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가임대인·임차인 상생하는 환경 조성돼야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정부가 추진 중인 소득주도 성장의 일환으로 최저임금인상에 이어 소상공인 육성 사업이 잇따라 진행 중이다. 최근 발생한 궁중족발 사건(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 종료 후 임대료 인상으로 인한 폭력사태)을 계기로 다시금 임차인 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개정 움직임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중소기업벤처부가 100년간 영속될 수 있는 소상공인을 키우기위해 발표한 '백년가게 육성방안'에는 상가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이하 계약갱신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임대료 인상률도 지금과 동일하게 최대 5%로 제한할 방침이며 더불어 정부는 건물주가 재건축·철거 등 사유로 임대차계약 연장을 거절할 때 영업시설 이전비용을 보상해주는 퇴거보상제도 마련할 계획이다.

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25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올해 내로 계약갱신기간 연장, 퇴거보상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임차인들은 대체로 크게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임대인들은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시장원리에 반하는 개인재산을 정부가 침해했다며 크게 반발하면서 사회 갈등으로까지 나타나고 있다.

먼저 임차인들의 입장에서는 계약갱신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나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줄어들 수 있다. 또 계약갱신기간 종료와 함께 임대료 인상 요구로 새로운 점포를 구해야 하고 이전비용과 새롭게 고객을 유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줄어들 수 있다.

이 밖에 장기간 안정적인 임차환경이 조성되는 만큼 임차인들이 점포 시설에 대한 투자범위를 늘려 장기 운영업종의 전문성 강화에도 도움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간 영업한다면 기술 축적을 통해 산업 전반에 기여할 수 있고 일본이나 유럽처럼 가업으로 전통을 잇는 개성강한 점포가 많이 나올 수 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결국 경제전반에 도움이 되고 멀리 내다보면 향후 관광산업에도 기여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차인뿐만 아니라 임대인 입장에서도 10년간 공실 없이 한곳에서 영업을 유지한다면 좋은 일이다. 계약갱신기간 연장으로 임차인이 점포시설에 투자하고 전문성을 길러 장기간 영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은 임대인 또한 10년간 공실 없이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향후 수익률 하락으로 상가 투자의 메리트는 떨어질 수 있다. 계약갱신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나는 것은 임대인에게 그렇게 큰 부담은 아니지만 금리 인상은 큰 변수다. 대부분 상가 구매 시 은행대출을 포함해서 구매하는 방식을 택하는데 10년간 임대료를 연 5% 인상으로 제한한다면 대출이자까지 고려했을 때 사실상 임대인의 수익은 은행예금 금리보다도 못할 수 있다. 특히나 미국의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인해 우리나라 또한 금리인상이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으로 이자부담이 높아진다면 대출을 이용한 상가 투자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움직임으로 인해 기존 보유한 상가를 처분하려는 임대인도 발생하고 있다. 금리인상 압박도 높아지면서 은행에 예금해 이자를 받거나 다른 투자처를 생각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현 시중은행 대출 금리는 신용도가 높을 경우 연 평균 3.7%(담보·신용) 수준이지만 금리 인상 시 3.9~4.5% 가량으로 오를 것이 예상된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과 금리 인상이 동반된다면 상가 투자시장은 위축될 수 있다.

따라서 임차인 편에 치우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은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임차여건이 개선되는 만큼 임대인에게도 혜택이 부여돼야 한다.

현재 상가 구매 시에는 취득세, 등록세 등 세금을 4.6% 납부해야 한다. 취·등록세나 종합부동산세 등을 인하하고 건강보험료 등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임대인들의 혜택 역시 확대가 필요하다. 또 10년간 임차기간을 보장하되 임대 6년 차 부터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보증금과 월세 조정이 가능하도록 해야 양측 입장 차를 줄일 수 있다.

이 밖에 일부에서는 10년간 영업권이 보장된다면 권리금이 상승할 것이라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임차인간의 권리금 과열현상이 불거질 수 있다면 이 또한 정부의 선제적 대응 규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차지차가법(借地借家法)상 건물 임대차계약 시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외에는 계약해지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계약기간이 만료돼도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정당한 사유란 임대인(건물주)의 전근, 요양 등으로 부득이하게 건물을 관리할 수 없거나 건물을 철거할 경우에 해당한다. 철거도 건축물의 노후화로 불가피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이때도 건물주는 서면으로 사유를 소명해야 하고 사유가 정당한지는 법원이 심사한다. 또 법원은 건물주가 임차인에게 영업손실에 적절한 보상을 하는지도 심사한다.

