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공약 '서울페이', 수수료율 0%대 실현 가능할까

QR코드·모바일 앱 기반 계좌이체 방식…"수수료율 낮출 여지 있어"
"단말기 설치·가맹점 관리 비용 등 감당하기 어려워"…실효성 의문도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3선에 성공한 가운데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내건 공약인 수수료율 0%대의 '서울페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박 시장측은 QR코드와 모바일 앱 등 일종의 간편 결제 플랫폼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수수료율을 낮출 여지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단말기 설치 및 가맹점 관리에 드는 비용을 감안할 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페이는 정사각형 모양의 불규칙한 모양의 QR코드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구매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일종의 간편결제 플랫폼이다.

서울페이는 카드사, 밴(VAN)사, PG사 등 3단계를 거치는 신용카드 결제 등과 달리 카드사의 결제망을 거치지 않는 게 특징이다. 박 시장은 "이를 통해 수수료율을 0%대로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0%대 수수료율이 실제로 구현 가능한가다. 지난해 기준 신용카드 평균수수료율인 2.08%이며 서울페이와 비슷한 간편결제서비스인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시럽페이·페이코 등의 수수료율은 2.5~3.7%다.  

서울페이에서 카드사 결제망을 제외한다 해도 전용 단말기 및 가맹점 관리 비용은 소요된다. 서울시내 카드 가맹점은 약 58만개(국세청 집계)에 달해 보통 수십만원이 드는 별도 단말기를 추가로 설치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설치비용 외에 현재 밴사와 밴대리점이 담당하고 있는 가맹점 확대 및 관리 역시 막대한 비용이 든다"며 "0%대의 수수료율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설령 서울페이가 구현된다 하더라도 결국 1%에 육박하는 0.8~0.9% 수준의 수수료율이 책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경우 서울페이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영세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이미 0.8%이며 세액공제를 통해 카드 수수료의 대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다. 굳이 서울페이를 쓸 유인이 없는 셈이다.

이명식 신용카드학회장은 "만약 카카오페이처럼 카카오뱅크 계좌를 통해 돈이 출금되는 방식으로 한 시스템 내에서 서울페이를 구현가능하다면 이론적으로 수수료율 0%대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은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다른 시스템이나 네트워크와 연계되면 어떤 형태든 간에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했다. 

이와 관련, 아직까지 서울시는 서울페이 구현 방식, 가맹점 확보, 플랫폼 형태 등에 대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지 여러 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워낙 서울페이의 파급효과가 크다보니 신중하게 여러 안들에 대한 분석자료를 만드는 중"이라며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