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롯데케미칼, 단순 실적 비교가 어려운 이유는?

사업분야 다각화 vs 석화 부문에 올인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대표 라이벌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을 단순히 분기 실적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기업의 내부 추진 사업들을 비교하면 방향성이 달라 단순히 실적만으로 순위를 매기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14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국제유가의 급등락과 부정적 환율 영향에 모두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올 1분기 연결기준 롯데케미칼은 6620억원의 영업이익을, 같은 기간 LG화학은 영업이익 6508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이 LG화학을 소폭 앞섰지만 2분기에도 불확실한 대외 환경 때문에 순위는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두 기업을 영업이익만으로 비교하기보다는 기업별 주요 추진 사업들을 따로 비교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LG화학의 경우엔 화학분야뿐만 아니라 배터리, 바이오 등 비화학 분야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LG화학의 배터리 기술은 해외에서도 인정받으며 글로벌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LG화학은 올 하반기부터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사업에서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올 하반기 3세대 전기차용 전지 매출이 본격화되면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LG화학은 작년 18GWh 수준의 전지 생산 능력을 올해 80~90%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배터리 보조금 규제 해제와 품질 및 가격 경쟁력 확보 등으로 오는 2020년 배터리 부문의 영업이익이 전체의 20%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LG화학은 제약·백신, 수(水)처리 필터, 농화학 사업 활성화에도 힘쓰고 있다. 바이오 분야에선 유전자기술 연구, 혁신신약 분야 진출을 꾀하고 있다. 물 분야는 세라믹 분리막 소재를 적용한 필터 및 차세대 수처리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화학분야뿐만 아니라 멀티적인 사고로 사업을 다방면으로 늘려갈 것"이라며 "2020년부터는 화학 외 분야에서도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LG화학의 전지분야는 매출 호조로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하반기 이후 L자형 배터리 납품, 자동차·ESS(에너지저장장치) 매출 확대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LG화학은 화학분야 외 다른 미래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가 많다"며 "배터리, 바이오 등 사업들이 지금은 투자 단계라 수익이 나지 않지만 몇 년 후 변화하는 모습을 기대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LG화학이 다각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면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사업 한 부문에 올인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올레핀 판매금액이 전체 매출의 88%에 달한다.

롯데케미칼은 2016년부터 3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미국 루이지애나주 에탄분해설비(ECC) 건설을 올해 말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북미 에탄크래커 합작 사업, 여수공장 에틸렌 설비 증설 등이 마무리되면 주력 제품인 에틸렌 생산규모가 아시아 1위, 세계 7위 수준인 약 45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신설 법인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등 범용 석유화학제품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아프리카가 성장 잠재력이 있어 지난 4월 새 법인을 세운 것"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2018~2020년에는 △MEG(에틸렌글리콜)의 수익성 개선 △중국 내 가전제품 수요로 SM(스타이렌모노머) 수요 견고 △PE(폴리에틸렌)의 타이트한 수요·공급 등 영향으로 실적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 2분기부터 화학업계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 화학분야 사업 규모를 더욱 늘리는 것이 롯데케미칼의 목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석유화학 기초소재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여 시장 지배력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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