아공, 멕시코, 이집트, 미얀마, 우크라이나 등이 위기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분류됐다.

먼저 CDS 프리미엄 증가율과 통화가치 절하율을 평가한 결과 신흥국 평균을 하회한 국가는 멕시코, 남아공, 브라질, 터키, 아르헨티나로 나타났다. IMF의 위기 판단 지표로 평가한 결과에는 아르헨티나, 터키, 이집트, 미얀마, 남아공, 우크라이나 등이 고위험국가로 평가됐다.

위기 가능성이 높은 7개국의 필요 외환보유액을 평가한 결과 브라질, 이집트를 제외하고는 외환 보유액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위기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는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공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국내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이 쉽지 않아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가 불가피하다. 이로 인해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이 존재한다. 미국이 금리를 4회 인상할 경우 한·미 금리차는 0.75∼1.0%포인트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이 있으나 과거에 비해 외환 건전성은 개선됐고, 타 신흥국에 비해 경제 기초 체력이 양호해 외국인 자금 유출이 제한적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두 차례 미국 정책금리가 한국 기준 금리를 상회한 사례를 보면, 금리 격차가 확대될 때 외국인 자금 유출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흥국 위기설에 따른 국내 경제 영향을 보면 일부 신흥국 위기 발생으로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한국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단 위기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의 세계 GDP 비중 및 한국 수출 비중이 높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 국가의 은행 대외 자산 보유 비중도 낮은 수준이라 국내 은행이 취약해질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신흥국 위기가 일부 국가에서 시작돼 경제 규모가 큰 신흥국으로 전이될 경우 국내 및 세계 경제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금리 인상 횟수 전망이 기존 3회에서 4회로 인상되면서 국내 경제에 미칠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고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첫째, 향후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에 있어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보다는 국내 경기 부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둘째, 취약 신흥국의 위기가 신흥국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모니터링 및 안전망 강화를 통해 대비해야 한다.

셋째, 미국 경기 확장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미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넷째, 미국 금리 인상 가속과 신흥국 취약성 부각, 무역전쟁, 유가 상승 등 대외 불확실성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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