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정상회담 앞두고 기업들 남북경협 준비 분주

유통·물류·건설업계 등 대북 TF 구성…개성공단 입주 문의 하루 수십 곳

사진=연합뉴스
오는 12일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해빙무드가 본격화되면서 기업들도 대북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서 대북 제재가 완화될 경우 철도 및 도로 연결, 북한 인프라 개발, 개성공단 재가동 등 다양한 형태의 남북경협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관련 기업들은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전담 부서를 만드는 등 여러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유통·물류업계, 북-중-러 벨트 구상

유통업계와 물류업계는 북한과 중국 및 러시아까지 한 시야에 넣는 거대한 벨트를 구상 중이다.

CJ대한통운은 최근 철도와 트럭을 결합해 화물을 운송하는 ‘유라시아 브리지 서비스’ 사업지역을 대폭 확대했다. 이 서비스는 기차역까지만 운송하던 기존 철도 배송 서비스와 달리 트럭을 연결해 고객 문 앞까지 물건을 배달을 해준다.

대한통운은 중국 청두(成都)역, 폴란드 로즈역, 독일 뉘른베르크역, 네덜란드 틸버그역 등에 머물던 이 서비스를 크게 확대해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등 8개성 3개 직할시 22개역에서 유럽행 화물수송이 가능해졌다. 유럽과 독립국가연합(CIS)의 14개국 30개역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넓혔다.

나아가 중국 유럽을 연결하는 경로에 이어 ‘한국발 유럽향’ 경로 개발도 추진 중이다.

지난 3월 러시아 물류기업인 페스코와 전략적 사업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점도 동북아 물류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남북한 철도만 연결되면 대한통운이 유라시아 대륙 전역에 걸쳐 물류사업을 펼칠 수 있을 전망이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남북철도가 대륙철도와 연결될 시 유라시아 브리지 서비스 등 각종 서비스 기반이 더욱 넓어질 것”이라며 “이르면 연내 한국에서 유럽까지 해운과 철도, 트럭을 연계한 화물 운송도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롯데는 그룹 내에 북방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 TF에서는 북한, 중국 동북 3성, 러시아 연해주, 등의 지역을 연구하고 이들 지역과 경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해당 지역에 기진출한 롯데의 식품 및 관광 계열사들을 활용해 교류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국제기구 등과 협력해 이들 지역에 문화 및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남북경협을 통해 중국 동북 3성 지역에서 건설하고 있는 ‘선양 롯데월드’ 등 롯데의 북방 사업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밖에 창업주 고향이 북한인 샘표와 오리온 등 식품기업과 에이스침대 등 가구 업계도 남북경협에 대비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남북경협을 통해 새롭게 열릴 대북 건설 시장에 큰 관심을 갖는 모습이다.

삼성물산은 최근 남북경협 TF를 만들었다. 상무급 임원을 팀장으로 앉히고 3∼4명 규모로 팀원을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은 그룹 차원에서 대응 전략을 짜고 있다. 경협 TF에서 △남북철도 연결 △통신사업 △전력 이용 △통천비행장 건설 △금강산 저수지 물 이용 △관광명승지 종합개발 △임진강댐 건설 등 북한의 7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다국적 컨소시엄을 통해 개발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건설도 최근 대북 SOC 사업 관련 TF를 만들었다. 포스코건설 역시 경영전략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10여명 규모의 대북사업 TF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등 여러 대형 건설사들은 모두 대북관련 이슈를 모니터링하며 적극적으로 대북사업을 준비 중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남북경협 활성화 시 향후 5년간 생산유발액 42조 3000억원, 부가가치 유발액 10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성유경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의 열악한 인프라 및 경제 성장에 필요한 지역 개발 수요는 국내 건설업계에 직접적인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이 업계 최초로 북한 전담 투자전략팀을 신설했다. 삼성증권은 전략적 제휴 관계인 중국 중신증권과 베트남 호찌민증권을 통해 북한 경제개발의 선행 모델에 대한 정보를 공유받아 심도 있는 북한 경제 분석을 내놓을 계획이다.

◇북한 산림 재건·철광석 채굴 등 검토

대기업들뿐 아니라 중소 및 중견기업들도 다양한 남북경협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남북경협의 핵심인 개성공단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개성공단 입주를 희망한다고 전화로 문의하는 기업들이 하루 20여곳에 이른다"며 "공단이 재개돼 2∼3단계 공사가 이뤄지면 추가 입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한세예스24홀딩스의 비상장 자회사 동아출판은 개성공단 입주를 고려 중이다. 출판업이 노동집약적인 사업인 만큼 인건비가 10분의 1 수준으로 싼 개성공단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방안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낫다는 판단이다.

유한킴벌리는 한반도 생태계 복원을 위한 북한 산림 재건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한반도 생태계 조성 사업을 발판으로 북한으로 시장을 넓힐 방침"이라고 전했다.

SM그룹도 북한 광산과 자원 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예정이다. 그룹 내 한덕철광은 북한 철광석 채굴에 관심이 높다. 채광기술과 설비 노하우, 고품질 철광석 생산기술 등을 앞세워 뛰어들 계획이다. 현재 북한의 철광석 매장량은 약 50억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SM상선은 북한의 광물과 현지 노동력을 활용해 생산한 물자를 실어 나르는 사업계획을 염두에 두고 있다. 환동해 및 환서해 경제 벨트를 중심으로 서비스 노선 개설과 터미널 개발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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