영국은 임차인을 가장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권리금을 별도의 재산권으로 인정하고 처분이나 양도 등 허용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영업권이 하나의 개별 권리이기 때문에 임차인이 타의에 의해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되거나, 강제로 폐업하게 된 경우 임대인 등에게 영업권에 대한 보상을 요청할 수 있다. 임대차의 존속기간의 경우 별도의 기간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임대인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차인의 임대차갱신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임대료의 연체 등 임차인의 잘못이 아닌 한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퇴거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임대인에게 너무 불리한 법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임대료 상한 폭에 별도의 제한이 없으며 보통 3~5년마다 한 번씩 임대료를 다시 정하는데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른다. 합의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는 법원이 나서서 임대료를 조정한다.

프랑스의 상가건물임대차기간은 최소 9년으로 이 기간이 지나면 임대인은 임차인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지만 엄격한 조건이 필요하다. 권리금의 경우 프랑스는 별도의 재산권으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영업소유권이라는 권리가 존재한다. 임대차계약의 갱신요구를 거절하는 경우 임대인은 영업소유권의 침해로 인한 가액, 일종의 '퇴거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 퇴거보상금은 상당히 고액이라 사실상 임차인은 원할 때까지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가 많다.

임대료의 경우 제한이 덜 한 편이다. 임대인과 임차인은 최초 계약 시, 평균 시세 등에 구애 없이 자유롭게 임대료를 정할 수 있다. 다만 이후에 임대료를 증액하려고 하는 경우 인근지역의 통상적 차임이나 현 임대목적물의 여러 요인을 고려해서 합리적으로 정해야 한다.

상가임대차와 관련된 해외 입법례를 살펴보면 일본은 계약갱신 거절에 정당한 사유를 요구하고 영국의 경우 계약갱신청구권과 퇴거보상을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계약갱신 거절의 자유를 인정하면서 퇴거보상을 하도록 하는 등 각 국가의 상황에 맞게 상가건물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 있다.

현재 입법을 진행 중인 계약갱신기간 연장, 퇴거보상제 등이 잡음 없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상가 분양가격을 현실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도권에 공급되고 있는 신규상가의 분양가격이 높아 임대인의 투자부담금 또한 높다. 이로 인해 임대인은 투자 수익률에 맞는 보증금과 월세의 가격을 높게 형성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상가 분양가에 거품을 빼고 현실적인 수준에서 공급한다면 투자와 임대시장 모두 안정적인 흐름으로 유지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은 결국 상생관계라고 할 수 있다. 임대인이 좋은 여건을 제공해야 임차인이 영업을 잘 할 수 있고, 매출이 높아진다면 결국 임대인에게 좋은 결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임대인에게 성공이란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꾸준히 얻으면서 상가의 가치도 매매 당시보다 상승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임차인에게 영업기간을 충분히 보장하고 점포시설에 투자할 수 있는 금전적 여유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임차인이 점포 운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많은 고객을 끌어들인다면 상권 확장으로 인해 지가와 건물가치도 높아져 임대인의 성공 확률도 높아질 수 있다.

종로구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생협력이 잘 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종로구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지난 20일부터 '상가건물 임대차 상생계약서'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상생계약서는 표준계약서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규정을 준수해 임대인은 적정 임대료를 유지하고 임차인의 재계약 요청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극 협력토록 하는 내용의 조항이 추가돼 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종로구 익선동의 경우 상권이 형성되면서 세입자가 상가운영 및 홍보를 잘해 대박 가게로 떠오르고 주변 상권까지 활성화되면서 상가 가치 또한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이에 종로구는 익선동 상권의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고자 프랜차이즈 입점을 제한하는 등 상권 보호에 힘쓰고 있다.

상권은 한번 죽으면 다시 회복하기 힘들고 회복하더라도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특징이 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등 정부가 시장을 규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서로가 상생의 관계로 바라보는 것이 롱런할 수 있는 길이자 결과적으로 상권을 살리는 길이다.

지금과 같은 갈등은 우리 경제가 한발 앞으로 가기위한 진통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입장을 들어보고 사회 경제전반에 대한 영향까지 객관적으로 분석해 봐야 할 시기다. 덧붙여 정부는 향후 대안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여러 의견들을 경청한 후 소통해 정책을 펼쳐줬으면 한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