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약 노리는 우리은행…공격적 M&A 나선다

출자 한도 10배로 급증…자산운용사·캐피탈·부동산신탁사부터 노릴 듯
우리은행 과점주주 의식해 증권·보험사 인수작업 진행시 속도조절 예상

사진=우리은행
이르면 연내 지주사 전환을 완료할 계획인 우리은행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특히 자회사 등 출자 한도가 10배로 급증하는 점을 활용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실행할 전망이다. 초기 타깃으로는 자산운용사, 캐피탈, 부동산신탁회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19일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서 지주사 전환을 의결한 뒤 금융위원회에 본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지주사 전환에 대한 심사는 통상 60일 가량 걸린다.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경우 8월말이나 9월초쯤에는 금융위 승인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 주총 개최를 위한 이사회 소집 통보, 이사회 개최,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할 주주를 확정하는 기준일 확정, 주주명부 폐쇄, 주총 소집 통지서 발송 등 지주사 전환을 위한 잔여 절차에 45일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르면 올해말쯤, 늦어도 내년초에는 지주사 전환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은 우리은행 재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은행의 경쟁력 자체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우선 자회사 등의 출자 한도가 7000억원(기존 출자금 제외)에서 7조6000억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한다. 은행에는 은행법상 자기자본의 20%라는 출자 한도가 있지만 금융지주사는 이런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은행은 적극적인 M&A에 나서 비은행 계열사를 확충할 방침이다.  비교적 몸집이 작은 캐피탈이나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사 등이 우선 타깃이 될 전망이다.

손태승 우리은행장도 “자산운용사, 캐피탈 등 작은 회사부터 먼저 인수한 뒤 증권사나 보험사 인수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캐피탈 중에서는 지분 일부를 간접 보유한 아주캐피탈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를 매수한 뒤 우리종금과 합병할 수도 있다”며 “우리종금은 국내 유일의 종합금융사이며 합병 뒤에도 10년간 종금 면허를 유지할 수 있어 영역 확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메리츠종금증권도 종금 면허의 도움을 얻어 부동산금융 1위 증권사로 우뚝 섰다.

이와 관련, 교보증권 인수설도 나돌고 있다. 교보증권은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이 고려 가능한 사항 전반에 대해 통상적인 수준에서 검토 중"이라고 공시해 교보증권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다만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 후 증권사나 보험사 인수를 공격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의견도 존재한다. 지분 27.22%를 보유한 과점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과점주주에는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동양생명, 한화생명 등 증권사와 보험사들이 많다. 우리은행에 인수된 증권사 혹은 보험사는 은행의 광대한 채널을 이용해 영업실적을 대폭 늘릴 수 있으며 복합점포, 자산운용(WM) 협업 등 시너지효과를 낼 방도가 많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과점주주들이 경쟁사를 키워주면서까지 자칫 카니벌라이제이션(자기잠식 효과)까지 우려되는 M&A를 승인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은행 측은 전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과점주주를 대표해 우리은행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는 사외이사들도 증권사 인수 등에 열린 자세"라면서 "이는 그룹 발전에 큰 도움이 돼 결과적으로 과점주주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인식을 공유 중"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은행이 금융위 승인을 얻고 본격적인 지주사 전환 작업에 나설 시 이를 맡을 주간사로는 삼성증권, 안진회계법인, 김앤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우리은행과 함께 복합점포를 내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안진회계법인은 현재 우리은행의 감사인이다.

또 법무법인 김앤장 역시 최근 우리은행의 부실대출 및 세금 관련 소송을 대리해주고 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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