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채용비리 백태…아빠가 딸 면접·성차별 만연

은행권 청탁 리스트 특별관리,특별전형 신설해 점수 조작
남성 합격자 늘리기 위해 점수 높은 여성 불합격시키기도

사진=연합뉴스


은행권 채용 과정에서 부정 청탁과 점수 조작, 성차별 등 갖가지 부정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 반부패부(김우현 검사장)는 17일 전국 6개 시중은행 채용비리에 대해 지난해 11월부터 올 6월까지 수사한 결과 12명을 구속기소 하고, 26명을 불구속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행들은 국회의원, 임원, 공무원 자녀 등 청탁대상자의 명부를 작성·관리해왔다. 또 청탁대상자의 합격을 위해 맞춤형 전형을 만들거나 점수를 조작했고 남성 지원자를 더 합격시키기 위해 여성지원자의 점수를 낮춘 것으로 밝혀졌다.

기소 대상자가 10명으로 가장 많은 부산은행은 부산 시금고 유지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산시 세정담당관 송모씨(62)로부터 아들 채용청탁을 받고 시험점수를 조작했다.

또 부산은행은 경남발전연구원장으로부터 딸 채용청탁을 받자 모든 전형에서 점수를 조작했지만 합격 안정권에 들지 못하자 합격 인원을 늘리고 영어면접까지 추가해 결국 합격시켰다. 국회의원이 딸을 채용해달라는 부탁에 역시 시험점수를 조작하기도 했다.

대구은행은 박인규 전 은행장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총 7차례에 거쳐 시험점수를 조작하는 방법 등으로 채용비리를 저질렀다.

대구은행은 박 전 은행장이 주요 거래처 자녀에 대한 채용지시를 내리자 청탁 대상자에게 가짜 보훈번호를 부여하고 '보훈 특채'로 합격시켰다. 박 전 은행장은 작년 11월 금융감독원이 채용비리 감사에 나서자 이를 피할 목적으로 인사부 직원들을 시켜 컴퓨터를 교체하고 채용비리 관련 서류를 폐기하게 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받는다.

광주은행은 채용 부문 총괄 임원이 면접을 보러 온 딸에게 최고점수를 주는 촌극도 벌어졌다. 임원의 딸은 자기소개서에도 부친의 지위를 기재했고, 면접에서 최종 합격했다.

하나은행은 채용 청탁 대상자의 서류전형은 무조건 합격시켰다. 필기·면접전형에서 탈락 대상인 경우 점수 조작이나 감점사유를 삭제했고 이들 청탁 대상자는 리스트로 관리되며 전형 절차마다 은행장에게 보고됐다.

하나은행은 명문대 출신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합격권 점수를 받은 특정대 6명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조카 등 불합격자 5명을 합격시켰다. 이외에도 은행간부 등의 자녀를 부정하게 합격시킨 혐의도 포함돼 있다.

우리은행은 2015년 국가정보원 간부의 딸 채용청탁을 받고 합격시켰다.그러나 대학교를 정상적으로 졸업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자 2016년 3월 사직한 뒤 9월에 재응시, 불합격권으로 분류됐음에도 서류전형 점수 조작으로 합격시켰다.

은행권의 채용과정에서는 학력과 성차별도 만연했다.

하나은행은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남녀 합격자 비율 4:1을 맞추기 위해 불합격자들을 최종 합격시켰다. 하나은행은 명문대 출신 합격자를 늘리기 위해 높은 점수를 받은 특정대 합격자를 떨어뜨렸다.

국민은행은 여성 지원자 평균점수가 높자 남성 지원자 113명의 등급점수를 상향해 합격시켰다. 이로인해 여성 지원자 112명은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수사자료를 넘겨받아 서울북부지검 등 6개 검찰청에서 동시다발로 수사를 벌였다. 또 올 5월에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신한은행 채용비리 수사자료를 넘겨받아 서울동부지검이 수사 중이다.

대검 반부패부 관계자는 "재판 중인 채용비리 사건은 철저한 공소유지를 통해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고, 수사 중은 신한은행 채용비리 사건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장영일 기자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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